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 소비 끝···복합위기 넘을 영리더 달린다

송주희 기자 2022. 12. 2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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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2022·열리는 2023 유통가
[아듀 2022]
MZ, 위스키·와인시장 큰손으로
연초부터 계속된 우크라 전쟁으로
장바구니물가 들썩···반값제품 인기
[웰컴 2023]
유통 대기업들 오너 2·3세 전면에
해외 식품사업·신성장동력 발굴 등
소비둔화 타파할 묘책 마련에 분주
[서울경제]

유통가의 2022년은 새로운 소비자와 트렌드가 주도한 ‘엔데믹 특수’로 뜨거웠다. 코로나 19라는 긴 팬데믹 터널을 지나 매출 고속도로를 내달린 업계는 이제 2023년으로의 환승을 앞두고 있다. 빠른 길로 직행하느냐 멀리 돌아가느냐. ‘젊은 임원진’으로의 엔진 교체가 이뤄진 유통업계의 올해 최대 화두는 소비 둔화라는 위기를 돌파할 국내외 영토 확장이 될 전망이다. 유통가의 뜨거웠던 2022년과 더 치열해질 2023년을 키워드로 짚어봤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유통업계는 올 4월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Endemic)에 따른 보복소비에 콧노래를 불렀다. 주요 백화점은 명품과 패션 부문 호조로 1~3분기까지(누적) 두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으며 편의점도 1인 가구 증가와 서비스 다양화로 역대 최고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e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세도 눈에 띈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던 쿠팡은 로켓배송 도입 이후 8년 만에 올 3분기에 첫 분기 흑자를 기록했다.

이 같은 소비 진작을 주도한 것은 단연 새로운(New) 소비층 ‘MZ 세대’였다. 유통업계는 색다른 경험을 추구하는 MZ 세대의 트렌드를 반영해 팝업스토어를 잇따라 열어 브랜드를 알리는가 하면 메타버스를 활용한 마케팅에도 뛰어들었다. 젊은 소비자들이 위스키·와인의 큰 손으로 부상하면서 백화점은 물론, 편의점도 주류 전담팀을 꾸려 품목 확대와 제품 개발에 열을 올렸다.

‘고물가’도 올 한해 시장을 흔들었다. 연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촉발된 곡물 가격·각종 원부자재가 급등으로 식품 기업의 제품 가격 인상이 잇따르면서 장바구니 물가도 덩달아 뛰었다. ‘런치플레이션’을 비롯해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물가 방어(Defense)를 내건 대대적인 마케팅 경쟁도 펼쳐졌다. 한 대형마트가 내놓은 ‘반값 치킨’이 불티나게 팔리며 피자·양장피 등 반값 제품이 등장했고, 중간 마진을 줄여 가격을 낮춘 자체 브랜드 상품(PB)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엔데믹으로 소비 활동이 기지개를 켰지만, 고물가 터널에 직면하며 추가로 폭발하지는 못했다고 요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말 인사에서 승진한 이선호(왼쪽부터)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김동선 한화솔루션 갤러리아부문 전략본부장(전무),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사진=각사

유통업계의 2023년은 새로운 체제와 시도가 더해지는 전환기가 될 전망이다. 주요 유통 대기업의 2·3세가 올 연말 인사에서 잇따라 승진하며 경영 보폭이 빨라진 가운데 한층 젊어진 새 임원진이 ‘다음 시대(Next era)’의 방향타를 잡았다. CJ(001040)그룹의 경우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경영리더가 CJ제일제당(097950)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았다. 글로벌 식품 사업과 신성장동력 발굴, 신사업 투자를 진두지휘하는 자리다. 한화(000880)그룹 삼남인 김동선 한화솔루션(009830) 갤러리아 부문 전략본부장도 상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김 전무는 한화호탤앤드리조트를 맡아 그룹의 호텔·리조트·유통 사업을 이끈다. 내년 한화솔루션으로부터의 인적분할이 결정된 백화점 사업(갤러리아) 안착이 그의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유열씨도 이달 단행된 인사를 통해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했다. 당장 유통과 관련된 사업에 전면 등판하지는 않겠지만, 최근 신 회장의 해외 출장 및 대외 일정에 신 상무가 동행하는 등 공개석상에 등장하는 일이 많아진 가운데 이번 승진을 통해 롯데그룹의 3세 경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임원진의 세대교체도 눈길을 끈다. 이정애 LG생활건강 대표이사가 지난달 LG그룹의 첫 번째 여성 사장으로 승진한 가운데 앞서 CJ그룹은 그룹 내 최연소 CEO이자 올리브영 최초의 여성 CEO로 이선정 대표를 낙점했다. 두 사람 모두 내부 인사 출신이다. 롯데그룹이 최근 정기인사에서 선임한 김혜주 롯데멤버스 대표는 첫 외부 영입 여성 계열사 대표다. 이 외에도 신세계(004170)그룹이 여성 임원 4명을 새로 발탁하는 한편, 한화솔루션이 갤러리아 부문에 1981년생인 김혜연 프로를 신임 임원에 임명했다.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잘 깔린 도로가 아닌, 울퉁불퉁 거친 길이다. 2022년이 엔데믹에 따른 보복소비로 유통가에 ‘특수’를 가져다줬다면 2023년은 금리 상승과 가계 가처분 소득 감소 등에 따른 소비 둔화가 업계를 ‘위기에 빠뜨릴 수(Endanger)’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6.5로 전월(88.8)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CCSI가 100보다 낮을수록 소비를 줄이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고물가에 따른 실질구매력 저하, 금리 상승 등으로 민간 소비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위기 속에서 ‘신사업·해외시장 확대(Widen)’라는 과제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롯데는 베트남을 새로운 전진기지로 낙점, 전 계열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며 CJ와 대상 등도 주요 식품 자회사를 통해 미국과 유럽 등에 대규모 공장을 세우며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한동훈 기자 hoon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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