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디지털 권리장전 좌담회]디지털 대전환기, 한국의 미래를 묻다

임중권 2022. 12. 2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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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해 법제도 차원에서 준비해야 할 것들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른바 디지털 시대의 'K-디지털 권리장전'이다. 디지털 시대 소비자들의 권리와 책임은 어디까지일지, 다소 광범위하지만 꼭 논의해야 할 주제다.

'디지털'이라는 화두를 앞세워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짚어봐야 할 화두들을 전문가들의 시각을 통해 짚어봤다.

산업계, 학계, 공공기관 등 참석자는 사용자 권익 보호를 위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리걸 마인드'를 논의했다. △디지털 시대에 달라지는 환경변화 △디지털 시대를 위한 분야별 법제도 정비사항 △디지털 시대 소비자의 권리 △시급한 해결과제 △정부 준비 상황 등을 두루 살펴봤다. 특히 저작권, 인공지능(AI), 데이터주권, 메타버스, 가짜뉴스 등 가장 가깝고 시급한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가졌다.

현장에서는 디지털 시대 영토 확장을 위해서 합리적 제도와 규제를 적재적소에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참석자<가나다순>

◇강병준 전자신문 편집국장

◇고기석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

◇백만기 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하청일 테크란 대표

◇사회=최재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

◇사회(최재윤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저작권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지식재산권이다. 최근 상황을 보면 AI, 메타버스 등 기술 발달로 다양한 지식재산 이슈가 발생하고,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의 경계도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행정체계는 완전히 구분돼 있다는 시각이 많다. 지재위가 중간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나.

◇백만기(국가지식재산위원회 민간위원장)=지식재산은 급격한 글로벌 환경변화 속에서 국가 경쟁력 유지와 향상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신기술이 발전하고 디지털 대전환이 이뤄지면서 개별 부처의 영역을 넘어선 새로운 지식재산 이슈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13개 중앙부처의 장과 18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국가지식재산위원회(이하 '지재위')는 지재권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 중이다. 미래 전략산업의 핵심기술과 관련된 IP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융복합 환경변화에 대응한 법제도 정비를 위해 범정부를 아우르는 '제3차 국가지식재산 기본계획'을 지난해 12월 수립했다. 부처가 개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현안을 포함해 지식재산의 창출·보호 및 활용 촉진을 위한 시책에 관한 사항을 심의·조정함으로써 구심점 역할도 한다.

국제포럼, 전문위원회 개최 등을 통해 세계지식재산기구(WIPO)를 비롯한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수시로 AI, 메타버스 등 신기술에 따른 지식재산 쟁점을 검토하고 논의한다.

지재위는 AI 창작물의 권리 귀속이나 권리 침해 등 법적 이슈를 범부처 종합적 관점에서 검토하기 위해 최근 2년간 'AI-IP 특별위원회'를 운영했다. 이를 통해 지난해 1월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AI·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지식재산 혁신전략'을 마련하고, 지식재산권 측면에서의 AI, AI-IP 개념을 제안하기도 했다.

