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인기에 우리 영공 7시간 뚫려 군 격추 실패…9·19 합의 위반(종합2보)
기사내용 요약
공격기, 공격헬기 동원해 대응…100여 발 사격, 격추 실패
총 5대 무인기 남하…4대는 강화도 지역, 1대는 서울 상공
우리 정찰자산도 북한 지역 투입…"충분히 단호하게 실시"
남북 모두 9·19 군사합의 위반해…휴지조각 된 합의안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북한의 무인기 5대가 비무장지대(DMZ)를 넘어 민간마을 지역까지 남하한 데 이어, 서울 상공까지 접근해 7시간 가량 누볐다.
군은 무인기 격추를 위해 공군 공격기, 공격헬기 등을 출동시켜 대응했지만 격추에는 실패했다. 또 이 과정에서 공군의 KA-1 공격기가 추락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합동참모본부는 26일 오전 10시25분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의 항적 수 개를 포착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최초 미상항적을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DML) 이북에서부터 포착한 후 절차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실시했다. 이후 항적 추적 및 공군전투기, 공격헬기 등의 격추자산을 운용하면서, 우리 국민들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했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 군은 오늘 오전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 항적을 포착해 대응했다"며 "이는 북한이 우리 영공을 침범한 명백한 도발 행위"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군은 유무인 정찰자산을 군사분계선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투입해 북한 무인기의 침범거리에 상응해 운용했다. (무인기는) 적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정찰 및 작전활동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이같은 도발에 대해 앞으로도 우리 군은 충분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무인기가 한국 영토를 침범한 것은 지난 2017년 6월 이후 약 5년6개월 만이다. 당시 강원도 인제에서 발견된 북한의 무인기에는 주한미군 사드(THAAD)가 배치된 경북 성주의 골프장 등의 사진이 발견된 바 있다.
2017년 이전에도 북한의 무인기는 경기도 파주, 인천 백령도, 강원도 삼척 등지에서 발견됐다. 북한의 무인기는 대부분 하늘색으로 위장했으며, 동체 내부에는 일본산 카메라가 달려 있었다.
이날 한국의 영공을 침범한 북한의 무인기는 총 5대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4대는 강화도 인근 상공을 비행했고, 나머지 1대는 서울 인근까지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인근으로 근접한 무인기는 경기도 김포의 애기봉과 파주의 오두산전망대 사이를 통과해 서울 상공으로 진입했다. 해당 무인기는 육안으로 식별이 가능했으며 총길이 약 2m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기 형태는 지난 2014년, 2017년 발견됐던 것과 비슷한 글라이더형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한국으로 내려온 북한의 무인기는 출발지를 정확하게 식별할 수는 없지만, 방향성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합참 관계자는 "맨 처음 진입했던 것이 한강 중립지역 사이로 들어왔다. 우리의 집중력을 분산하기 위해 강화도 서측으로 들어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무인기를 식별하고 북한 지상으로 경고사격 및 경고방송을 수 회 실시했다. 이후 공군 KA-1 공격기와 공격헬기 등을 투입해 격추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격헬기에서는 20㎜탄 100여 발을 사격해 격추를 시도했다.
다만 우리 군의 대응사격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무인기를 1대도 격추하지 못했다. 특히 서울 상공으로 진입했던 북한의 무인기는 다시 MDL 이북 지역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확인됐다. 강화도 인근에서 발견됐던 4대는 이후 항적이 소실됐다.
우리 영토의 지리정보, 군사적 정보 등이 이미 북한으로 넘어갔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 군의 탐지자산으로는 북한 무인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100% 추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군은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응하기 위해 유·무인 정찰자산을 군사분계선 근접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투입했다. 해당 정찰자산은 북한 무인기의 침범 거리에 상응하는 만큼 투입됐으며, 적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정찰 및 작전활동을 실시했다.
이북 지역에 투입됐던 우리 군의 정찰자산은 무사히 귀환했으며, 북한의 대응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우리 군 정찰자산의 이북 투입으로 남북한 모두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게 됐다. 9·19 군사합의는 지난 2018년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서명한 합의로, 군사분계선 상공 인근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한 바 있다.
다만 우리 군의 군사합의 위반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수준으로, 앞서 북한은 미사일·방사포 등을 통해 9·19 군사합의를 수 차례 위반해왔다.
전문가들은 우리 군의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해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을 고려해도, 북한의 무인기를 격추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무인기가 DMZ 이남까지 내려왔는데도 격추하지 못한 것은 문제"라며 "이미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 등은 갖춰져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신 국장은 "DMZ 이남으로 남하했을 경우 경고사격, 경고방송 등 주어진 매뉴얼이 있을 것"이라며 "매뉴얼대로 진행됐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워은 "일단 허를 찔린 것도 맞고, 대응이 깔끔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차 연구위원은 "전방에서 수도권에 이르는 비행물체 탐지 및 대응 연계체제의 미숙, 현장 지휘관 재량권에 따른 조치 미흡, 드론 등 무인기에 대한 GPS 재밍 등 대응수단의 확립 부실 등이 문제"라며 "향후 점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합참은 현 상황과 관련해 합참전투준비태세검열실에서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 경과를 확인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현장방문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서는 현장조치사항 등을 확인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의 대응 과정에서 사고도 발생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오전 11시39분경 원주기지 소속 KA-1 1대가 기지 이륙을 시도했지만 추락했다고 밝혔다.
기체 내 조종사 2명은 비상탈출했으며, 민가 피해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KA-1 공격기는 국산기술로 만들어진 공격기로, 중등훈련기인 KT-1의 파생형이다. 공군의 지상지원을 돕기 위해 2005년부터 실전 배치됐다. KA-1은 최대 630㎞/h로 비행할 수 있으며, 로켓과 고폭탄 등으로 무장할 수 있다.
우리 공군의 전투기 및 공격기가 추락한 것은 올해에만 벌써 5차례다. 다만 군은 북한의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KA-1 추락 이후에도 같은 기존의 공격기 2대를 더 출격시켰다.
한편 이날 북한의 무인기 남하로 인해 인천국제공항 및 김포국제공항 항공편 일부가 지연·연기 운행됐다. 인천공항의 경우 오후 1시22~오후 2시06분까지 여객기 이륙 10여편이 지연됐다. 같은 시간 김포공항의 경우 국내선 여객기 20여 편이 지연 운행됐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북한 무인기 등장에 의해 우리 측 비행이 중단된 것은 이번이 최초"라며 "이는 명백한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북한은 위성기술의 낙후성으로 최근 정찰위성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등 정찰능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다만 그 전까지는 이러한 무인기 정찰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북한의 조악한 무인기 개발 수준으로 볼 때 현대전에서 쓰이는 드론공격의 가능성은 거의 없고, 정찰활동 목적이라고 판단된다. 최근 동계훈련 중 정찰훈련의 일환으로, 우리 측 지역으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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