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28일 검찰 출석 어렵다…이후 일시·방식 협의"

류정화 기자 2022. 12. 26.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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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모레(28일) 검찰의 소환 통보에 응할까요? 민주당 차원에선 "일정 때문에 출석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오늘 분명히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당내 일부에서는 소환에 응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왔는데요.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이 대표는 '친문·비명'계에 구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관련 소식을 류정화 상황실장이 정리했습니다.

[기자]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음성대역) :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단 하루라도 천국을 생각해보지 않은 날이 없다. 하루하루의 생활이 지겨웠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1970년대 도시빈민의 삶을 다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일명 '난쏘공'의 일부분입니다. 이 소설을 쓴 조세희 작가가 어제 크리스마스에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기왕 있었던 지병이 코로나로 악화됐다고 합니다. 저도 참 좋아하는 작가였는데요. 한때 문학소녀로서 오늘은 조 작가를 애도한 두 사람의 메시지로 상황실 발제를 끌어가보려고 합니다. 먼저 문재인 전 대통령입니다.

[문재인/전 대통령 (페이스북 음성대역) : 조세희 선생님이 꿈꾼 세상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분노할 힘마저 부족한 시대를 살고 있다' '냉소주의는 우리의 적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라고 하셨던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문 전 대통령, 조 작가가 꿈꿨던 세상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며 '시대'를 언급했습니다. 최근 '사법리스크'에 직면한 이재명 대표, '검찰독재'와 '정치보복', '야당 탄압'이란 프레임으로 맞서고 있죠. 우군을 모으는 방법일까요. 문 전 대통령과 '친문 혹은 비명'계 인사들 끌어안기에 적극 나섰습니다. 일단 새해 초 부산과 울산·경남 민심경청 투어 때 문 전 대통령과의 만남 일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본인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표적인 '친문' 인사인 김경수 전 지사가,'복권없는 사면'을 거부했지만 윤석열 정부가 MB 사면의 들러리로 삼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23일) : 서해 피격이나 월성 원전 같은 전 정부를 겨냥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중대 범죄자들을 풀어주기 위해서 야당 인사를 들러리,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통합이 아니라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내 편 챙기기에 불과합니다.]

이 대표는 오늘 친문·비명계 인사들을 대거 당직에 임명하기도 했습니다. 문재인 청와대 일자리 수석이었던 정태호 의원을 민주연구원 원장에, 친문 싱크탱크 '민주주의4.0' 모임 출신의 이학영 의원을 당무감사원장에 임명한 겁니다. 특히 정 의원의 경우 이 대표가 직접 전화해서 직을 맡겼다고 하는데요. 적극적인 친문 끌어안기로 당의 단합을 모색하는 모습입니다. 이 대표가 직접 복당을 주장했던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오늘 당 고문으로 위촉됐습니다.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 이번 인사는 모두 능력과 경륜을 감안해서 인사가 이뤄졌다, 이렇게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오늘 발제, 조세희 작가를 애도한 사람들 얘기로 끌어간다고 말씀 드렸죠. 문 전 대통령 말고,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도 20여일 만에 페이스북에 긴 글을 썼습니다.

[이낙연/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페이스북 음성대역) : 우리사회의 그늘과 약자들에게 햇볕을 보내라고 호소하셨습니다.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방향을 잃고 있습니다. 노인과 빈곤층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자는 의료복지정책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경제와 안보의 복합위기가 몰려오지만 과연 어떤 고민을 하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이 전 대표는 정책적인 부분을 짚으면서 한국 사회, 혹은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메시지를 냈는데요. 미국에 체류 중인 이 전 대표의 구체적인 메시지, 또 다른 방향의 해석을 낳았는데요. '비명계'의 구심점으로서 정치 재개를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마침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 30여 명은, 기존의 '반성과 혁신' 토론회를 새해부터는 '민주당의 길' 토론회로 규모를 더 키우기로 했단 소식이 들려온 즈음인데요. 이 모임에 속한 의원들은 주로, 이 대표 개인의 사법리스크는 당 차원이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을 펴는 사람들입니다. 이 때문에 당내 일각에선 '이재명 대표 이후'를 대비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원욱/더불어민주당 의원 (CBS '김현정의 뉴스쇼' / 지난 7일) : 임계점으로 점점 다가오고 있달까, 이런 느낌입니다. 물이 100도가 돼야 끓잖아요. 90도까지는 안 끓지 않습니까. {한 90도까지 갔어요?} 70~80도.]

[김종민/더불어민주당 의원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 지난 12일) : 유동규 씨는 누가 뭐래도 이재명 시장이 임명했던 정치적 인사였잖아요. 이재명 대표나 주변에서 우리는 책임이 없다, 이거는 사실 설득력이 별로 없습니다.]

당내 지지자들 사이에선 '친명' 과 '비명'계의 감정의 골이 이미 깊은 상황인데요. 관련 소식 들어가서 더 얘기해보고요. '사법리스크'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대응, 당장 급한 건 모레, 28일로 예정된 검찰의 소환에 응할지 여부에 대한 겁니다. 국민의힘은 결백하다면 출석하라고 이 대표를 압박했습니다.