◇사회=AI를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에 대해 세계적으로 출원, 심판, 소송이 진행 중이다. 특허청은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앞으로 더욱 크게 문제가 될 텐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큰 틀에서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백만기=AI는 만병통치약이 아닌 협업 툴에 가깝다. 애플과 테슬라 등도 AI 기반 완전자율주행에서 한발 물러선 상태다. 현재 기술 수준상 AI가 스스로 발명을 한다는 것은 어려운 과제다. 여전히 발명은 인간의 독창성이 필요한 영역으로 보인다. 현재 AI 발명을 보면 겉으론 AI가 창작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인간이 AI를 도구로 해 발명 과정에 상당수 개입한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WIPO에서도 아직까지는 AI의 발명자 인정을 위한 지재권 법령 개정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참여 국가 중론이다. 주요 AI 선도기업들(IBM, 인텔, 에릭슨 등) 또한 대부분 발명자는 인간이어야만 하고, AI는 도구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 특허청 역시 우리나라와 동일하게 자연인이 아닌 AI는 발명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다만 인간의 개입이 전혀 없이 AI 스스로 발명할 경우에 대해서는 AI의 기술 발전 속도와 AI의 발명자로서의 보호 필요성을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AI의 발명자 인정 여부, AI 발명의 권리승계 방안, 나아가 AI의 법인격 인정 여부 등을 포함한 다각적이고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또 지재권 특성상 국제조화가 중요한 만큼 AI 발명자에 대한 각국 논의 동향을 공유하면서 AI 시대를 대비한 지식재산 제도 마련을 위해 국제사회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사회=AI가 미술, 음악, 작문 등 창작 영역에 발을 들이면서 AI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에 대한 논의 역시 이어지고 있다. AI가 그린 그림이나 작곡한 음악이 실제로 등장하지만, AI가 생산한 창작물의 소유권이나 저작권을 누구에게 부여해야 할지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백만기=지금의 AI 창작은 창의성 방향을 정하는 것은 사람인 점, AI가 인간 수준의 추상화된 의도·의지를 가지고 스스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한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 기술 수준에서는 AI를 창작자로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AI 창작물 권리를 누구에게 귀속할지가 문제 되는데, 지재위는 민·관 위원 20명으로 구성된 'AI-IP특위'를 구성 운영해 AI 창작물의 제도화 방향을 선제적으로 논의한 바 있다.

특위는 AI 창작물이 창작과정에서 인간의 창작적 개입이나 간접적 기여가 있는 경우, AI 창작과정에서 직·간접적 기여를 한 자에게 권리가 귀속되는 규정 도입을 제안했다.

다만 AI 창작물의 보호 기간·범위 등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AI의 기술 발전 수준 및 국제적 논의와 조화를 맞춰 진행돼야 하며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성급히 법적 틀을 마련할 경우 신규 비즈니스 가능성을 저해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AI 산업이 발달하기 위해서는 AI가 학습에 필요한 데이터의 자유로운 사용이 담보돼야 한다. AI 학습과정(TDM)에서 저작물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면책규정이 현재 저작권법 전부개정안에 포함돼 있는데,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 AI 산업 활성화를 위해 TDM 저작물 이용 면책규정만의 신속한 입법도 검토가 필요하다.

◇사회= 온라인 환경에서 '잊힐 권리'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망자의 정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기석(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장)=잊혀질 권리와 비교했을 때 망자의 정보·데이터 법제화와 제도화는 여러모로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 구글은 계정 소유자가 사망 등으로 인해 휴면상태로 전환될 경우 자신의 데이터를 가족 등에게 전송되도록 생전에 미리 설정하는 '휴면계정 관리(Inactive Account Managemen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과 메타는 사망할 경우 기념계정관리자, 디지털 유산관리자 등을 생전에 지정하는 제도를 지원한다. 하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하는 경우는 적고, 국내외 다양한 소셜 미디어 등 온라인서비스 혹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들이 유사한 옵션을 제공하지도 않는 상황이다.

물론 정보 주체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은 인격권과 사생활의 비밀·자유 등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국민의 기본적 권리다. 그렇다고 해서 사망한 사람의 유족들이 그 권한을 무조건적으로 대신 행사할 수도 없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도 '살아있는 사람에 대한 정보'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망자의 정보는 유족 등 타인의 개인정보 일환으로 보호되는 경우가 아닌 한 원칙적으로 고려대상이 아니다. 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역시 사망자 개인 데이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회원국이 사망자의 개인 데이터 처리에 관한 규칙을 규정할 수는 있다고 설명하면서 슬쩍 비껴가고 있다.

