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국경조정제 도입에 발등 불 떨어진 정부…2030년까지 철강산업에만 2000억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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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급한 대로 국내 영향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대응하되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를 지킬 수 있게 관련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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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 큰 철강 산업 경쟁력부터 강화...저탄소 생산구조 마련
EU 수출기업 CBAM 대응 역량 강화 위해 수출설명회 추진
검·인증 기관 육성 등 기초 인프라 확충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유럽연합(EU)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하면서 정부가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급한 대로 국내 영향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집중 대응하되 기업들이 탄소배출량 보고 의무를 지킬 수 있게 관련 시스템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31차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EU CBAM 현황 및 대응 방안 등을 논의·의결했다.
CBAM이 뭐길래
CBAM은 탄소 배출에 대한 규제가 약한 나라 제품에 부과하는 추가 관세다. EU는 지난해 7월에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탄소 55% 감축을 목표로 하는 기후대응 패키지를 발표했는데,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산업이 환경규제가 적은 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겨 온실가스 배출 규제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그래서 그 보완책으로 나온 것이 CBAM 제도다. 지난해부터 EU 집행위원회와 이사회, 유럽의회 등이 논의했고 18일 CBAM 최종 법안을 마련했다.
대상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총 6개다. 내년 10월 시작되는 전환 기간 때부터 배출량 보고 의무가 생기고, 제도가 본격 시행되는 2026년 1월부터는 CBAM 인증서 구매 의무가 발생한다. 생산 공정에서 나오는 직접 배출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구매한 열과 전기를 쓸 때 생기는 탄소 배출, 즉 간접 배출도 배출 범위에 포함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대EU 수출 많은 철강, 알루미늄 순으로 타격받을 듯
한국은 특히 EU를 상대로 한 철강 수출이 많아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업종별 대EU 수출량에 따르면, 철강 수출이 43억 달러로 가장 많았고, 알루미늄(5억 달러), 비료(0.05) 등이 뒤를 이었다. 철강의 경우, 수출액도 많지만 고로 비중이 높은 점도 우려된다. 국내 철강업계의 고로 대 전기 비중은 68 대 32에 달한다. EU는 59 대 41 정도다.
알루미늄은 전체 탄소 배출량의 95%가 나오는 투입재를 말레이시아와 호주 등에서 모두 수입하고 있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탄소저감 기술 개발에도 박차...CBAM 대응 역량 강화
정부는 따라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철강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내년부터 2030년까지 시행되는 '탄소중립 산업핵심기술개발사업'에서 철강에만 예산 2,097억 원을 투입한다. ①고로를 전기로 전환하는 등 저탄소 생산 구조를 마련할 계획이다. 또 ②무탄소 연료·원료를 쓰는 하이브리드 제선 기술을 도입하거나 전기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에너지 순환 기술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③내년에 수소환원제철 공정설계 기술도 만들기 시작한다.
중소·중견기업을 포함한 EU 수출기업의 CBAM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실무자 가이드북을 제작해 배포하고, 수출 설명회도 추진한다. 탄소배출량의 측정(Measurement), 보고(Reporting), 검·인증(Verification) 체계인 MRV 간이 시스템도 개발한다.
턱없이 부족한 검·인증 기관 육성 등 기초 인프라 확충
CBAM에 대응하려면 기업들이 측정한 탄소배출량을 검증 및 인증해 줄 기관이 필요한데, 현재 국내에는 로이드, 한국품질보증원, 한국표준협회 등 15개뿐이다. 유럽에 물건을 수출하는 국내 모든 기업이 검·인증을 받기엔 모자란다. 정부는 국내 검증기관 육성 및 역량 강화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제품 탄소 배출량 산정 방법과 관련해 국제 표준을 만들고, 기초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키운다.
탄소중립 설비 구축을 돕기 위해 녹색 금융을 올해 3조8,000억 원에서 내년에 9조4,000억 원으로 확대한다. 자발적 감축 유인 강화를 위해 배출권 시장도 제3자 참여 확대, 증권사 위탁거래 도입 등 활성화 추진을 검토할 방침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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