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깜깜이 회계’에 칼 빼든 정부, 3년치 회계서류 보존 명령

조합원 1000명 이상 253곳
감사 의무화… 결과 공표 검토

정부가 전문성을 갖춘 회계감사원이 1년에 두 차례 이상 노동조합 회계 감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공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조합원 1000명 이상의 노동조합은 재정 운영 관련 서류를 비치하도록 하고, 정부도 이를 점검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노조 부패 척결’ 의지에 맞춰 노조 재정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조합 재정 투명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6일 이런 내용의 노조 재정 투명성 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노조의 재정이 투명하게 관리되는지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커지고, ‘깜깜이 회계’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노조가 기업에 대해서는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자기 통제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을 구체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 노조의 감사 결과 공표를 검토하겠다”며 “노조의 재정 투명성 제고를 뒷받침하는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우선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대규모 노조와 상급단체 253곳에 내년 1월 말까지 노동조합법상 갖춰야 하는 재정 운용 관련 서류를 비치토록 안내할 예정이다. 노조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조합원 명부와 임원의 성명·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이 담긴 3년치 서류를 놔둬야 하는데, 정부가 이행 상황을 점검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했다. 정부는 노조에 자체 점검 결과를 보고하게 하고, 위반 시 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고용부는 노조 회계감사원 자격 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노동조합법상 회계 감사가 의무화돼 있지만 이를 시행하는 감사원의 자격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노조 지도부가 지목한 내부 관계자가 맡는 경우가 많아 전문성과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 현행법에는 회계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공표하도록만 돼 있는데 이를 ‘언제’, ‘어떻게’ 공표해야 하는지 구체화할 계획이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