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9·19 합의 깬 북의 무인기 공세, 무모한 긴장 조성 멈춰야
북한 무인기 여러 대가 26일 군사분계선(MDL) 이남을 넘어 서울 상공까지 침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오늘 오전 10시25분경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항적 수개를 포착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무인기들은 경기 김포·파주와 강화도 일대로 넘어왔고, 한 대는 파주 인근 민간인 거주지역 상공을 지나 서울 상공으로 진입했다가 빠져나갔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2017년 6월 당시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를 촬영하고 돌아가다 강원도에서 추락한 이후 처음이다. 남북이 서로 일체의 적대행위를 멈추기로 한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북한의 명백한 침략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
북한 무인기들의 기동은 공세적이었다. 이들은 낮 시간 꽤 오랜 시간 유턴과 좌우 기동 등 다양한 항적을 보였다. 우리 탐지자산에서 관측됐다 소실되기를 반복했다. 일부는 민간인과 마을이 있는 지역까지 내려왔다. 군사시설 촬영 등 정찰·작전활동을 벌였다. 이 때문에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국제공항의 항공기 이륙이 일시 중단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북한은 2017년 무인기를 내려보내 경북 성주의 사드 기지 사진을 찍고 2014년엔 청와대까지 촬영한 바 있지만, 이처럼 장시간 남측의 영공을 침범한 적은 없다.
북한의 무인기 공세는 한·미 군사대응을 유도하는 한편 이를 더 큰 도발 명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무모한 위반이자 명백한 자기모순이다. 북한은 지난 10월 완충구역 내 방사포 등 포병 사격을 감행한 데 이어 이달 초엔 한·미의 포사격 훈련을 트집 잡아 동해 해상완충구역으로 포병사격을 벌였다. 그래놓고 남측을 비난하며 9·19 군사합의를 무력화하는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것인데, 적반하장이 따로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군의 대응이다. 군은 이날 탐지자산뿐 아니라 육안으로도 무인기를 식별했다고 했다. 그런데 군은 100여발의 사격을 가했음에도 한 대의 무인기도 격추하지 못했다. 무인기 대응을 위해 공군 원주기지에서 이륙한 KA-1 경공격기가 추락하는 일도 발생했다. 군은 포탄이 MDL 이북으로 넘어가거나 민가가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대응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군사위성이 없어 300~400대의 무인기를 감시·정찰에 활용하고 있다. 북한이 무인기를 이용한 국지도발 등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군의 대비태세를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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