"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다" 반영…'퍼블리시티권' 명문화

하정연 기자 2022. 12. 2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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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유명인이 아니어도 얼굴이나 이름, 목소리 같은 개인 특징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하는 법이 생깁니다. 일명 '퍼블리시티권'으로, 우리말로는 '인격표지 영리권'입니다.

우리 법에 없던 부분을 처음 명문화하려는 건데요, 먼저 하정연 기자의 보도부터 보시겠습니다.

<기자>

지난 2006년, 방송인 정준하 씨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동의 없이 캐릭터로 제작해 판매한 콘텐츠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사람의 이름이나 초상, 음성 등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인 '퍼블리시티권'을 업체가 침해했다며 500만 원 손해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배우 장동건, 송혜교 씨 등 연예인 35명의 경우에는 한 성형외과가 블로그에 자신들의 이름과 사진이 포함된 게시물을 허락 없이 올렸다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습니다.

재판부는 "퍼블리시티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인정할 필요성은 있다"면서도 "실정법 규정이 없고 대법원 판례도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렇게 재판부마다 엇갈린 판단이 이어졌는데, 법무부가 퍼블리시티권을 우리말 '인격표지 영리권'으로 명명해 민법에 신설하는 안을 입법 예고했습니다.

유명인뿐 아니라 모든 개인이 자신의 이름이나 얼굴, 목소리 등 개인적인 특징을 영리적으로 이용할 권리를 법에 명시해 보호하겠다는 것입니다.

[정재민/법무부 법무심의관 : 인스타그램·유튜브 등의 출연으로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고, 그렇게 유명해진 인격표지를 영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이런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서 기본법인 민법에 명문화하려는 것입니다.]

재산권으로서의 권리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당사자가 허락하면 다른 사람도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당사자가 사망하면 다른 재산권처럼 상속되고, 상속 후에도 최대 30년까지 권리를 인정받도록 했습니다.

(영상편집 : 윤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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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법조팀 하정연 기자와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Q. 입법되면 어떻게 바뀌나?

[하정연 기자 : 예를 들면 '송혜교 귀걸이', '수지 모자' 같이 허락 없이 연예인 이름 걸고 마케팅을 하면 손해배상 대상이 됩니다. 또 유튜버나 인플루언서의 얼굴과 이름, 음성을 무단으로 사용해도 영리 목적으로 무단 사용해도 역시 그 피해를 물어줘야 합니다.]

Q. 저작권·초상권과 다른 점은?

[하정연 기자 : 저작권과 '인격표지 영리권'은 완전히 별도의 개념입니다. 이 저작권은 보통 노래나 시, 소설같이 사람이 창작한 작품에 대한 권리를 말하는데, 이 인격표지권은 사람의 얼굴, 목소리같이 개인적인 특성, 그 자체에 대한 권리를 부여한다는 것입니다. 또 인격표지권에는 초상권도 포함이 돼 있는데, 현재보다 재산권 성격이 더 강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초상권 침해 소송에서는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정도만 일부 인정을 했다면, 앞으로는 재산적인 손해도 인정해서 배상액이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Q. 권리 적용의 예외 경우는?

[하정연 기자 : 이번 개정안에는 '정당한 이익'이 있는 사람은 권리자의 허락 없이도 영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 생중계 중에 관중의 얼굴이 화면에 나오거나 또 언론에 시민의 인터뷰가 사용되는 사례같이 불가피하게 활용되는 것은 문제없을 것이라는 것이 법무부 설명입니다.]

Q. 논란 지점은?

[하정연 기자 : 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 아니냐 이런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인데, 이야기 한번 들어보시죠.]

[김미주/변호사 : 표현의 자유라든지 사용 범위가 굉장히 축소될 수 있는 그런 제한이 발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굉장히 '그레이존'이거든요. 구체적으로 논의들이 다 진행돼야 한다고 봅니다.]

[하정연 기자 : 기존 것들을 비트는 패러디라든지 최근 대중문화의 한 현상인 이른바 '밈' 같은 풍자나 해학적인 표현들이 심하게 위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년 2월 6일까지가 입법 예고 기간이고, 또 이후에는 국회의 입법 논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다양한 의견 수렴이 필요해 보입니다.]

(영상취재 : 설민환, 영상편집 : 윤태호)

하정연 기자h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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