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반도체에 국가역량 집중할 때다

2022. 12. 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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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희 한국연구재단 수석연구위원

3년 전인 2019년 7월부터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사실상의 보복조치로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인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불화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에 대한 대(對)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우리나라는 갑작스런 반도체 제조 원료의 공급망 중단으로 한때 어려움을 겪었으며, 지난달 러시아의 반도체 가스 무기화라는 뉴스에 다시 한 번 가슴을 조이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발전한 반도체 공급망의 글로벌 구조 덕분에 반도체 업계는 비용 절감 및 성능 향상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도약해 궁극적으로 정보기술 및 디지털 서비스의 폭발을 가능하게 했다. 반도체는 원유, 정유, 자동차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제품이며 설계 및 제조가 매우 복잡한 제품으로 높은 수준의 연구개발과 자본지출이 필요하다. 그 결과 기술 노하우와 규모의 필요로 고도로 전문화된 글로벌 공급망이 구축됐다.

미국은 경쟁 우위의 대학, 엔지니어링 인력, 시장 주도의 생태계 기반 전자설계 자동화(EDA), 핵심 지적재산권(IP) 등 연구개발 집적 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약 25만여명의 근로자 직고용과 함께 미 반도체 기업의 2020년 총매출은 2080억 달러에 달했다. 동아시아 지역은 정부지원 및 우수한 인프라, 숙련된 인력 기반의 웨이퍼 제조가 특징이다. 특히 중국은 기술 및 자본집약도가 낮은 조립, 패키징, 시험분야의 선두주자로 향후 가치 사슬 전체 확장을 위한 공격적 투자를 진행했다. 해당 지역의 글로벌 공급을 통해 세계적인 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했다.

그런데, 지난 몇 년 동안 우리가 겪었고 예상하고 있는 것 같이 글로벌 모델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몇 가지 새로운 요인이 등장하였다. 각 정부 및 업체는 시장, 기술, 자본, 인재에 대한 전 세계적인 접근의 지속적 촉진과 공급망의 탄력성 증대를 위한 협력이 필요하나, 각 지역별 자체 경제 및 안보 등의 고려로 취약성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품목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수십 개이며, 이것들은 각 지역별로 상이한 리스크 수준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제조 능력의 약 75% 및 실리콘, 웨이퍼, 포토레지스트, 기타 특수 화학물질 등 핵심재료 공급업체 대다수가 중국과 동아시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높은 지진활동과 지정학적 긴장에 노출된 지역이다.

나노 단위 반도체의 세계 최고 제조능력은 한국과 대만이다. 그러나 자연 재해, 인프라 중단, 국제 분쟁 등이 상존해 칩 공급 차질이 우려된다. 지정학적 긴장 등에 의한 수출통제 발생 가능성 등으로 특정 국가에 집중된 필수적 기술, 도구, 제품 공급업체에 대한 접근 제한은 언제든지 이뤄질 수 있다. 심한 경우 반도체산업의 현 수준 연구개발 및 자본 집약도 유지 능력에 손상이 예측된다. 그러므로 현재 미국은 취약한 공급망, 악의적인 공급망 중단, 기존 및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반도체의 사용 및 공급망 내 기업의 지속적인 수익성 관련 문제, 수요자 밀집도 및 지정학적 요인, 전자제품 생산 네트워크 효과, 인적 자원 격차, IP 도난, 혁신의 이익을 포착하고 사적 및 공공 이익을 조정하는데 있어서의 문제 등과 같은 글로벌 공급망 위협요인을 들고 이를 극복하는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는 중이다.

반도체는 고도로 발달한 제조 프로세스로 제조되는 매우 복잡한 제품이다. 개선을 위해서는 수년이 소요되는 어려운 과학적 발견과 개발 및 상용화를 필요로 한다. 반도체 산업의 빠른 혁신 속도는 막대한 투자와 정교한 글로벌 가치사슬 및 전세계에 걸친 고도로 전문화된 기업과 연구소가 참여하는 연구 인프라의 결과다. 전자 서브 시스템의 특정 기능에 최적화된 30개 이상의 반도체 제품 카테고리가 존재한다. 또한 제작을 위해서는 원료 웨이퍼, 범용 화학물질, 특수 화학물질, 다량의 가스 등 300가지의 재료가 필요하다. 반도체 설계 및 제작에 참여하는 고도로 전문화된 공급업체들은 보통 여러 국가에 위치한다. 따라서 칩은 전 세계 여러 국가를 누비게 된다. 이러한 반도체의 특성상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위험 및 취약성은 중요한 요인이 된다.

우리의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팎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이제 IMF 극복과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애쓰던 우리들의 노력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뭉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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