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수출 반토막 났지만···R&D 결실 '렉라자' 등 게임체인저 기대

맹준호 기자 2022. 12. 26.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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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결산 2022] <3> 멈추지 않는 블록버스터의 꿈
美 긴축 영향에 투자유치·IPO 한파
기술수출 13조서 6조로 줄었지만
신약개발 투자 성과 꾸준히 나타나
유한양행 '렉라자' 1차 치료제 신청
한미 '롤론티스' 美 FDA 통과 등
K바이오, 내년 글로벌 성적표 주목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사진제공=삼성바이오로직스
[서울경제]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경기도 판교의 연구실에서 약물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SK바이오사이언스

올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미국의 금리인상 등 긴축에 따른 세계 금융시장 냉각 후폭풍에 그대로 노출됐다. 금융시앙이 위축되면서 대형 다국적 제약사들은 기술 도입, 연구 개발(R&D), 인수 합병(M&A)에 투자하는 자금을 급격히 줄였다. 그 결과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 수출은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바이오 벤처들이 마주한 투자유치와 기업공개(IPO)의 문턱은 크게 높아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블록버스터’ 의약품 개발을 향한 K바이오의 도전은 이어졌다. 대형 제약사와 우량 벤처를 중심으로 신약 개발 투자와 성과가 꾸준히 나타나 내년에는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26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집계한 올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기술수출 금액은 6조 720억 원(비공개 건 제외)으로 지난해 13조 3723억 원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2020년의 11조 3672억 원은 물론이고 2019년의 8조 4329억 원보다도 적다. 최근 몇 년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기술 수출이 고꾸라진 것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주요 제약·바이오 선진국들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들의 투자 여력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금융시장 사정도 비슷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국내 의료·바이오 업계 신규 투자금은 8979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의 1조 6770억 원의 절반 가량에 불과했다. 바이오벤처들은 투자받은 자금으로 R&D에 집중하다 기술수출로 재무 성과를 내는 사업 모델이 대부분인 만큼 투자가 끊기자 절벽으로 내몰리는 곳들이 늘었다. IPO 시장도 냉각되면서 상장을 포기하거나 연기하는 바이오벤처들이 속출했다. 일부는 아예 미국 나스닥 등 해외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코넥스 상장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코스닥 이전 상장 계획을 세웠지만 투자 시장 환경이 급변해 모두 뒤로 미뤘다”면서 “최근 인력을 줄이고 개발 과제를 연기하는 곳도 많다”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을 뚫고 기술수출에 성공한 사례들은 그만큼 더 큰 기대를 갖게 했다. LG화학(051910)은 통풍 신약 ‘티굴릭소스타트’의 중국 내 개발·상업화 독점권을 중국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에 1200억 원에 이전했다. LG화학은 티굴릭소스타트에 대한 글로벌 3상 시험 계획서를 미 식품의약국(FDA)에 최근 제출한 상태다. 이 약을 최대 시장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신약으로 키울 발판을 올해 마련한 셈이다. 레고켐바이오는 글로벌 제약사 암젠에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기술을 최대 1조 6050억 원에 수출하기로 최근 계약했다. 규모는 물론 기술적 측면에서도 국내 바이오테크 기업들의 실력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다양한 도전도 이어졌다. 동아에스티(170900)는 기술 수출 대가로 나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글로벌 시장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회사는 나스닥 상장사인 뉴로보 파마슈티컬스에 신약 후보물질 두 개를 수출하면서 4715억 원 규모 전환우선주를 받았고, 별도로 1500만 달러를 투자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LG화학은 미국 시장 진출 교두보 마련 차원에서 나스닥 상장 제약 기업 아베오 파마슈티컬스 지분 100%를 8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M&A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LG화학 관계자는 “내년 1분기 중 아베오 인수가 완료될 것”이라며 “항암제 개발부터 승인, 상업화 경험이 있는 아베오를 인수함으로써 항암 중심 글로벌 제약사 도약이라는 목표를 향한 기반을 갖추게 된다”고 말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137310)도 재무적투자자와 함께 약 2조 원을 들여 미 체외진단 기업 메리디언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를 추진 중이다.

올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역량인 신약개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둬 내년이 기대되는 곳들도 있다. 한미약품(128940)의 호중구감소증 치료 신약 ‘롤론티스(미국명 롤베돈)’은 9월 국산 신약으론 여섯 번째로 미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하며 오랜 R&D의 결실을 맛봤다. 유한양행(000100)은 올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인 '렉라자' 임상에서 경쟁 약품들에 비해 뛰어난 결과를 얻었다. 회사 측은 내년 1분기에 1차 치료제 허가를 식품의약품 안전처에 신청하고, FDA에도 동일한 내용의 허가 신청을 추진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의 신약으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서 이미 국내에서는 능력을 인정 받은 ‘케이캡’은 최근 미국 임상 3상에 착수했다.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환자 투약 등 임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HLB(028300)가 임상 결과를 발표한 항암제 '리보세라닙' 역시 주목을 끌었다. 회사측은 내년에 선낭암 치료제로 FDA에 신약허가신청(NDA)을 내고, 곧이어 이 약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 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HLB 관계자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두 건의 NDA를 내겠다”면서 “특히 간암의 경우는 글로벌 임상 3상 데이터가 우수해 내부적으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맹준호 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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