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의 ‘1984’…이 섬뜩한 예지력을 보라

한겨레 2022. 12. 2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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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는 조지 오웰이 가장 불운한 시기에 가장 불운한 미래를 그린 소설이다.

<1984>는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현실감과 긴장감이 소설 전편에 흐르고 특히 목숨을 건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조지 오웰의 소설 중에서 한국 청소년들은 <동물농장> 을 가장 많이 읽지만 재미와 작품성에서 <1984>가 더 윗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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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햄프스테드의 폰드가와 사우스엔드가의 모퉁이에 있는 조지 오웰 기념 조형물. 오웰이 1934년부터 그다음 해까지 이 거리에 있는 서점에서 일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 서점은 오래전에 없어진 상태다. 위키미디어 커먼스

연재ㅣ우리 아이 고전 읽기

박균호 교사

<1984>는 조지 오웰이 가장 불운한 시기에 가장 불운한 미래를 그린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암울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지만 의외로 한번 잡으면 놓기 어려울 만큼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조지 오웰이 1946년에 <1984>를 집필하기 시작했는데 이 시절 조지 오웰은 사랑하는 아내가 사망한 충격과 고통으로 시름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의 지병인 폐결핵이 악화하였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전혀 하지 못하고 요양원에서 근근이 목숨을 이어간 시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조지 오웰은 이 소설을 1948년에 완성하고 2년 뒤에 아내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 <1984>는 1949년에 발표된 소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70년이 훌쩍 지난 현재의 상황을 예리하게 예견했다. 따라서 독자들이 이 소설의 출간 연도를 의식하지 않고 읽는다면 2022년에 발표한 소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만큼 정확하고 세밀하게,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과학 문명을 묘사한다. 1949년에 발표한 이 소설이 묘사한 137개의 설정 중에서 이미 1978년에 100개가 현실화되었다니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예지력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우리는 흔히 고전을 낡고 어려운 책이라고 치부하지만, 고전이야말로 현재 모습을 보여주는 거울이나 다름없다. 또 인간 심리와 세상이 돌아가는 섭리는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흐르더라도 바뀌지 않으며,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고전은 우리에게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와 세상을 올바르게 바라볼 수 있는 통찰을 선사한다.

<1984>는 마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현실감과 긴장감이 소설 전편에 흐르고 특히 목숨을 건 두 주인공의 사랑 이야기는 한 편의 로맨스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게다가 주인공 윈스턴이 거대 권력에 대항하는 반란이라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독자들에게 잔뜩 심어주었다가 결말에서 결국 윈스턴도 거대 권력에 굴복하게 되는 설정 등 반전이 없는 전개 또한 독자들의 몰입도를 높여준다. 별다른 반전이 없다는 것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반전이다.

어렵고 지루하며 비참한 이야기로 가득할 것 같았던 소설이지만 막상 읽어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되는 소설의 가장 전형적인 경우에 속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전에 대한 줄거리만 대충 알고 그 책을 읽었다고 오해하는 사례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도 생각한다. 읽으면서 머리를 둔기로 맞는 듯한 충격을 자주 겪는 몇 안 되는 소설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중에서 한국 청소년들은 <동물농장>을 가장 많이 읽지만 재미와 작품성에서 <1984>가 더 윗길이라고 생각한다. 또 <1984>가 출간된 이후 나온, 감시와 처벌에 관해 다룬 책치고 <1984>에 영향을 받지 않은 책은 없다는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박균호 교사(<나의 첫 고전 읽기 수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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