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 디지털 서비스, AI·데이터로 경쟁력 키운다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이 빨라지면서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관심과 이용도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오프라인의 제약을 넘어 각지의 온라인 서비스들이 웹·앱 형태로 전국의 고객을 공략한다. 이처럼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자 AI(인공지능) 활용도 확산된다. 그 근간을 이루는 데이터의 중요성은 이제 두말할 나위 없다.
◇AI로 신분증 도용·위조 잡아낸다= 광주광역시의 IT스타트업인 아이티앱스는 AI(인공지능) 기반 모바일 신분증 검사 앱 '나이스캐치'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미성년자가 도용 또는 위·변조된 신분증으로 술·담배 등을 구매한 게 적발돼 해당 영업장이 영업정지 등 피해를 보는 일은 여전히 비일비재하다. 현행 식품위생법상 신분증 도용·위조 때문에 영업자가 미성년자라고 인식하지 못한 경우 행정처분이 면제되지만, 그 사실 입증이 쉽지 않다. 이에 '나이스캐치'는 얼굴인식 기술로 소상공인도 간편하게 앱으로 신분증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하지만 매장마다 다른 조명, 촬영한지 오래된 사진 등 각종 변수로 인식률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 서비스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아이티앱스는 고민 끝에 데이터 바우처를 신청, 공급기업 알체라와 매칭되며 돌파구를 찾았다. 인물 하나당 촬영이미지 72장으로 총 3만6500장의 데이터셋을 마련하고 전문적인 전처리·가공을 거쳤다. 이를 결과 얼굴인식 정확도가 14% 상승해 98.5%까지 올라갔으며, 검출시간도 기존의 3분의 1 수준인 0.4초로 줄었다.
조춘호 아이티앱스 대표는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 입장에선 데이터 구매가 쉽지 않고 직접 가공하기에도 기술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데이터 바우처를 통해 이런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면서 "새로워진 '나이스캐치'를 안드로이드 버전은 내년 1월 초, iOS 버전은 2월 초에 출시하며 고도화·활성화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아 건강도 이젠 AI로 챙기자= 대구광역시의 IT스타트업인 나래씨엔디는 의료 편의를 위한 앱, 특히 산부인과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태아의 심박을 모니터링, 그 안정성을 바탕으로 태아 건강까지 예측하는 '데이로그' 앱을 개발 중이다. 우리사회에서 결혼·출산 평균연령이 지속적으로 높아짐에 따라 임산부와 태아의 건강에도 이전보다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 착안한 서비스다.
당초 '데이로그'는 기존에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태아 심음 측정기를 활용, 통상 월 1회 주기로 산부인과에서만 들을 수 있었던 태아의 심장 소리를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들을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로 기획됐다. 그러던 중 나래씨엔디는 데이터 바우처 신청을 계기로 서비스 고도화를 결정, 심박 안정성에 따른 건강 예측모델까지 탑재함으로써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공급기업 빅데이터AI와 함께 태아 심박에 따른 상태를 분류,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서비스를 구현했다.
정하석 나래씨엔디 대표는 "데이터 바우처를 통해 AI 학습용 데이터 가공에 도움을 받았다. 이런 부분은 전문인력이 필요해 비용 부담이 큰데, 적재적소에 큰 도움을 받은 것 같다"면서 "이번에 개발하는 태아 심박 측정 및 건강 예측 서비스는 내년 3월 베타테스트를 거쳐 6월에 선보일 예정이다. 영남권 거점 병원 중심으로 이미 서비스 중인 모바일 산모수첩과 결합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데이터 기반 맞춤형 명품 마케팅= 제주 서귀포시에 위치한 럭셔리앤올은 명품 수선·케어 관련 국내 최대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명품 수선 등 관리를 원하는 고객과 수선사를 연결하는 서비스로, 현대백화점 신촌점을 비롯해 4곳의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하고 있다. 명품 관련 전 생애주기를 함께하는 서비스를 표방하며 지속적으로 확장을 꾀하고 있다.
럭셔리앤올은 데이터 바우처를 통해 마케팅을 강화하며 수익을 높였다. 명품 수선 데이터는 구할 수 없었지만 롯데유통채널의 명품 판매 데이터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 수선 시기가 도래한 고객 프로필을 분석, 명품 수선 의향이 발생할 만한 잠재 고객군을 분류했다. 특정 브랜드에 대한 실질적인 선호도, 구매패턴 등을 분석해 수선 니즈를 파악했다. 이는 또 다른 플랫폼 이용자인 수선사들이 미리 원부자재를 마련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럭셔리앤올 관계자는 "처음에는 이 데이터를 얼마나 활용할 수 있을까, 효과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바탕으로 직접 마케팅을 펼쳐보니 생각 이상으로 좋은 성과를 얻었고, 특히 수요 예측 등에 도움이 됐다"면서 "명품 소비부터 수선까지 고객 패턴에 대해 좀 더 알게 된 만큼 명품 생애주기 관리 플랫폼으로서 더욱 입지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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