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속 갈림길…‘증거인멸’ 질문엔 묵묵부답
서울서부지법 영장전담판사 김유미 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박 구청장과 최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에 대한 심문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1시 20분께 법원에 모습을 드러낸 박 구청장은 증거인멸 의심을 받는 휴대전화 교체 이유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최 과장 역시 별다른 말 없이 법원으로 들어갔다.
박 구청장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대비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재난안전법상 재난을 대비하고 구호할 1차적 책임이 지자체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를 두고 박 구청장이 주최자가 없는 행사였다고 항변한 것과 달리, 이런 행사일수록 지자체의 책임이 오히려 무겁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 구청장은 사전 회의를 부구청장이 주재하도록 하는 등 축제 대비를 부실하게 하고, 큰 인파가 몰릴 거로 예상된 참사 당일에도 경남 의령군에 가는 등 개인 일정을 소화했다.
또 참사 발생 이후에도 늑장 대처해 사상자를 발생시켰다고 판단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도 적용했다. 특수본은 또 박 구청장이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등도 구속영장에 적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기존 휴대전화를 확보하긴 했지만, 수사를 앞두고 보안성이 높은 기종으로 바꾸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 것이다.
자신의 범죄 혐의와 관련한 증거인멸은 형사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구속 사유로는 참작될 수 있다.
원준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도 구속영장 실질심사에 출석했다. 특수본은 안전재난과장에 대해선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더해 참사 수습에 필요한 조치를 고의로 방임했다고 판단, 직무유기 혐의도 적용했다.
그는 참사 당일인 10월 29일 밤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참사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현장으로 가지 않고 집으로 가 잠을 잔 것으로 파악됐다.
두 명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오늘 밤 나올 전망이다.
한편, 여러 기관의 과실이 참사를 키웠다는 ‘공동정범’ 법리 구성에 주력하는 특수본은 이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전 서울경찰청 정보담당 간부의 신병을 확보했다.
한 차례 영장이 기각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서 112상황실장(경정)도 보강수사 후 각각 증거인멸교사, 허위공문서작성·행사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지난 23일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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