결국 디지털 정보의 상속 범위와 절차를 구체적으로 제도화하고, 그 과정에서 해당 정보를 시스템상으로 보유·컨트롤 중인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역할과 책무를 매끄럽게 규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사회=가상 주체 인격권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다. 아바타 인권을 인간 이용자 인권에 준하는 수준으로 인정을 해야 할까.

◇고기석=메타버스 상에서 아바타에 인간 이용자에 준하는 정도의 인권을 인정하는 제도는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인간이 아니라 인간의 창작물에 불과한 아바타에 저작권적 보호는 주어질 수 있다. 그러나 인격권까지 부여한다는 것은 근원적으로 상식적이지 않다는 반대에 부딪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아바타 등 가상 캐릭터에 대한 명예훼손과 모욕의 경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아바타가 실제 사용자의 분신으로 여겨지는 만큼 형법, 정보통신망법 등으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가상세계에서 성범죄뿐 아니라 오프라인상의 실제 성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기존 법률인 청소년성보호법, 스토킹처벌법, 정보통신망법, 성폭력처벌법 등에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불법정보 유통금지, 음란행위 처벌 등을 최대한 활용해 대처해야 할 것이다.

◇사회=AI 편향성 또한 문제가 되고 있다. '컴파스'라는 AI 알고리즘을 범죄자의 재범 가능성을 예측하는 도구로 활용하는 미국의 경우, 백인에 비해 흑인의 재범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다. AI로부터 차별과 편견을 받지 않을 권리도 보장해야 한다.

◇고기석=두 가지가 기억에 떠오른다. 첫째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연출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한 2002년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인데, 범죄가 일어나기 전 3명의 예지자들이 범죄가 일어날 시간·장소·범인을 미리 예견해 리포팅하면 이에 따라 범죄를 사전에 처단하도록 하는 최첨단 치안시스템인 '프리 크라임 리포트 시스템(Pre-crime report system)'이다. 두 번째는 하버드 출신 저널리스트로서 AI 알고리즘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온 메러디스 브로사드(Meredith Broussard)가 쓴 책 '인공 무지능'인데, 이 책은 AI 알고리즘의 편향성과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 중 하나로 미국의 여러 주 법원에서 사용하던 범죄재발예측시스템 'COMPAS'를 들고 있다.

결국 아무리 효율적이고 뛰어난 데이터와 분석 방법론을 동원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편견과 편향은 여전히 시스템 속에 숨어있을 가능성이 상존한다. 머신러닝을 통해서 결코 습득하기 어려운 인간의 도덕적 가치, 판단과 해석 그리고 우리 인간들 개개인은 비록 한계가 뚜렷한 존재지만 끊임없는 토론과 타협을 통한 집단지성(Collective Wisdom)은 여전히 중요할 것이다.

언젠가 AI가 그야말로 특이점(Singularity)을 넘어서 신과 같은 전지전능함(Omniscience)과 완전무결한 무오류성(Infalliability)을 갖추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만, 이는 현대인의 상상력과 지적범위를 넘어서는 질문이 될 것이다.

◇사회=메타버스가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이상직(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이 공존하고 그 안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인간 활동이 이뤄진다. 현실 세상에 가치를 더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세상이다. 빚에 허덕이며 피자 배달로 근근이 삶을 이어가는 청년이 있다. 그렇지만 가상세계에선 뛰어난 해커이자 검객이다. 가상세계에 퍼지는 신종마약이 현실 세상에서 접속한 이용자의 뇌에도 손상을 일으키자 배후세력과 대결을 펼친다.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의 줄거리다. 가상세계의 이름은 메타버스다. 메타버스는 컴퓨팅기술을 통해 3차원으로 구현한 상상의 공간이다. 불행일까, 다행일까. 소설은 현실로 다가왔다. 인터넷 이후는 메타버스라고 단언하는 사람이 많다.

