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무인기 5대 영공 침범, 1대는 서울까지···격추 실패 ‘방공망 구멍’
군, 100여 발 사격에도 격추 실패
대응 과정서 경공격기 1대 추락도
북한 무인기 5대가 26일 남측 영공을 침범해 강화, 파주 등 상공을 비행했다. 이 중 1대는 서울 북부까지 침투했다. 군은 무인기를 향해 사격했지만 격추에 실패했고, 그 사이 무인기는 북한으로 돌아가거나 남측 레이더 탐지권을 벗어났다. 북한 무인기 대응을 위해 이륙하던 KA-1 경공격기 1대도 추락했다. 방공망이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북한 무인기의 남측 영공 침범은 2017년 6월 이후 약 5년 6개월 만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10시25분쯤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항적 수 개를 포착해 대응했다며 북한 무인기는 2m 이하 소형 무인기라고 밝혔다. 가장 먼저 포착된 1대는 김포와 파주 사이 한강 중립수역으로 진입해 곧장 서울 북부지역까지 직진한 뒤 서울을 벗어나 3시간 만에 북한으로 돌아갔다. 남측 군 조종사가 해당 무인기를 육안으로 식별했으며, 날개 전장 기준 2m급으로 판단된다. 무인기 형태는 지난 2014년, 2017년 발견됐던 것과 비슷한 글라이더형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4대는 강화도 서측으로 진입해 강화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항적을 보였는데 군은 이 4대가 남측의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교란용으로 보고 있다. 해당 무인기 4대는 오후에 순차적으로 포착됐다가 남측 군 탐지자산에서 소실돼 총 5시간 정도 작전이 진행됐다고 합참은 밝혔다.
공군 전투기, 공격헬기, 경공격기 등으로 대응에 나선 군은 교동도 서쪽 해안에서 레이더에 무인기가 포착되자 헬기의 20㎜ 포로 100여 발 사격을 가했으나 격추에 실패했다. 군 관계자는 “국민의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북한 무인기에 대한 대응으로 상응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승오 합동참모본부 작전부장(소장)은 “유·무인 정찰을 군사분계선(MDL) 인근 지역과 이북 지역으로 투입해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침범 행위에 상응한 조치를 취했고, 적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정찰 및 작전활동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북한 내륙 깊숙이 진입하는 등의 조치는 아니고 진입 거리를 상응 수준으로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북한군의 대응은 없었다.
이 작전부장은 “북한이 우리 영공을 침범한 명백한 도발행위”라면서 “북한의 이 같은 도발에 대해 앞으로도 군은 철저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은 북한 무인기를 김포 전방 군사분계선(MDL) 이북에서부터 포착해 경고방송과 사격 등 대응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격추에 실패했고, 무인기가 북한으로 돌아가거나 레이더에서 소실됐다. 남한 상공에 7시간여를 머물면서 상당한 분량의 정찰 정보를 챙겨갔을 가능성이 커 ‘방공망 구멍’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무인기 침범에 따른 군의 대응 작전으로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에서 한때 민간 항공기 이륙이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김포공항은 이날 오후 1시8분, 인천공항은 오후 1시22분부터 항공기 이륙이 일시 중단됐다가 오후 2시10분 일괄 해제됐다.
북한 무인기의 남측 영공 침범은 2017년 6월9일 북한 무인기가 강원도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이후 처음이다. 당시 이 무인기는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기지까지 내려가서 일대를 촬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에 앞서 2016년 1월 경기도 문산 지역에서 북한 무인기가 MDL을 넘어왔다가 군이 경고 방송과 경고 사격을 하자 북으로 돌아간 적이 있다. 2015년 8월에는 강원 화천 MDL 남쪽 상공을 북한 무인기가 여러 차례 침범했다. 2014년에는 경기 파주, 강원 삼척, 백령도 등에서 북한 무인기 잔해가 연이어 발견됐다. 특히 2014년 3월24일 경기 파주의 한 야산에서 발견된 무인기의 디지털 카메라 메모리에서 청와대 일대를 촬영한 항공사진이 대량으로 발견됐다.
북한 무인기 대응 작전 지원을 위해 기지에서 이륙하던 경공격기도 추락했다. 공군은 이날 오전 11시39분쯤 강원 횡성군 횡성읍 묵계리에서 공군 KA-1 1대가 추락했다고 밝혔다. 조종사 2명은 비상 탈출해 소방당국에 의해 이송됐으며, 의식이 명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민가와 근접한 곳에 추락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추락 사고 현장은 민가와는 불과 300m, 인근 초등학교와는 직선거리로 50m가량 떨어져 있다. 민가 피해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으며 군 당국은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에는 북한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에 대응해 군이 쏜 현무-2C 탄도미사일이 비정상 비행을 하다 발사 예정 방향과 반대인 군부대 내부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월에는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1발에 대응해 군이 NLL 이북으로 공대지 정밀유도무기를 발사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등 사고가 이어졌다.
이날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상황과 관련해 오는 27일 합참전비태세검열실에서 작전 전반에 대한 조치 경과 확인을 위해 현장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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