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고용혹한’ 앞두고 공공기관 인원감축 적절한가
정부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공공기관 인력감축에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26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공공기관 정원을 전체 정원의 2.8%인 1만2442명을 구조조정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기능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의결했다. 민간·지자체와 경합하거나 비핵심 업무 등에 대한 기능조정, 조직·인력 효율화 등의 방식으로 인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공공기관 구조조정은 ‘민간·시장주도, 공공부문 개혁’을 경제정책 기조로 내세운 윤석열 정부가 역점을 두는 정책이다. 공공부문의 비효율과 낭비는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으로 돌아오는 만큼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취지를 이해 못할 건 아니다. 그러나 공공기관 구조 조정은 공공성 후퇴를 동반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사회서비스 수요가 커진 현실에서 공공부문 축소가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경우 이번 감축으로 당뇨와 고혈압 등에 대한 1차의료 담당 부서와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운영하는 부서 등이 폐지되면서 건강보험 보장성이 후퇴하고 서비스 품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과 경합하는 부문에 대한 기능조정은 우회적인 민영화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힘들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공공기관 민영화 추진으로 우리 사회는 대가를 치렀다. 이번도 다르지 않다. 철도탈선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민간 제작사의 차량정비 참여를 허용하는 방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불거지는 논란이 좋은 예다. 차량정비를 제작사가 수행할 경우 제작결함을 은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영화가 다 나쁜 것은 아니지만, 사기업의 이익을 위한 시민부담 증가, 재정 추가투입 등 부작용이 많았던 것도 분명하다.
정부는 이번 공공기관 인력감축 과정에서 퇴직·이직 등 자연감소를 활용하는 등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며 신규채용에 미치는 영향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공공부문의 고용흡수력이 줄어들 뿐 아니라 외주화로 비정규직, 파견직 등 불안정 일자리로 대체될 것이 명백하다. 더구나 내년에 역대급 고용한파가 우려되는 전망이 나오는 걸 보면 공공부문이라도 버팀목이 돼주어야 할 형편 아닌가. 정부의 이번 정책이 ‘누울 자리를 안 보고 발을 뻗는 격’이 아닌지 우려를 금할 길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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