2000년에 등장했던 세컨드 라이프는 실패했다. 그 이유가 뭘까. 현실 세상과 메타버스의 관계에 답이 있다. 우리는 가상공간에 어떻게 들어가는가. 영화 '매트릭스'를 보자. 인간은 기계 세상을 유지하는 연료, 건전지에 불과하다. 인간은 매트릭스에 살 것인지 캄캄한 지하 동굴 '시온'에 살 것인지 선택할 기회가 없다. 매트릭스에서의 삶은 강제된 삶이다. 선택된 소수의 사람만이 빨간 약을 선택해 매트릭스에서 빠져나올 기회를 얻는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서는 부익부 빈익빈의 참담한 갈등 속에서 삶의 고통을 잊기 위해 자발적으로 가상공간 오아시스를 찾는다. 일종의 마약이다. 영화 '트루먼 쇼'는 어떤가. 작은 섬에서 행복한 삶을 즐기는 주인공 트루먼의 이야기다. 모든 것이 쇼라고 외치며 떠난 연인을 찾아 피지섬으로 가기 위한 여정을 그린다. 그의 노력은 번번이 실패한다. 왜일까. 트루먼은 태어나면서 TV 프로그램에 갇혀 그의 모든 삶이 시청자에게 중계되는 그런 존재다. 그는 가상세계의 삶을 선택할 기회가 없었다. 배를 타고 섬을 탈출하던 마지막 장면에서 그는 스튜디오 세트 벽에 맞닥뜨린다. 고민 끝에 벽에 난 계단과 문을 통해 현실세상으로 나온다. 감독은 트루먼에게 다시 세트장으로 돌아가라 외치고 관객들은 탈출하라고 외친다. 우리는 메타버스에 어떻게 들어가는가. 우리가 들어가고 나오는 것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권한을 기업에 주어선 안 되고, 기업에 종속돼서도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메타버스를 알아야 한다. 그 실질을 들여다보고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대기업과 기술기업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비대면 경제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돈이 남아돈다. 신장된 매출과 회사가치를 기반으로 메타버스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대단하다. 충분한 실탄을 가지고 경제식민지를 찾는 21세기 콜럼버스, 마젤란이다. 뒤안길로 사라진 세컨드 라이프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자금, 기술, 사람이 준비돼 있다. 미국 NBA 농구 슛 동영상, 최초 트윗 메시지를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NFT(Non Fungible Token)로 만들고 경매로 고가에 판다. 메타버스에서 NFT를 통한 디지털 거래도 예상된다. 메타버스 아바타가 입는 명품 의류가 수백만원에 거래된다. 실물경제를 중시하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 일종의 보여주기 붐업 프로모션이다.

◇사회=메타버스의 성공을 위해서 집중해야 할 것을 이야기해 보자.

◇이상직=현실 세상을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 게임이 실사형 애니메이션에 가깝게 진화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고객의 몰입감을 끌어내야 한다. 그렇다고 현실 세상과 같은 장치로만 메타버스를 구성해선 안 된다. 누가 봐도 가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장치도 메타버스에 있어야 한다. 가상 건물, 가상 자연, 가상 인간, 가상 시장, 가상 인프라 같은 것이다. 그래야 메타버스 안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현실 세상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메타버스가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의 고통을 잊는 마약과 같은 역할을 해선 안 된다. 현실 세상의 약자가 메타버스에서 강자가 되고 현실에선 비싼 돈이 드는 교육을 메타버스에선 싸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 경제에 부합하는 실물경제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메타버스에서 현실 세상에서 팔고 사는 물건이 판매돼도 좋다. 시장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다.

정부가 할 일도 있다. 물이 너무 맑아도 문제지만 너무 흐려도 문제다. 불법이 판치면 메타버스는 망한다. 누구나 메타버스를 신뢰할 수 있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자. 메타버스 액세스를 쉽게 하는 정책을 만들자. 법적 장애를 미리 살펴 가상공간의 규범을 정비하자. 메타버스는 흙과 물, 공기로 이뤄지지 않은 새로운 하늘과 땅이다. 우리가 콜럼버스를 보내지 않으면 다른 나라가 보낸다. 눈치만 보다간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없다. 과감한 행동이 필요한 때다.

