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 포스코노조 탈퇴 막은 금속노조 규약 시정명령 검토
절차 위반 논란으로 탈퇴 총회 무효 되자
노동부, 노동관계법 위반 등 검토 나서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가 산업별노동조합(산별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전환(금속노조 탈퇴)하려는 ‘조직형태 변경’ 절차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금속노조의 ‘집단탈퇴 금지’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는 산하 지부·지회 자체의 총회 의결을 통한 집단탈퇴를 규약·규정을 통해 금지하고 있는데, 노동부가 이 조항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시정명령하겠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쪽은 “노조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반발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 관련’ 내용을 브리핑하면서 “조합원의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여 노동조합의 가입이나 탈퇴 등을 방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포스코지회에 대해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노동위원회 의결을 통해 시정명령 등 필요한 행정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언급한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는 직접고용 기준 1만7천여명인 포스코 노동자 가운데 조합원이 60여명(신분을 밝히지 않는 ‘비밀조합원’ 포함 200여명)에 그치는, 포스코의 소수노조다. 포스코에서는 한국노총 산하 포스코노동조합이 압도적 다수노조인데, 2018년 포스코 노동자들이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개별 가입해 포스코지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포스코지회는 지난 10월말 금속노조와의 관계 등을 문제로 산별노조(금속노조)의 하부조직인 포스코지회의 조직형태를 기업별 노조로 변경하는 ‘조직형태 변경’을 위한 조합원 총회를 계획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지회장을 비롯한 임원, 총회 소집을 요구한 대의원 등을 제명했다. 금속노조 규약·규정이 “해당단위(지부·지회) 총회를 통한 집단탈퇴는 불가하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총회를 여는 것 자체가 규약·규정 위반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3~6일 총회를 열었고, ‘비밀 조합원’ 포함 조합원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 기업별 노조로 전환하는 내용이 가결됐다. 그러나 해당 총회는 총회 소집 7일 전까지 공고해야 한다는 노조법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노동부 포항지청을 통해 “총회의 효력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포스코지회는 지난달 28~30일 재차 총회를 열었으나 이번엔 총회를 소집한 사람이 금속노조로부터 제명됐기 때문에 총회 소집권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효력이 없다는 포항지청의 통보를 받았다. 이러한 판단을 두고 보수언론 등에선 “노동부가 민주노총을 두둔한다”는 비난을 퍼붓기도 했는데, 이 때만 해도 노동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참석한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다시 한번 포스코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관련 사안이 언급되자, 이날 노동부가 ‘금속노조에 대한 시정명령’이라는 칼을 빼낸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 관계자는 “산별노조 하부 조직도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 변경이 가능한데도 이를 금지하고 있는 금속노조 규약에 대한 시정명령이나, 조직형태 변경 총회를 계획했다는 이유로 조합원을 제명처분한 것이 노동관계법에 위반되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법은 노조의 규약이나 노조의 처분이 노동관계법에 위반될 경우 노·사·공익위원으로 구성된 노동위원회의 의결로 해당 노조에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어기면 최대 5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노동부의 노조 규약 시정명령은 노조의 자주성에 대한 침해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유정 금속노조법률원장은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금속노조가 규약을 통해 포스코지회의 집단탈퇴를 막아서가 아니라, 탈퇴하려는 사람들이 적법한 절차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조직형태 변경의 요건이 되고 적법한 절차를 갖췄다면 규약과 관계없이 탈퇴할 수 있다”며 “조합원들에게 ‘노조를 탈퇴하자’고 하는 사람에 대한 징계를 문제삼는 것은 노조 자율성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고 밝혔다. 금속노조 포항지부 관계자도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강화시키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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