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북한 무인기 격추 실패한 까닭?… "민간 피해 줄까봐 사격 못했다"
"초기부터 포착해 대응한 건 평가할 필요" 의견도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 무인기 5대가 26일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우리 영공에서 5시간 넘게 머물다 돌아갔다. 그러나 이들 무인기 대응에 나선 우리 군은 단 1대도 격추시키지 못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지만 그에 따른 민간인 피해 등을 우려해 사격을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0시25분쯤부터 경기도 김포 전방 및 MDL 북쪽 상공에서 북한 무인기들의 이상항적을 발견했다.
북한이 이날 우리 영공으로 날려 보낸 무인기는 날개 길이 기준 2m급 이하 소형으로서 1대는 서울 북부 지역까지 날아왔고, 나머지 4대는 인천 강화도 일대 상공을 비행했다.
이에 우리 군은 이들 무인기를 격추시키고자 전투기·공격헬기 등을 띄워 대응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작전 실패'였다.
북한 무인기 5대 중 서울까지 온 1대는 다시 MDL 이북으로 올라간 게 확인됐고, 나머지 4대는 강화 서쪽 상공을 통해 우리 군의 탐지범위를 벗어난 뒤 더 이상 항적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 무인기가 민가·도심지 등의 상공을 비행하다 보니 비정상적 상황 발생시 우리 국민이 입을 수 있는 피해를 고려해 사격하지 못했다"며 "민간인 피해 예상 지역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격추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2m급 이하 소형 무인기는 저고도로 비행하는 만큼 주택가 등 민간인 밀집 지역에서 격추할 경우 그 파편 낙하 등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기체에서 발사되는 열이 적어 열상 감시가 어렵고, 전파 반사 단면적이 작아 레이더에도 잘 포착되지 않는다. 실제 이날 우리 영공을 침범한 북한 무인기들은 비행고도·방위 변화 등에 따라 우리 탐지자산에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수차례 반복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북한 무인기가 우리 측 민간인 지역 상공에 접근하기 전에 군이 요격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리 군의 사격방향이 북쪽을 향할 경우 자칫 남북한 간의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단 이유에서다.
오히려 군 내부에선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을 초기부터 포착해 대응한 것 자체가 과거보다 발전한 정찰역량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4년엔 서울시내와 청와대를 촬영하고 가다 경기도 파주에 불시착한 무인기가 발견됐고,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17년엔 북한이 경북 성주의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까지 무인기를 날려 보낸 사실이 역시 복귀 중 강원도 인제에 추락한 무인기를 통해 확인됐기 때문이다.
두 사례 모두 북한 무인기가 추락 또는 불시착하지 않았더라면 우리 군은 그 남하 자체를 몰랐을 것이란 게 군 안팎의 일반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 우리 군은 북한 무인기 탐지·타격 등 대응체계를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방위·거리는 물론 고도까지 탐지할 수 있는 '국지방공레이더'(TPS-880K)는 2018년부터 육군 군단급과 해병대 서북도서 야전부대에 실전 배치된 상태다.
또 최근 군 당국은 무인기 등의 통신·레이더 체계 사용을 방해·제한·격하시키는 '한국형 재머'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소형무인기대응체계(블록-Ⅰ) 체계개발 사업도 지난달 시작됐다.
30㎜ 자주대공포 '비호'에 지대공유도무기 '신궁'을 최대 4발 결합해 교전 능력을 강화한 '비호복합' 무기체계도 우리 군의 북한 무인기 타격수단 가운데 하나다. 이 무기체계는 앞서 700~800m 거리 밖의 소형 무인기를 요격하는 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런 가운데 우리 공군은 이날 북한 무인기 대응 과정에서 KA-1 경공격기 1대를 잃는 피해를 입었다. 강원도 원주기지에서 이륙한 KA-1이 수도권까진 가보지도 못한 채 횡성 일대에 추락하는 사고가 난 것이다. 다행히 조종사 2명은 추락 전 비상탈출에 성공해 무사하다고 한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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