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바타: 물의 길' 황홀한 CG 뒤엔 韓 스태프들···"아티스트로서 행운이죠"

추승현 기자 2022. 12. 2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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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 물의 길' 스틸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서울경제]

13년 만에 돌아온 ‘아바타: 물의 길’은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터져 나올 정도의 비주얼 체험을 선사했다. 실제 바다를 옮긴 것 같은 배경, 감정이 그대로 전해질 만큼 자연스러운 나비족의 움직임. 이 모든 기술의 발전에는 한국인 스태프들이 있었다.

26일 오전 ‘아바타: 물의 길’(감독 제임스 카메론/이하 ‘아바타2’)의 VFX를 담당한 웨타 FX의 최종진 CG 슈퍼바이저,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와 화상 인터뷰가 진행됐다.

‘아바타2’는 전 세계 박스오피스 1위의 ‘아바타’의 후속편으로,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14일 국내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하고 누적관객수 500만 명을 돌파했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작품의 전반적인 CG 작업 과정을 진두지휘하고 퀄리티를 책임지는 역할을 했다. 그는 영화 ‘혹성탈추리 진화의 시작’ ‘어벤져스’ ‘아이언맨3’ 등 다수의 작품에서 실사 렌더링을 위한 시퀀스 조명 설정과 룩 개발 작업을 했던 경험을 살렸다. 지난 2016년부터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위’ 타노스 등 캐릭터를 작업한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제이크와 키리(시고니 위버), 토노와리(클리프 커티스)의 얼굴 작업을 담당했다.

‘아바타2’가 높은 기술력을 자랑하는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아티스트들의 디테일한 작업이 필요했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작품이 13년 걸렸다고 알려졌는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님이 구상하고 스토리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캐릭터와 환경을 개발하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 모든 것이 준비됐을 때 실제로 CG 작업한 기간은 2년이 조금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정도부터 작업을 시작한 것인데 다른 작품들에 비해 길다. 다른 작품은 길어야 1~2년 정도, CG 작업만 봤을 때는 1년 이내”라며 “아티스트 개개인이 하고 싶던 프로젝트라 열의를 갖고 참여해줬다”고 말했다.

실제 배우들과 CG 캐릭터의 싱크를 맞추는 페이셜 작업은 더 오래 걸렸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얼굴은 먼저 셋업 해야 해서 2019년부터 일했다. 얼굴을 갖고 3년간 작업한 건 다른 작품에 비해 오랜 시간 걸린 것”이라고 했다.

‘아바타2’ CG 작업을 위해 약 2,000명의 작업 인원이 투입됐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작품의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웨타의 총 인원이 그렇다”며 “웨타가 ‘아바타2’ 작업을 하면서 확장했고 벤쿠버와 LA, 멜버른에 사무실을 차렸다. 굉장히 많은 분들이 참여했지만 한두 번씩, 두세달간 잠깐 일한 분들도 있다”고 가늠했다.

웨타 FX의 최종진 CG 슈퍼바이저(좌),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 /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작업은 아티스트로서 행운이었다. 아티스트로서 구현하고 싶은 환경이 마련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다. 황정록 시니어 아티스트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작업을 하면서 작업의 질을 타협하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아티스트로서 한 번도 만나기 힘든 작업 환경”이라며 “수평적인 위치에서 같이 의논하고 피드백 받고 해결책을 고안하는 일을 경험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덕분에 좋은 결과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만족해했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여러분이 감독님은 워낙 눈높이가 높다고 익히 들었을 것이다. 나도 걱정했다”며 “감독님은 누구보다 CG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았다. 나보다 잘 아는 부분도 있다”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정확한 디렉션이 있고 꼼꼼해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실질적으로는 큰 수정 사항 없이 효율적으로 일했다. 디테일에 굉장히 신경 쓰지만 큰 부분에 대해 더 많이 보는 분”이라며 “카메라 구도와 움직임, CG보다 스토리텔링에 신경을 많이 쓴다. 한 샷, 한 샷이 아름다울지언정 자연스러운 흐름에 방해가 되면 몇십, 몇 백 샷이 빠졌다”고 밝혔다.

‘아바타2’가 황홀한 경관으로 관객을 사로잡은 건 사실성이 아닌 영상미에 집중해서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사람 같은, 실제 같은 사물을 만들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그게 목표일 수는 있어도 영상미가 뛰어나다는 것과는 다르다”며 “똑같이 만드는 것에 의미가 없어지는 것은 영상미 때문이다. 사실성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것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혁신적인 기술은 물의 표현에서 부각됐다. 우림에서 바다로 간 나비족의 새로운 경험을 보여주는 것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예전에는 물속이 아닌 허공에서 줄에 매달려서 물속에 있는 것처럼 연기했는데, 이렇게 하면 관객 입장에서 느낌이 덜할 것이다. 직접 물에서 연기해야 한다고 해서 카메라를 발명하고 수중 퍼포먼스 캡처를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편이 수영장 정도의 규모라면 2편은 바다”라며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엄청난 시뮬레이션 데이터가 필요하다. 2편은 1편에 비해 20배 정도의 데이터가 쓰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수중신을 제대로 표현하는 게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타협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99% CG로 만들어진 물”이라고 말했다.

13년간 끝없이 발전한 기술들 중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것은 ‘커스틱’이라는 기술이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수영장에 햇빛이 비칠 때 물 밑에 일렁이는 무늬가 있지 않나. 그런 걸 커스틱이라고 한다”며 “빛이 물결을 통과하거나 반사될 때 굴절돼서 사물에 맺히는 현상이다. 20여 년 전에도 그런 표현은 가능했으나 대규모로 쓰이는 게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그는 “웨타는 13년 전에 없던 자체적으로 커스틱에 최적화된 랜더러를 개발했다. 지금도 이미지화하기에 쉬운 표현은 아니지만 개발자들과 소통하면서 최적화했다”며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해도 아름답게 표현되는지가 문제다. 아티스트들이 한 샷 한 샷 섬세하게 조절해가면서 가장 아름다운 무늬 패턴을 찾아갔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시리즈를 5편까지 제작한다고 예고했다. 2편이 나오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도 2~3편을 동시해 준비해서다. 최종진 CG 슈퍼바이저는 후속편에 대해 “아직까지 어떤 신기술 발표된 것은 없다. 한 가지 예상할 수 있는 건 지금 1편을 봐도 굉장히 훌륭하다”며 “지금만큼 기술이 좋지 않은 시점인데도 아름답다. 2편에서는 어떤 혁신이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 봤는데 굉장한 발전이 있었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0에서 90가 되기 위한 노력보다 90에서 100 정도 완벽의 퀄리티를 내는 것에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 완벽해지기 위해서 더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것을 만들기 위한 발전이 있을 것”이라며 “200으로 가진 못할 것이다. 100을 향해가는 것”이라고 기술의 진일보를 정의했다.

추승현 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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