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규놀이는 쓰레기통으로…내년 38세 베테랑, 2023년 야구드라마 기대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비록 정규시즌 타율은 1할대(0.199)까지 추락했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에 존재감을 드러내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키움 이용규는 2020시즌 직후 한화에서 퇴단했다. 키움은 단돈 1억원에 이용규를 붙잡아 ‘가성비’의 끝을 보여줬다. 이용규는 2021시즌 133경기서 타율 0.296 1홈런 43타점 88득점 17도루 OPS 0.765를 기록했다. 부동의 톱타자로 활약하며 키움 타선의 가려운 곳을 긁었다.
아울러 박병호(KT)와 함께 강력한 덕아웃 기둥이 됐다. 숫자에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까지, 빠르게 영웅군단에 스며들었다. 그 결과 올해 이용규는 연봉이 4억원으로 인상됐다. 키움으로선 인상폭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사실 올 시즌 생산력은 다소 떨어졌다. 86경기서 타율 0.199 21타점 34득점 12도루 OPS 0.547이었다. 야시엘 푸이그가 외야 한 자리를 완전히 차지했고, 이용규는 10살 넘게 차이 나는 후배들과 좌익수 한 자리를 놓고 플래툰으로 기용됐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다. 포스트시즌이다. 홍원기 감독은 베테랑의 저력을 믿고 이용규의 비중을 확연히 높였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서 타율 0.364 3득점 1도루로 펄펄 날았다. LG와의 플레이오프 4경기서는 타율 0.222 2타점으로 주춤했고, SSG와의 한국시리즈서는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그래도 이용규는 베테랑다운 모습으로 라커룸의 기둥 역할을 해냈다. LG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서 어이없는 실책 퍼레이드로 패배한 뒤 직접 후배들을 강하게 다독였고, 포스트시즌서 ‘용규놀이’를 사실상 버리며 화제를 모았다.
의도적 파울커트를 최소화하고 2~3구 이내에 결론을 내는 타격을 선보였다. 어차피 포스트시즌은 강한 투수만 나오니 ‘투구수 늘리기’에 의한 강판 유도보다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리기 전에 확률 높은 타격을 하는 게 낫다는 결론이었다.
이용규에게 2023년은 새로운 도전의 시즌이다. 푸이그가 퇴단했지만, 퓨처스 FA 이형종이 가세했다. 어울러 ‘영원한 기대주’ 임병욱이 본격적으로 풀타임 복귀 시즌을 준비한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서 두각을 드러낸 김준완, 임지열 등 젊은 외야수도 즐비하다. 자칫하다 이용규로선 1군에서 자리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내년에 프로 20년차를 맞이할 이용규에겐 후배들이 갖고 있지 않은 ‘생존의 노하우’가 있다. 키움은 내년에 진지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한다. 이용규가 해줘야 할 몫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올해 다소 주춤했기 때문에, 오히려 내년 시즌 준비의 동기부여가 확실하게 될 수 있다.
[이용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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