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10년간 연탄 10만 장 날랐다…열혈남자의 ‘이유있는’ 봉사
■ 프로그램명 : 통합뉴스룸ET
■ 코너명 : 호모 이코노미쿠스
■ 방송시간 : 12월26일(월) 17:50~18:25 KBS2
■ 출연자 : 박형진 연탄 배달 자원봉사자
■ <통합뉴스룸ET> 홈페이지
https://news.kbs.co.kr/vod/program.do?bcd=0076&ref=pMenu#20221226&1
[앵커]
경제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읽어보는 호모 이코노미쿠스입니다. 겨울 되면 어머니들 하시던 말씀이 있습니다. 김장하고, 쌀 들여놓고, 그리고 연탄 쌓아두면 월동 준비 끝났네 하시던 것. 먹을 거, 불 땔 거 준비해놔야 두 다리 뻗고 주무시던 우리네 부모님들이시죠. 한파가 닥치면 연탄이 절실해지는 이들을 위해 10년째 온기를 불어넣고 계신 분이 있습니다. 연탄 배달 봉사자 박형진 씨 오늘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답변]
안녕하십니까.
[앵커]
크리스마스는 어떻게 보내셨습니까?
[답변]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도 연탄 배달 봉사 일정이 있었는데요. 전주에 내린 폭설로 인해서 일정이 취소가 되었고 다음 봉사를 위해서 체력 충전하는 시간으로 보냈습니다.
[앵커]
그래요? 충전된 체력은 이제 언제 쓰십니까? 언제 예정돼 있습니까?
[답변]
이번 주 내내 일정이 있는데요. 저는 이제 개인적으로 주말에 같이 할 예정입니다.
[앵커]
연탄 배달 봉사를 10년째 올해로 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어떻습니까, 요즘도 여전히 연탄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은가요?
[답변]
예, 많습니다.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기름값이 많이 인상되다 보니까 어려워가지고 기름보일러를 다시 연탄보일러로 전환하신 세대가 많아져가지고요.
[앵커]
올겨울에는 몇 가구 정도, 어느 지역, 몇 장을 목표로 하고 계세요?
[답변]
전라남북도 포함해서 9천 세대가 연탄 세대인데요. 저희가 지금 50만 장을 목표로 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보통 취약계층의 거주지는 높은 산자락에 위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깔딱고개도 여러 번 넘어야 될 것 같고 배달하시면서 굉장히 힘든 점이 많으실 것 같은데 어떤 게 가장 어렵습니까?
[답변]
아무래도 체력적으로 힘들어질 때가 있거든요. 대부분의 연탄 세대들이 고지대 지역에 많이 몰려있다 보니까 봉사자들이 많을 때는 릴레이식으로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개개인이 손으로 들어서 옮겨야 되는 경우가 있어요.
[앵커]
연탄 한 장 무게가 어느 정도 되죠?
[답변]
약 3.5kg 정도 됩니다.
[앵커]
3.5kg. 꽤 무거운 건데 사실 우리 사회가 다 같이 짊어져야 될 짐인데 혼자 지고 계신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몇 장까지 들어보셨습니까?
[답변]
저는 8장까지. 양손에 4장씩 해가지고 8장까지 한번 들어봤습니다.
[앵커]
그럼 그다음 날 팔에 알배기고 그러지 않습니까?
[답변]
팔이 좀 아리고 그렇죠.
[앵커]
연탄을 배달할 때도 힘들지만 배달하고 난 다음에 힘든 점도 있으실 거 같은데.
[답변]
하고 나면 아무래도 연탄 가루가 날리거든요. 그러면 콧잔등 이런 데 검게 변한다거나 아니면 콧속에 콧물이 검게 나오기도 하고 목이 칼칼해지고 그런 경우도 있죠.
[앵커]
목 칼칼할 때는 어떤 음식 드세요?
[답변]
끝나고 나서 돼지고기 쪽으로 해가지고
[앵커]
기름진 음식?
[답변]
예. 김치찌개나 삼겹살, 두루치기.
[앵커]
요즘 연탄 한 장당 얼마 정도 합니까?
[답변]
지금 850원 정도 하고 있습니다.
[앵커]
850원 정도. 그럼 연탄 구입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세요?
[답변]
대부분 개인 후원자분들이 다 십시일반 이렇게 후원해 주셔가지고 충당하고 있습니다.
[앵커]
올해는 물가도 오르고 금리 부담도 있고 해서 후원이 줄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드는데.
[답변]
오히려 코로나 시국보다 더 많이 줄어가지고요. 거의 한 50% 정도가 줄었다고 하십니다.
[앵커]
이렇게 연탄 봉사활동을 하시게 된 개인적인 사연이나 계기 같은 게 있으셨나요?
[답변]
제가 개인적으로 사업을 하던 것을 접고 방황하고 힘들어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래서 우울증 증상까지 오고 그래서 그런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 지인이 전주 연탄 은행의 윤국춘 대표님을 소개해 주셔가지고 그게 계기가 돼서 봉사를 하게 됐습니다.
[앵커]
글쎄요. 봉사 첫날은 기분이 어떠셨을까요? 내 코가 석 자인데 내가 남을 돕는 일에 나서도 되는 건가 하는 약간 자기모순이 좀 있었을 거 같기도 하고 갈등이 있으셨을 거 같아요.
