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묠란드 - 홍인혜

2022. 12. 26. 18:19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잘 지내지요? 안부를 묻는 나날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오래도록 연락 않던 이들과도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어 기쁩니다.

마치 "모서리가 모두 닳아" 둥글게 된 말들처럼, 날이 서 있던 관계도 조금은 풀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을 선물해주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도는 추억의 한 귀퉁이로 남게 될 테고 이제는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일도 함께 해야겠지만요.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착하게 굴지 않아도 아침은 머리맡에 놓인다 엽서는 온 나라를 돌고 돌아 느리게 도착하고 그즈음엔 모서리가 닳아 모든 말들은 둥글다 행인들은 목적이 없어 난생처음 제 속도로 걷고 너의 찢어진 주머니에서 굴러 나온 팥알들을 모두가 말없이 주워 손바닥에 얹어준다 신발 끈은 헐겁고 사람들은 너그러워 마치 한 번쯤 죽어본 것처럼

시집 <우리의 노래는 이미>(아침달) 中

잘 지내지요? 안부를 묻는 나날입니다.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다는 이유를 핑계 삼아 오래도록 연락 않던 이들과도 인사를 주고받을 수 있어 기쁩니다. 마치 “모서리가 모두 닳아” 둥글게 된 말들처럼, 날이 서 있던 관계도 조금은 풀어지는 것만 같은 착각을 선물해주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너그러워”지고, 저 역시도 그러합니다. 2022년도는 추억의 한 귀퉁이로 남게 될 테고 이제는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일도 함께 해야겠지만요. 그럼에도 당분간만은 이렇게 부드러운 상태로, 닿아 본 적 없는 사이일지라도 조금은 가까워지는 기분으로 올해를 마무리해보려고 합니다. 그래야 올 한해도 잘 정리했다고 여길 수 있겠지요.

박규현 시인(2022 한경 신춘문예 당선자)

해외투자 '한경 글로벌마켓'과 함께하세요
한국경제신문과 WSJ, 모바일한경으로 보세요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