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친’과 떠난… 망한 여행의 즐거움 선사”

이복진 2022. 12. 26. 20: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김지우 PD
‘나혼산’ 조연출 당시 기안84와 인연
‘지구 반대편 사람들 보고싶다’는 말에
가방 하나와 무작정 떠난 남미 여행
배우 이시언·유튜버 빠니보틀 합류
기안84 매력? 편견 없이 열린 자세
변덕스런 날씨·고산병 악조건에도
‘친한 사람 함께라면 즐겁다’ 메시지

“도피라 그러면 도피고, 제2의 인생이라면 제2의 인생이고… 그런 것을 꿈꿔보지 않아? 나랑 상관없는 낯선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거나 집에서 낮잠을 자는 그런 걸 보는 게 너무 낯선데 그 기분이 너무 좋아.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 같은 그런 느낌. 나는 힘들어도 그런데 가면 재미있을 것 같아. 오지가 좋지 않을까?”(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1화 중)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인기몰이 중인 웹툰 작가 기안84가 김지우 PD와 나눈 말이다. 김 PD는 2013년 3월부터 ‘나 혼자 산다’를 조연출하면서 기안84와 인연을 맺었다. 덕분에 이 독특한 개성을 지닌 젊은 영혼을 잘 알고 있었다. 최근 온라인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김 PD는 “기안84와 달리기나 등산을 하는 등 일상을 많이 보냈다”며 “TV를 통해 보여줄 수 없었던 기안84만의 매력을 어떻게 하면 시청자에게 잘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에서 프로그램이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안84가 지구 반대편에 가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들여다보고 싶다고 해서 그에 맞춰 준비를 하다 보니까 이런 식(‘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으로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웹툰 작가 기안84의 남미 여행기를 담은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김지우 PD는 “기안84가 지구 반대편에 가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들여다보고 싶다고 해서 프로그램이 시작됐다”며 “망한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MBC 제공
그렇게 시작된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는 지난 11일 처음 전파를 탔다.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무작정 남미로 떠난 기안84의 현지 밀착 여행기를 그린 예능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은 출발지와 도착지만 정해준다. 기안84가 인상 깊게 본 ‘아마존의 눈물’의 영향으로 가게 된 페루 아마존 여행의 관문인 이키토스와 기안84가 “죽기 전에 정말 가고 싶다”던 우유니 사막. 유일하게 제작진이 지정해준 장소다. 나머지 중간은 기안84가 채워야 한다. 그렇게 무작정 떠난 10일간의 남미여행, 총 이동 거리는 3만8943㎞. 김 PD는 아마존을 여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기안84가 지구 반대편 사람을 보고 싶다고 했다”며 “특히 ‘아마존의 눈물’을 어렸을 때 보고 뇌리에 박혀 있다고 해서 아마존을 목표지로 했다”고 말했다.

여행에는 기안84와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오랜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찐형’ 이시언, 그리고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함께한다. 빠니보틀이 합류한 것에 대해선 “오랫동안 혼자 여행을 다니고 있는 유튜버인데 다른 사람들과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며 “남미라는 공간이 여행 초심자가 여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아서 그런 부분에서 빠니보틀이 경력자로서 행동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빠니보틀은 2015년 3월 24일부터 여행 관련 영상 유튜브에 업로드를 시작,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가진 국내 여행 구독자 수 1위 유튜버다. 여행 베테랑이지만, ‘기안84’표 날 것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까. 빠니보틀도 의외의 모습을 보여줘 제작진을 당황하게 했다.
김지우 PD
“저희 프로그램은 날 것 같은 모습으로 진솔하게 다가가야 했는데, 빠니보틀이 유튜버 경험을 살려 솔직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기안84, 이시언과 호흡도 좋았죠. 다만 경력직으로 우리는 예상했지만 반전이었습니다. 의외로 허당기를 많이 보여줬죠.”

기안84는 반대로 제작진 예상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줬다. 너무 심한 ‘날 것’이었다. 김 PD는 “기안84가 날 것 같은 면이 있는 줄 알았는데 정말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며 “출발 5시간 전에서야 짐을 챙기고, 옷도 많이 챙겨가지도 않고, 가져간 옷을 계속 입는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기안84는 격의 없는 사람인 것 같아요. 악어고기를 봤을 때도 먹어보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편하게 먹는 등 그런 모습을 보면 이분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단순히 ‘대책 없음’이 아니라 ‘편견 없이 다가가기’인 것 같습니다.”

남미를 여행하면서 어려움도 많았다. 계획 없이 떠난 여행이 주는 어려움이 아니라 ‘남미’라는 곳이 가진 특성, 변화무쌍함이 주는 어려움이었다.

“남미는 변화무쌍했어요. 비가 한창 오다가 멈추기도 하고, 다시 비가 오기도 하고. 한국에서 생각했던 계절감이랑 현지가 다르기도 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 흡혈 파리 때문에 아마존에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고산지대에 갔을 때는 제작진을 포함해 모든 사람에게 고산병이 한 번쯤 찾아왔지요.”

그렇다면 이렇게 무턱대고 떠난 여행에 제작진은 무엇을 담고, 무엇을 남기고 싶었을까. 김 PD는 “망한 여행이 주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연인과 함께 떠나거나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할 때는 모든 게 준비돼 있어야 합니다. 좋은 곳에 머물고 편하게 여행하죠. 하지만 저희는 진짜 친한 사람과 떠나는 여행입니다. 숙소가 좋지 않고 음식이 맛이 없어도 ‘너와 가면 즐거워’라는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제목에도 그런 마음이 담겼습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