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영화 ‘투모로우’가 현실로…미국 ‘영하 46도’ 한파 실화냐?
[앵커]
혹독한 세밑 한파에 지구촌이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미국은 영하 46도까지 내려갔고요.
일본엔 2미터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는데요.
갑작스런 한파의 원인이 뭔지, '글로벌 ET'에서 알아봅니다.
홍석우 기자, 미국은 혹독한 한파 속에 성탄 연휴를 맞았다고 하던데, 어느 정도죠?
[기자]
요즘 우리나라도 상당히 추운데, 미국은 더 춥습니다.
폭설과 혹한, 그리고 강력한 바람을 동반한 겨울 폭풍이 몰아치고 있습니다.
미국 기상청은 이번 한파가 단 몇 분 만에 피부에 동상을 일으킬 수 있다며 외출 자제를 당부했습니다.
겨울 폭풍은 현지 시각 22일부터 본격화됐는데요.
일부 지역에는 성인 키보다 높게 눈이 쌓였는가 하면 시속 백 킬로미터가 넘는 강풍도 몰아쳤습니다.
와이오밍주는 불과 30분 만에 영상 6도에서 영하 16도로 기온이 급강하는 현상도 나타났는데요.
한때 영하 46도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추운 겨울에 익숙한 주민들도 혀를 내둘렀습니다.
[미국 와이오밍주 거주 : "원래 춥긴 합니다만, 영하 20도는 너무 심하죠."]
수도 워싱턴 D.C.와 뉴욕도 기상 관측 기록에 남을 만큼 가장 추운 성탄 연휴를 맞았는데요.
미국 언론들은 이번 겨울 폭풍을 '몬스터' '괴물'에 빗대기도 했습니다.
[앵커]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고요?
[기자]
네, 미국 언론마다 사망자 집계에 차이가 있지만 최소 서른 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많은 눈 때문에 제설 작업이 여의치 않다 보니 구조가 쉽지 않다는 건데요.
강력한 눈보라로 가시거리가 짧다 보니 교통사고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오하이오주에선 차량 50대가 연쇄 추돌하면서 4명이 숨지고 다수가 다쳤고요.
뉴욕주에선 폭설 속에 차량 5백여 대가 만 하루 가까이 도로에 갇히기도 했습니다.
항공기 결항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4일 하루에만 미국을 드나드는 항공편 2천3백여 편이 취소됐는데요.
뉴욕 버펄로 나이아가라 공항은 26일까지 폐쇄 조치됐습니다.
[여행객 : "내일 배가 출항하는데, 못 타면 끝입니다. 올해 성탄절은 없는 거죠, 취소!"]
[앵커]
크리스마스가 그야말로 악몽이 됐는데, 일본에도 눈이 많이 온다면서요?
[기자]
네, 일본에도 기록적인 폭설이 내리고 있습니다.
1미터 70센티미터가 넘는 눈이 내린 곳도 있는데, 평년보다 3배가 많은 적설량이라고 합니다.
지난 17일부터 이어진 폭설로 인명피해도 커지고 있습니다.
사망자는 지금까지 14명, 부상자는 87명으로 파악됐는데, 대다수는 쌓인 눈을 치우다 목숨을 잃었습니다.
[카미이시 이사오/방재 전문가 : "이번 눈은 물기를 머금었는데, 겉보기와 달리 무겁습니다."]
기록적인 폭설로 정전과 통신 두절, 열차 운행 중단 등 크고 작은 피해도 잇따르고 있는데요.
일본 기상청은 폭설의 절정은 지났지만, 얼어붙은 길과 눈사태를 주의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도 그렇고, 미국과 일본까지 왜 이렇게 춥고 눈이 많이 오는 건가요?
[기자]
미국에서 겨울에 눈 폭풍이 몰아치는 건 평균 2~3년에 한 번꼴이라고 합니다.
극히 드문 일은 아니라는 건데요.
다만 과거 겨울 폭풍과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입니다.
이번엔 강력한 혹한과 폭설을 동반한 '폭탄 사이클론'으로 불리는 겨울 폭풍이라는 겁니다.
원인은 북극 한파.
북극의 차가운 공기가 미국, 동아시아를 포함한 중위도까지 내려오면서 대서양의 따뜻한 공기와 만나 겨울 폭풍이 현실화된다는 겁니다.
북극 기온이 올라가면서 찬 공기를 막아주던 제트기류가 힘을 잃고, 그 틈을 뚫고 찬 공기가 남하한다는 건데, 지구 온난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마이클 모길/기상학자 : "찬 공기를 머금은 폭풍이 나타나면 기온이 극적으로 떨어집니다. 그러면 '급속 냉동' 상태가 되면서 도로나 전선(의 물)이 순간적으로 얼게 됩니다."]
[앵커]
다 얼려 버린다니.
지구가 빙하로 뒤덮인다는 내용의 재난영화, '투모로우'가 생각이 납니다?
[기자]
네, 여기다 적도 동태평양 수온이 평소보다 낮아지는 '라니냐'도 복병입니다.
특히 올해 라니냐는 3년 연속 이어지는 '트리플 딥'으로 이번 세기 들어 처음 있는 현상인데요.
또 최근 들어 한파와 폭설이 곧바로 재난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우려를 더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파와 폭설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말씀이군요.
홍석우 기자 (musehong@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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