[정진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 이재명 대표는 자신이 돈 잘 버는 유능한 변호사라고 자부해왔습니다. 법리를 잘 아는 변호사가 검찰수사를 왜 이렇게 피하려 하십니까. 이재명 대표는 스스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며 단돈 1원의 사적 이득을 취한 일이 없다라고 주장해왔습니다. 검찰수사에 당당하게 맞서 싸우겠다라고 한 약속을 이 대표는 지키시길 바랍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가 당당하게 출석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박용진 의원은 "정치적으로는 비판하고 사법적으로는 대응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했습니다. 반론을 펴면서 무죄를 입증할 계기로 삼아야 한단 취지인데요. 검찰의 '탄압'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조사에 응해야 한단 주장도 있었습니다.

[박지현/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 (CBS '김현정의 뉴스쇼') : 검찰 조사에 순순히 응하는 것, 그냥 제대로 당해 주는 것, 당할 만큼 당해줘야 국민들께서도 '이건 정말 검찰 탄압이다', 이거는 정말 정적을 내쫓으려는 윤석열 정권의 이런 문제를 이제 좀 보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반면 당 검찰독재 정치탄압 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범계 의원은 "피의자로서의 방어권을 존중해줘야 한다"고 했는데요. 검찰소환 불응, 체포 동의안 제출 등의 과정이 이어질 경우, '방탄'이란 비판이 나올 수 있겠죠. 박 의원은 "방탄 비유는 검찰의 논리"라고 일축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중범죄 혐의가 명백한 대통령 가족은 언제 소환조사를 받을 거냐"고 응수하며, 사실상 소환 불응을 시사한 바 있는데요. 민주당은 오늘 이번엔 출석하지 않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28일은 민생투어와 국회 본회의가 예정돼있는 날인데, 검찰이 사전조율 없이 일방 통보를 해왔단 이유입니다.

[안호영/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 : 검찰이 이번에 통보를 할 때 검찰에 있는 그 협의해야 된다는 이런 규정에도 반해서 일방적으로 팩스로 통보를 했고 지금 28일날 내일모레, 지금 당의 최고위원회 일정이 광주에 좀 정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당에서는 출석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향후에 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이 또 출석 내용 관련된 요청이 오면, 협의 요청이 오면 그때 가서 판단을 하겠다.]

여기에 더해 민주당은 주말 사이 이 대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고위 간부들의 이름과 사진이 담긴 웹자보를 공개했죠. 여기엔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홍승욱 수원지검장, 이창수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등을 비롯해, 검사 16명의 이름과 사진이 담겼습니다. 지난 최고위 회의에서 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나열하며 '윤석열 사단'이라고 했던 박찬대 최고위원의 발언이 토대가 됐습니다.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지난 23일) : 수사를 지휘하고 담당하는 검사들 대다수가 소위 윤석열 사단입니다. 서울중앙지검의 경우 대통령 취임 직후인 5월 18일 '윤석열 사단' 송경호 검사가 지검장으로 임명되며,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먼지털이 수사가 본격화되었습니다.]

김의겸 대변인은 "이 대표를 겨냥한 검사가 60여명,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검사가 90여 명으로 합치면 150명이 넘는다"며, 필요하다면 이들을 모두 알리겠다고 밝혔는데요. "야당파괴와 정적제거 수사에 나선 검사들의 어두운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열성 지지자들에게 신호를 주는, 이른바 '좌표찍기'라면서 "검찰에 대한 협박"이라고 했습니다.

[정점식/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 부패사건 수사가 어두운 역사입니까. 검찰에 대한 수사 중단 협박일 뿐입니다. 어떻게든 야당 탄압, 보복수사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은 알겠지만,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항의하라고 당이 열성 지지자들에게 좌표를 찍은 것 아니냐'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에 대해 민주당 스스로가 답을 해야 될 것입니다.]

민주당의 검사 명단공개를 또 강력 비판한 사람, 다름 아닌 한동훈 법무부 장관입니다. 한 장관은 '공직자들을 조리돌림하는 것'이라며 한 걸음 더 나아가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개인의 형사 문제를 모면해 보려고 공당의 공식조직을 동원해서 적법하게 공무를 수행 중인 공직자들에 좌표를 찍고 조리돌림 당하도록 공개적으로 선동하는 것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겁니다.]

한 장관은 "검사 명단 공개로 어두운 역사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고 했던 김의겸 대변인의 주장에 대해선 "그런 말을 진짜 했느냐"고 되묻기도 했는데요. 검찰수사를 강하게 비판한 이 대표를 직격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표 (지난 23일) : 윤 정권의 망나니 칼춤을 좌시하지 않겠습니다. 파렴치한 야당 파괴 조작수사에 최전선에서 당당히 맞서고 싸워 이기겠습니다.]

[한동훈/법무부 장관 : 다른 국민하고 똑같이, 제가 이미 말씀드렸지만, 다른 국민들이 따르는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이 있는데요, 그 사법시스템 내에서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소상히 설명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민주당은 한동훈 장관을 향해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도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한 장관은 "지난 정부 때부터 수사해온 것으로 안다"고 답했습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이재명, 일정상 출석 못 해"…한동훈 "검사 공개, 조리돌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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