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묠란드 - 홍인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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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내지요? 안부를 묻는 나날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오래도록 연락 않던 이들과도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어 기쁩니다.
마치 "모서리가 모두 닳아" 둥글게 된 말들처럼, 날이 서 있던 관계도 조금은 풀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을 선물해주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도는 추억의 한 귀퉁이로 남게 될 테고 이제는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일도 함께 해야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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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굴지 않아도 아침은 머리맡에 놓인다 엽서는 온 나라를 돌고 돌아 느리게 도착하고 그즈음엔 모서리가 닳아 모든 말들은 둥글다 행인들은 목적이 없어 난생처음 제 속도로 걷고 너의 찢어진 주머니에서 굴러 나온 팥알들을 모두가 말없이 주워 손바닥에 얹어준다 신발 끈은 헐겁고 사람들은 너그러워 마치 한 번쯤 죽어본 것처럼
시집 <우리의 노래는 이미>(아침달) 中
잘 지내지요? 안부를 묻는 나날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오래도록 연락 않던 이들과도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어 기쁩니다. 마치 “모서리가 모두 닳아” 둥글게 된 말들처럼, 날이 서 있던 관계도 조금은 풀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을 선물해주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너그러워”지고, 저 역시도 그러합니다. 2022년도는 추억의 한 귀퉁이로 남게 될 테고 이제는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일도 함께 해야겠지만요. 그럼에도 당분간만은 이렇게 부드러운 상태로, 닿아 본 적 없는 사이일지라도 조금은 가까워지는 기분으로 올해를 마무리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올 한해도 잘 정리했다고 여길 수 있겠지요.
박규현 시인(2022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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