메타버스 내에서 유통되는 콘텐츠 거래에서 당사자 계약 등 의사합치가 있는지 봐야 한다. 가상재화를 거래한 대가를 가상자산으로 지급한다면 자금세탁의 우려가 있는지 살펴야 한다. 이외에도 성희롱, 폭행, 명예훼손, 조세제도 저촉 여부 등 다방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메타버스든 뭐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발붙이고 사는 현실세계다.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이다.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와 분리돼 존재할 수 없고, 메타버스가 현실세계의 성공에 봉사해야 하는 것이다.

◇사회=AI에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 간 경제적 격차는 계속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우리 사회가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가.

◇하청일(테크란 대표)=사회 전 영역에서 자동화와 AI 도입이 이뤄지면서 일자리가 늘어나는 부분도 있다. 단정적으로 줄어든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가장 큰 문제는 없어지는 일자리와 생기는 일자리 간 갭이 커지고 있는 것이 걱정이다. 노년층에 일자리가 필요한 상황이니,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환경변화에 따른 변화 등이 필요하다. 이러한 갭을 신속히 메꿀 수 있는 제도적 시스템(사회적 안전망) 마련과 더불어 이와 관련된 산업과 일자리 창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사회=재택근무에 따른 근로자 사생활과 자유 침해가 우려되는 상황 속에서 이에 대한 해결책은.

◇하청일=코로나 팬데믹 이후 지난해 재택근무자가 2년 전보다 12배나 폭증했다. 임금근로자 중 상당수는 재택근무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추세는 중소기업에까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큰 흐름으로 보고 있다.

궁극적으로 정착이 되겠지만 그 과정에서 사생활 침해나 보안 관련 문제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와 관련해 정부에서는 관련 각종 제도나 기준들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러한 기준을 충족시키기에는 기술적, 재정적, 시간적 이유 등으로 인해 신속한 적용·정착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를 지원해 줄 지원 프로그램이 확대됐으면 한다. 상반될 수밖에 없는 사업자와 종업원 간 이해관계를 충분히 반영한 재택근무 관련 법규, 가이드라인, 매뉴얼 등이 정비되고 신속히 제공되길 바란다.

◇사회=디지털 격차도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청일=미국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2021. 7. 20, 'How to Close the Digital Divide in the US', by Bhaskar Chakravotri)에서 이에 대한 의미 있는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리뷰는 △세수 확대 △지역적 인프라 격차 해소 △기술 대기업과 인프라 업체의 적극적 참여 유도 △민간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연방과 지방 정부 간 협력·각종 지원제도 마련 △보조금 제도 강화와 이용자 확대를 위한 네트워크 확대 △광대역 인프라 성능 향상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강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우리는 교육 측면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확한 관련 현황 파악과 실태 파악을 위해 정책적 자원에서 관련 제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관련 대기업과 인프라 제공사가 협력해 혁신적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사회=AI 기술이 발전하면서 '딥페이크' 기술 또한 정교해졌다. 관련 가짜뉴스와 딥페이크 규제 방안은.

