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취업은 스펙보다 열정…실패도 귀한 경험됐죠"
번번이 서류 탈락한 웹디자이너
캐나다서 25번 면접 끝에 합격
"열등감 사라지니 영어도 늘어"
200개社 지원, 10번 기회 얻어
영국서 의료기기 스타트업 취직
"현지 취업정보·네트워크 챙겨야"
올해 캐나다 M사의 사용자경험(UX)·사용자환경(UI) 웹디자이너로 취직한 김소희 씨(27)는 얼마 전까지 본인을 ‘루저’라고 표현했다. 학벌과 스펙 모두 내세울 게 없었기 때문이다. 2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취업준비생 자격으로 무작정 밴쿠버로 건너갔다. 서류전형에서 번번이 떨어져 면접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한국과 달리 캐나다에선 디자인 작업물 등 성과물만 있으면 면접 볼 기회가 주어졌다. 시간이 지나면서 열등감이 사라지다 보니 영어 실력도 크게 늘었다. KOTRA 밴쿠버 무역관이 제공하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한 취업 정보도 적극 활용했다. 김씨는 25번의 면접을 치른 끝에 현지 음악업체 웹디자이너로 취직하는 데 성공했다. 그는 “과거 실패한 경험만 핑계 삼지 않고 끝까지 도전해 보자고 마음먹은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3년간 2600여 명 취업 성공
올 들어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청년 고용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15~29세 청년 취업자는 전년 동기 대비 5000명 감소했다. 청년 취업자가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21개월 만이다. 청년 고용률은 지난달 기준 46.1%다. 코로나19 사태로 고용시장이 크게 위축돼 기업 채용이 줄면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의 고용률이 하락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앞세워 대기업 등 안정적인 직장만 선호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진단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성향만 보고 세대 자체의 성격으로 규정하는 이런 진단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열정과 도전정신을 앞세워 해외 취업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MZ세대야말로 이런 부정적인 시선을 불식시키는 대표적인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따른 각국의 입국 제한에도 2020년부터 올해 말까지 2600명 이상의 MZ세대가 KOTRA를 통한 해외 취업에 성공했다. 올해 해외 취업자 수는 역대 최고치인 1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KOTRA 관계자는 “노동인구 감소 등으로 현지 외국 기업 및 해외 진출 국내 기업이 구인난을 겪고 있다”며 “청년들의 해외 취업 지원 신청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두드리면 길은 열린다”
해외 취업에 성공한 MZ세대가 꼽은 합격의 비결은 △업무 전문성 △외국어 역량 △현지 네트워킹 등이다. 일부 대기업이나 한국 기업 지사를 제외하면 국내에서 어느 대학을 다녔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설명이다. 해당 분야의 자격증이나 인턴 경험뿐 아니라 현지 문화 이해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일본학을 전공한 뒤 도쿄로 건너간 김미지 씨(28)는 현지 정보기술(IT)업체에 다니고 있다. 그는 “일본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과 교환학생을 통해 현지 문화에 익숙해질 수 있었다”며 “IT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험을 쌓은 뒤 합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디지털 전환(DX)이 한창이어서 IT 인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영국 런던에 있는 의료기기 스타트업에 취직한 김보경 씨(33)는 ‘늦깎이 취준생’이다. 글로벌 제약회사 한국지사에서 일하다가 런던으로 건너간 김씨는 어릴 때부터 영국에서의 직장생활을 꿈꿨다고 했다. 국내 외국계 회사에서 4년간 근무했지만 현지 취업은 쉽지 않았다. 200개 업체에 지원했고, 10번째 면접에서야 합격증을 받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인 선배들로부터 취직 정보 등을 얻으면 면접이 훨씬 쉬워진다”며 “현지 네트워크 확보를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해외 취업에 성공한 MZ세대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열정과 끈기다. 김미지 씨는 “뛰어난 스펙이 없기 때문에 열정과 끈기 외에는 보여줄 것이 없었다”고 했다. 싱가포르 국제학교 교직원으로 취업한 박유진 씨는 “한국에서 취직이 안 되기 때문에 현실 도피식으로 해외 취업을 준비한다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에서 준비할 때보다 몇 배 더 노력해야 하고 고생한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펙 위주의 채용이 덜하다는 것뿐이지 잠재 능력이나 소양을 보는 건 어느 나라나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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