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민생”… 스토킹·보이스피싱 처벌법 등 줄줄이 해넘겨
처리 공언했던 與 9개, 野 6개 법안
대부분 상임위·법사위 문턱 못넘어
‘공공기관 알박기 방지법’도 공전만
연내 처리 난망… 일부 발의도 안돼
여야 대치 장기화에 민생 뒷전으로
“약자와 민생, 미래를 위한 새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추진할 10개 법안을 선정했습니다.”(같은 달 25일 국민의힘 성일종 정책위의장)
여야가 올해 정기국회를 앞두고 최우선 처리를 공언한 민생 법안 대다수가 해를 넘기게 됐다. 이달 9일 정기국회 종료일 하루 전 양당 공통의 관심사였던 ‘납품단가연동제’ 도입 법안(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가까스로 본회의를 통과한 것을 제외하곤 여야가 제시한 9개, 6개 법안의 연내 처리가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다. 대부분 소관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단계에서 계류돼 있다. 일부 법안은 발의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비쟁점 법안으로 꼽히는 일명 ‘보이스피싱 처벌법’, ‘스토킹범죄피해자보호법’ 등 민생 법안들도 법사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양당 정책위의장과 원내수석부대표,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로 구성된 ‘3+3 정책협의체’를 꾸려 연내 처리를 목표로 논의에 불을 지핀 이른바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방지법’ 역시 기약 없이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26일 국민의힘과 민주당에 따르면 각 당이 올해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를 목표로 했던 10대(여)·7대(야) 입법 과제 대다수가 소관 상임위나 법사위에 계류 중이거나 발의조차 되지 못한 상태다. 유일하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은 납품단가연동제 관련 법안뿐이다. 앞서 민주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22대 민생 입법 과제 중 노란봉투법(노동조합의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법안) 등 7개 법안을 추려 중점 추진과제로 선정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은 현재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돼 있다. 민주당이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단독으로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인 법사위에서 가로막혔다. ‘기초연금확대법’은 아직 발의조차 되지 않은 채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7대 입법에 대응해 10대 최우선 추진 법안을 선정했다. 그러나 사정은 마찬가지다. 국민의힘 반도체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은 세액공제 비율에 관한 여야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공전 중이다. 10대 법안 중 하나인 장기공공임대주택법 개정안은 야당의 거센 반대로 소관 상임위 소위에 상정조차 안 됐다.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예산부수법안 등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시급한 민생 법안들의 처리가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는 “결국 여야가 쟁점 법안들과 (민생 법안들을) 연계하려 하기 때문에 합의가 쉽게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며 “크게 쟁점이 없는 민생 법안들이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차 특임교수는 “어쨌든 여야가 정치적 힘겨루기를 자제하고 민생에 더 신경 쓰는 방법밖엔 없다”고 부연했다.
김주영·김병관·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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