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전 대법관님 '염치' 아시나요
'남의 자식을 죽여 자기 자식을 살리는 건 매우 옳지 않다.'
퇴계 이황은, 손자가 '아내의 모유가 모자라 아기가 나날이 허약해지고 있으니 할아버지 집에 있는 여종 학덕을 급히 보내 달라.' 라고 부탁하자 이렇게 답합니다.
여종 역시 아직 생후 3~4개월 갓난아이를 두고 있었지만 여종을 한양으로 보내면 여종의 아이가 죽을 테니 거절한 건데 결국 퇴계의 증손자는 시름시름 앓다가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퇴계 이황이 후세에 존경받는 이유는 이처럼 학문에서뿐 아니라 삶에서도 도리와 염치를 솔선수범했기 때문입니다.
화천대유 고문을 지낸 권순일 전 대법관이 마침내 변호사로 등록했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대법관 시절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선거법 위반 재판을 전후해 김만배 씨와 8차례나 만났고 재판에서 무죄 취지 의견을 내 재판거래 의혹을 받고 있죠.
또 퇴임 후엔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하며 월 천오백만 원씩의 보수를 받았고 '대장동 일당'이 50억 원씩 주기로 했다는 '약속 클럽'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 뇌물수수, 변호사법,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이 와중에 반성은커녕 변호사 등록을 철회해 달라는 요구에도 버티다 변호사법상 등록 신청 후 3개월이 되는 오늘 12월 26일 자로 자동 등록이 된 겁니다.
이걸 변호사법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을까요. 만약 권 전 대법관에 대한 수사가 끝났다면 검찰과 경찰이 지난 정권부터 지금까지 1년 넘게 수사를 질질 끌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수오지심. 맹자는 자기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 등록은 한국의 사법 정의를 비웃는 동시에 법 이전에 염치와 도리의 문제 아닐까요?
아울러 질질 끌고 있는 50억 클럽과 관련된 법조인들에 대한 수사도 좀 더 속도를 내야 할 겁니다.
그래야 사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을 조금이라도 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전 대법관님 '염치' 아시나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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