◇강병준(전자신문 편집국장)=메타버스 시장이 점점 몸집을 불려 나가면서 딥페이크 기술도 같이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 미확보, 폭력 규제 미비, 저작권 보호, 딥페이크 사기, 무분별한 성인물 유통 등 역기능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규제로 사용자 몰입을 저해하지 않는 한도에서 디지털 휴먼 영상에 가상으로 만들어졌음을 알리는 표시를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중독 방지를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유명인과 일반인 등을 합성한 무분별한 불법 성인물 유통을 막기 위한 법안 마련이 시급하다. 실감 콘텐츠 특성에 맞는 영상물 등급 분류체계 마련도 요구된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업계가 메타버스 계열이기에 새로운 관련 사업 모델이 생길 때마다 사이드 이펙트가 생길 수 있어 규제를 즉각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딥페이크 등 AI를 활용하는 모든 기업이 올바르고 안전한 AI의 개발과 사용 측면에서 AI 윤리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정치적 영역에서는 딥페이크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개발과 함께 대중에게 딥페이크를 통한 사기, 여론조작 폐해에 대한 교육을 통해 사회적 대응 방안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진영논리가 극대화돼 사람들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탈진실' 현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지키기 위해서는 펙트 체크를 위한 공공과 민간 기관 역량을 지원하고,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범죄행위를 단속 처벌하는 공적 역량 강화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사회=가짜뉴스와 온라인 허위정보는 오히려 이를 접하는 사람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정보 접근성이 높아진 것이 알 권리 신장에 크게 기여했으나 반면에 허위정보 생산 및 유통도 쉬워져 여론조작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익명 사이트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문제는 커지고 있는데 가짜뉴스와 온라인 허위정보로 인한 알 권리 침해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강병준=가짜뉴스 관련 사실확인과 정보공개 등을 통한 신뢰 기반 마련과 투명성 확보가 요구된다. 이를 위한 대책으로는 AI를 활용한 가짜뉴스 걸러내기가 유력한 대안일 것 같다. 각종 URL, 발생 시점 등은 물론 앞뒤 문맥이나 상황 등을 유추하고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면 가능할 것이다. 뉴스 전후 관계를 조사하고 관련 근거, 발생 시점, 자료 출처나 사진 이미지 내 조작 흔적 등을 AI를 이용해 찾아내면 된다. AI로 거른 기사 콘텐츠들은 뉴스 신뢰도를 증가시켜 정보 전달과 의미 있는 기사로서 가치를 되찾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공공에서 가짜 뉴스 생산과 유통을 억제할 수 있는 기술개발은 물론 인력 양성에 더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해 보인다.

미디어도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정보 생산자를 차단하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사회적으로 가짜뉴스 유해성을 인지하고 정보 생산자와 소비자가 객관성·신뢰성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무분별한 정보의 인포데믹 현상도 막을 수 있다. 독자는 오염되지 않은 정보를 누릴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차원에서 게이트 키핑 능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통 미디어와 달리 유튜버, 1인 미디어 등 게이트키핑 기능이 다소 떨어지는 상황이다. 국민 관심사가 높은 상황에서 클릭을 유도하는 자극성 강한 콘텐츠를 만들어 조회 수를 늘리고, 이를 이용해 광고 수익을 올리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가짜뉴스로 처벌되더라도 광고 수익이 더 높다는 계산 아래 벌어진 행동이다. 이 때문에 허위사실 생산과 유포가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요구된다.

◇사회=디지털 강국 시대다. 한국이 주도적으로 디지털 국가로 성장하기 위해 어떤 구상을 가지고 있나.

◇고기석=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다양한 법 개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재위 차원이 아닌 공정위와 방통위, 과기부 등 정부 전 부처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느꼈다. 적시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관련 '국제 동향'을 철저히 파악하고, '신규 제도 법제화'를 뒷받침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

◇이상직=IT 강국에서 디지털 강국으로 바뀌기 위해서는 디지털 영토, 디지털 국민, 디지털 주권 구축 등에 노력해야 한다. 우리 콘텐츠가 감상되고, 운영되는 모바일과 TV 화면이 한국의 디지털 영토다. 한국에서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외국인이 우리 디지털 국민이다. 이 과정에서 디지털 국가로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만 한국이 디지털 강국으로 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청일=급변하는 디지털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생길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AI로 인한 일자리 감소와 새로운 일자리 간에는 타임 갭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간극을 줄여야만 AI화에 대한 반작용을 최소화하고, 일자리 상실에 따른 경제적 격차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가 시급하다.

정리=

임중권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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