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집' 정희태 "이항재 배신, 난 예상 못했는데…시청자들 대단" [인터뷰]②

김보영 2022. 12. 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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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미생' 이후 큰 전환점될 듯…성장이뤄"
이항재, 여러 인물 참고…대사에 사투리 섞은 이유는
"원작과 다른 결말,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엔딩"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매체 연기로 데뷔한 지 어느덧 20년이 됐더라고요. 연기자로서 제게 큰 전환점이 된 첫 매체 작품이 ‘미생’이었는데, ‘재벌집 막내아들’은 ‘미생’ 이후 제게 큰 한 걸음을 선사해준 작품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배우 정희태가 “2022년은 ‘재벌집 막내아들’ 덕분에 연기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던 한 해”라며 이같이 회고했다.

정희태는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이 종영한 뒤 26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연기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연기를 잘하는 게 무엇인지가 고민이다. 그래서 감각을 열어두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모습을 잘 보고 듣고 느끼려 한다”며 “‘재벌집 막내아들’은 좋은 배우들이 많아서 긍정적인 화학작용의 연속이었다. 행운같은 경험”이라고 작품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정희태는 지난 25일 막을 내린 JTBC 금토일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진양철(이성민 분) 회장의 오른팔로, 충직한 순양그룹의 비서실장인 이항재 역으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재벌 순양그룹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를 관리하던 비서 윤현우(송중기 분)가 그 일가의 막내아들 진도준(송중기 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사는 판타지 드라마다. 순양그룹이란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대기를 소재로 1980년대~2000년대 초반 근현대사와 경제 역사를 그린 시대극이다. 막내 손자 진도준 역을 맡은 송중기와 순양그룹 회장 진양철 역의 이성민을 주축으로 순양그룹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한 총수 일가의 권력암투와 갈등을 몰입도 있게 그려냈다. 덕분에 마지막 회 26.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플랫폼 가구 기준)의 시청률로 올 한 해 방영된 미니시리즈 최고 화제작에 등극했다.

정희태가 열연한 이항재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진양철 회장의 든든한 오른팔이 되기까지 일평생을 순양그룹을 위해 일한 충직한 비서다. 순양의 굵직한 역사에 함께했지만 그런 자신이 순양 일가의 번영을 돕는 마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욕심에 눈을 뜨고, 결국 그 욕심에 배신당하며 버려지는 입체적 인물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은 드라마가 받은 사랑만큼 원작과 다른 결말로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낳았다. 윤현우가 진도준 살인사건에 가담한 공범이었으며, 진도준으로 회귀해 살았던 모든 삶이 의식불명 상태의 윤현우가 꾼 꿈이었다는 엔딩 때문이다. 정희태는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웠던 결말”이라며 “원작은 진도준이 회장이 되지만, 드라마에선 윤현우에게 진도준이란 인물이 베일에 싸여 있었기 때문에 어쨌든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등 정해진 운명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진도준은 비록 죽었지만 윤현우가 다시 깨어나 진도준이 못 이룬 과업들을 대신 이뤄줬으니 자연스러우면서도, 결국은 진도준이 승리했다는 결말이 아닐까 싶다”라고 생각을 밝혔다.

항재는 극 후반부 마름에서 벗어나 자신의 회사를 가져보기 위해 진도준을 배신하고 진성준(김남희 분)의 손을 잡지만, 철저히 이용당한 뒤 버려진다. 이항재의 결말을 궁금해하는 시청자들이 많았지만, 마지막회에선 이항재의 이후가 그려지지 않았다. 정희태는 “‘이 실장이 어디 나가서 죽은 거냐, 왜 안 나온 것이냐’는 반응을 보이시는 시청자분들도 계시더라”고 웃음 지으며 “그만큼 많은 분들이 드라마를 관심있게 지켜보셨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시청자들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역할을 연기했다는 사실 자체로 감사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IMF 위기 등 실제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차지한 주요 경제적 사건이 등장하는데다 삼성, 현대 등 실제 대기업을 방불케하는 철저한 고증으로 순양그룹이 묘사되다 보니 극 중 인물과 실제 인물을 연결시키는 시청자 반응도 많았다. 정희태가 연기한 이항재 역시 실제 대기업의 인물들의 이야기를 참고해 탄생한 캐릭터가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정희태는 “많은 분들이 연상해주시는 ‘그 분’을 포함해 여러 실제 인물들을 참고해 배역을 연구했다”며 “순양그룹이 한편으론 ‘돈’으로 이뤄진 한 왕조가 아닐까란 생각도 했다. 그런 면에서 ‘대부’란 작품에 등장하는 변호사 역할도 참고했다. 왕조를 유지하기 위해 역할을 수행하는 조력자같은 인물이라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또 “진양철 회장에게 진도준 등 순양그룹과 관련한 주요 정보들을 말로써 전달해주는 ‘정보전달자’ 같은 역할이라 어려운 경제 용어 등을 숙지해 사용해야 했다”면서도 “전달하는 정보 안에 진양철 회장을 향한 충심, 연민 등의 ‘정서’를 함께 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게 이항재가 극 중 구사하는 경상도 사투리다. 이항재는 평소 대외 일정, 주요 인물들과의 대화에서 업무상 표준어를 쓰지만 진양철 회장이 처음 섬망 증세를 보였을 때, 아버지 진양철의 뜻을 몰라주는 첫째 진영기 등 자식들에게 결정적인 순간에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했다. 정희태는 “대본에 나와있던 부분은 아니지만, 정서적으로 큰 울림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든 대목에선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했다”며 “이성민 선배와 연기하면서 협의했던 부분”이라고 회상했다.

극 중 이항재의 배신을 자신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저는 항재가 배신할 줄 몰랐는데 관객분들은 전부 다 예상하시더라”며 “시청자분들은 정말 대단하시다”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진양철과 이항재의 관계성에 대해선 “이미 모양새가 갖춰진 기업의 샐러리맨으로 입사해 본부장이 된 경우와, 조그만 회사에서 시작해 회사와 함께 커간 본부장의 케이스는 분명 다를 거라 생각한다”며 “이항재는 상사와 동고동락하며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고 회사를 키우는 과정에서 누구보다 진양철을 사람으로서 잘 이해한 인물이었을 거다. 단순한 조력자와는 다른 의미를 가진 인물인 건 분명하다. 진양철의 아들이자 형제, 친구같은 사람이 아닐까”라고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김보영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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