[답변]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많이 망설여졌는데요. 막상 가서 이렇게 봉사하면서 수혜 받으시는 분들 보고 나니까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고요. 저를 다시 한번 다시 세우게 되는 그런 다짐을 하고 왔습니다.
[앵커]
그래서 접었던 사업도 다시 회복을 하셨습니까?
[답변]
예.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가지고요. 지금은 나름 많이 좋아진 상황입니다.
[앵커]
지금 어떤 일 하시는데요?
[답변]
도서관에 있는 책 이런 것들을 소독하는.
[앵커]
소독하는 일이요? 연탄 배달하시고 검은 재 많이 쓰고 오셔서 그다음 날 책 소독할 때 뭔가 말끔하게 씻겨 나가는 느낌도 들고 하시겠네요.
[답변]
같이 먼지를 많이, 책 소독할 때도 먼지를 많이 먹게 되는데 다 끝내고 나면 아무래도 개운하고 뿌듯한 이런 것들이 생기죠.
[앵커]
지금까지 참 여러 가지 아프고 힘겨운 그런 이웃들을 많이 보셨을 텐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가정, 떠오르시는 분들이 있으신가요?
[답변]
예, 있습니다. 어머니 혼자서 아이 둘을 키우신 가정이 있었는데요. 그러던 중에 초등학교 2학년인 동생이 뇌출혈 증상으로 쓰러져가지고 병원 생활을 오래 하게 됐어요. 그런데 그 아이가 퇴원해가지고 다시 집으로 와서 생활하게 되는데 그 집을 청소하고 소독하는 일을 그런 봉사를 저희가 하게 됐어요. 그랬더니 그걸 하고 나서 할머니께서 너무 감사하다고 이렇게 마음을 전해 준 그게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앵커]
인형을, 이렇게 손수 만드신 그런 인형이 있나요?
[답변]
예. 제가 준비해가지고 왔는데요.
[앵커]
직접 가져오셨군요.
[답변]
발도르프 인형이라고 해가지고 손수 수작업으로.
[앵커]
사진에도 보여지는데 스튜디오에도 직접 가지고 나오셨어요.
[답변]
직접 만드셔가지고 여러 개를 만들어서 그날 봉사에 참여하신 봉사자분들에게 전해달라고 해서 소중히 제가 차에 직접 이렇게 걸고 다니고 있습니다.
[앵커]
할머니 손재주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이렇게 10년 동안 이렇게 연탄 배달 힘든 일을 계속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봐야 될까요?
[답변]
봉사 나가면 봉사 같이하시는 분들이 지금 가족처럼 형, 동생, 언니, 오빠 이렇게 지내면서 아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같이 봉사를 하고 나면 행복하고 뿌듯하고 그래서 그런 것들이 하나의 원동력이 돼서 꾸준하게 나가게 되는 거 같습니다.
[앵커]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는 법이죠. 그런데 간혹 춥다고 빠지는 얄미운 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보통?
[답변]
그런데 꾸준하게 나오시는 분들은 악천후 속에서도 합니다. 비가 오면 비옷을 입고도 하고 눈이 오면 꽁꽁 싸매고 하기도 하고.
[앵커]
지금까지 10년 동안 그럼 연탄을 몇 장 정도 나르셨어요? 계산 좀 해보셨습니까, 대충?
[답변]
딱히 계산한 건 없고요. 거의 1년에 참여하면서 한 1만 장 정도 해가지고 한 10만 장 정도? 그 정도 되지 않을까.
[앵커]
대략 계산을 역산하면 나오죠. 보통 한 가구당 연탄 몇 장 정도 필요로 하나요?
[답변]
보통 한 달에 연탄아궁이 한 곳에서 필요한 숫자가 3장에서 4장이거든요.
[앵커]
하루에요?
[답변]
예. 그러면 보통 한 가구에 아궁이가 2개 정도 되더라고요. 그러면 한 달에 보통 겨울나기 위해서는 한 1,000여 장 정도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앵커]
앞으로도 그런 분들을 위해서 계속해서 연탄 배달도 해 주시고 하셔야 될 거 같은데 이거 보시면서 나도 한번 연탄 배달해보고 싶다. 나 체력은 충분한데 이런 분들 어디로 연락해서 어떤 준비를 하면 됩니까?
[답변]
각 지역에 연탄 은행이 있고요. 또 자원봉사센터가 있습니다. 그곳에 연락해서 봉사를 하고 싶다고 신청을 하면 거기서 연결을 시켜주고 있고요. 연탄 봉사를 나오실 때는 아무래도 연탄이 검은색이다 보니까 나오시면서 밝은색 계통의 옷보다는 어두운색 계통의 옷을 입으시고 그다음에 비닐장갑이랄지 이런 물티슈 같은 거 간단하게 개인적으로 준비해가지고 오시면 나중에 도움이 될 거 같습니다.
[앵커]
한 번에 두세 장씩 나도 거뜬히 들 수 있어. 허세 부리면 안 되는 거죠?
[답변]
예, 그렇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오늘은 저희 스튜디오에 따뜻한 벽난로를 들여놓은 듯한, 몸과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간이었던 거 같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박형진 연탄 배달 봉사자 함께했습니다.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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