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의 움직임 속 나긋나긋함, 율동성…춤사위와 맥이 닿죠”

박임근 2022. 12. 2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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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쉽지 않은 상상을 서예가인 김병기(68) 전북대 명예교수와 무용가 홍화영 두댄스무용단 대표가 합을 합쳐 현실로 만들었다.

오는 31일 오후 4시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서예와 무용이 만나는 공연 <사이간(間)> 이 열린다.

그는 그동안 서예와 무용의 합동공연을 5차례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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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가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서예·무용 융합공연 ‘사이간’ 연출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가 지난 23일 전북 전주 자신의 사무실에서 연말에 선보이는 서예와 무용을 융합한 공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임근 기자

‘한지 위에 붓글씨를 쓰는 서예와 무대 위에서 역동적인 몸놀림을 표현하는 무용이 한 자리에서 융합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이런 쉽지 않은 상상을 서예가인 김병기(68) 전북대 명예교수와 무용가 홍화영 두댄스무용단 대표가 합을 합쳐 현실로 만들었다.

오는 31일 오후 4시 전북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서예와 무용이 만나는 공연 <사이간(間)>이 열린다.

총감독을 맡은 김 교수는 “우리말 ‘사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하나는 물리적 틈새인 간격을 나타내고, 다른 하나는 갑과 을 사이의 관계인 인연을 뜻하기도 한다. 이 공연은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다”고 말했다. 봄은 겨울과 봄 사이에서 싹이 터서 봄이라는 이름으로 활짝 열리고, 여름은 봄과 여름 사이, 가을은 여름과 겨울 사이, 겨울은 가을과 겨울 사이에서 생명을 준비한다. 사이는 여유이고 휴식이며 새 생명이 탄생하는 틈으로, 그 사이는 너와 나를 연결하는 끈이다. 그동안의 시도에서는 서예의 필획과 무용의 동작이 각각이어서 연관성이 제대로 살아나지 않았는데, 이번 공연은 서예와 무용이 인연으로써 하나의 예술공동체로 승화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서예와 무용의 만남 공연 <사이간(間)> 포스터.

그는 그동안 서예와 무용의 합동공연을 5차례 시도했다. 하지만 붓글씨를 쓴 다음 무용이 이어지면서 연결성이 부족해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에는 동시성을 택했다. 사전에 자신의 글씨 쓰는 모습을 촬영해 영상으로 무대 벽면에 띄우고 동시에 안무를 선보인다. “허리까지 써서 먹물을 머금은 붓끝을 움직이면 거기엔 나긋나긋함과 율동성이 있습니다. 멀리뛰기 때 도움닫기를 하는 것처럼, 유연한 탄력을 많이 받을수록 필력이 살아나죠. 이 운동감이 무용의 춤사위와 맥이 닿습니다.”

공연은 ‘겨울과 봄 사이’ 등 5가지 장면으로 꾸렸다. 그는 “2022년과 2023년 사이 세밑에 성찰의 밤을 위해 공연을 기획했다. 코로나19로 적잖이 힘들었던 올해 마지막을 서예와 춤의 공연을 보며 위로받고 새해를 준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4년 루마니아에서 한 서예 공연. 김병기 명예교수 제공

“서예는 다른 분야와 달리 감동적인 글귀가 있습니다. 물질적 풍요와 얇은 문화에 집착하며 삶의 깊이를 살필 수 있는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요즘, 대중들이 인문학과 고전에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서예와 무용의 융합을 시도했습니다. ‘사이’를 통해 새해 만사형통 희망을 드립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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