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년만에 무인기 도발 …"한미 자극·대북 감시망 무력화 의도"
민간피해 우려 즉각 격추 못해
조기 발견하고도 대응 늦어져
軍, KA-1 공격기 원주서 출격
이륙중 추락…조종사는 탈출
사고현장 민가와 300m 거리
공군이 26일 북한 무인기 대응을 위해 출격시킨 KA-1 공격기가 급박한 상황에서 추락하며 군의 대비태세에 허점을 드러냈다. 공군은 "공군 원주기지 소속 KA-1 1대가 오전 11시 39분쯤 기지 이륙 중 추락했고, 조종사 2명은 비상 탈출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사고 관련 사진을 살펴보면 해당 항공기는 강원도 횡성군 횡성읍 반곡리 섬강 옆 논 한복판으로 떨어졌다. 사고 현장은 민가와 약 300m, 인근 초등학교와 직선거리로 5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해 군은 저속·저고도로 비행하는 무인기의 특성을 감안해 대응전력으로 속도가 느린 프로펠러 기종인 KA-1을 출격시켰을 것으로 보인다.
고속 비행하는 제트엔진 전투기로는 상대적으로 훨씬 느린 무인기를 상대하는 것이 오히려 어렵기 때문이다.
KA-1은 공군에서 전술통제기로 운용하던 O-2 항공기를 교체하기 위해 개발된 단발 터보프롭 저속통제기다.
전선통제기는 주로 적 지상군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한 다음 아군 공격기 부대를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훈련기인 KT-1을 기반으로 제작됐고 2000년 초도비행에 성공했다. 양산 1호기는 2005년 7월에 출고됐다. KA-1은 무장과 외부 연료탱크 및 외부 장착물과 무장제어장치, 항공전자장비 등을 탑재하고 있다. 주 날개 아래 장착된 2.75인치 로켓 최대 14발과 12.7㎜ 기관포가 주 무기다. 북한이 이날 무인기를 통해 한국 영공을 침범하며 9·19 남북군사합의 이후 쓰지 않았던 도발 수단을 다시 꺼내 들었다. 이는 북한이 최근 9·19 남북군사합의상 해상완충구역에 여러 차례 포병 사격을 실시한 것과 같은 흐름의 움직임으로 보인다. 한미를 자극해 합의를 무력화시키려는 동시에 대북 감시·정찰 태세를 시험해 보려는 다목적 도발 카드인 셈이다.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정찰위성 개발 관련 시험, 7차 핵실험 준비 등으로 전략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또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통해서는 한국과 일본 내 주요 지역과 역내 미군기지 등에 대한 위협을 키웠다. 그러면서 남북 접경 지역에서는 공군기를 동원한 무력시위와 포병사격에 이어 무인기까지 투입해 전술적 위협 수위를 높이는 형국이다.
북한 무인기의 영공 침범은 5년 만이다. 2017년 6월 9일 북한 무인기가 강원 인제 야산에서 발견된 바 있다. 당시 발견된 북한 무인기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된 경부 성주 지역을 정찰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무인기에서는 성주기지의 사진 10여 장이 나오기도 했다. 2016년에는 한국 영공을 침범한 북측 무인기가 한국군의 경고사격을 받고 물러간 적도 있었다.
2014년에는 북측 무인기가 경기 파주, 인천 옹진군 백령도, 강원 삼척 등지에서 추락한 바 있다. 이때 수거된 북측 무인기는 청와대 경내와 군부대 등을 촬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2010년대 한국 영공을 침범했던 무인기들은 원거리에서 실시간으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정된 루트를 자동 비행하는 방식이었고, 연료를 절약하기 위해 비행 고도를 높여 정찰 효과가 작았다. 그러나 최근 북측이 운용 중인 무인기는 원거리 조종이 가능해 경로를 실시간으로 바꿀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이 이번 무인기 도발을 통해 남북 간 군사합의를 무력화해 보겠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면서 "북측이 향후 전방 지역에서 촬영된 사진을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신 국장은 "과거와는 달리 한국군에서도 전방에 탐지 레이더망을 보강하는 등 북측 무인기에 대한 대응책을 확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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