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회계 '정조준'…사문화됐던 예·결산 장부 3년보존 부활

이진한 기자(mystic2j@mk.co.kr), 이유섭 기자(leeyusup@mk.co.kr)양세호(yang.seiho@mk.co.kr) 2022. 12. 26. 17:4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부, 대형노조 대상 재정 투명성 방안 발표
미이행땐 과태료 500만원 부과
내년 2월부터 온라인센터 운영
노조가입 강요등 신고 가능
일각선 자율신고 실효성 의문
한노총 "노골적 노동탄압" 반발

정부가 '부실회계' 의혹을 받는 노동조합의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자율 점검을 중심으로 노조의 운영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율 점검을 지키지 않을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한 이번 조치에 대해 강제력이 약해 정책 실효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을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한 가운데 초기 대응이 효과를 내지 못할 경우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노조의 영향력 확대를 차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경영계는 노조의 불법 단체행동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사용자의 대응력 강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2012년부터 작년까지 최근 10년간 우리나라의 연평균 노사분규 건수는 약 111건, 연평균 근로손실일수는 75만4500일에 달했던 만큼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경총이 최근 주요 50대 기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절반이 조업 방해 등 산업 현장 불법 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26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 진입해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개정안 통과를 요구하며 점거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소속 대우조선해양 하도급업체 노동자가 창밖으로 손을 흔들고 있다. <한주형 기자>

익명을 요청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사업 규모가 커지고 네트워크화되면서 파업 발생 시 사업장 단위를 넘어 협력사, 지역경제 등 산업 전반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제 전면 허용 등 전향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노조의 불법 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최근 13년 동안 28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6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조 재정 투명성' 브리핑에서 "노조는 기업에 대해 투명성을 요구하면서 정작 자기 통제에는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며 "노조도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사회적 책임과 투명성을 강화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합리적 노사관계를 만들기 위해 노사의 불합리한 관행을 적극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사문화된 현행법을 활용해 노조가 자율적으로 재정의 투명성을 점검·보완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조합원 1000명 이상인 노조와 연합단체 253곳을 대상으로 내년 2월 중 자율점검 결과서를 보고받고, 조합원이 재정 운용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행정관청이 요구하는 경우 노조가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또 △조합원 명부 △규약 △임원 주소록 △회의록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을 비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회의록과 재정에 관한 장부·서류 등은 3년치가 요구된다.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는 예산서, 결산서, 총수입원장과 총지출원장, 수입 또는 지출결의서, 수입관계장부와 증빙서, 지출관계장부와 증빙서, 자체 회계감사 관계서류를 말한다.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노조 회계감사원의 독립성과 전문성 제고도 추진된다. 현행법상 회계감사원을 통한 회계감사가 의무화돼 있지만 자격 제한이 없어 전문성과 독립성 담보가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결산 결과와 운영 상황에 대한 공표도 구체적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았다. 고용부 관계자는 "야당과 합의가 필요한 노동조합법 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회계감사원의 자격과 선출 방법을 구체화하고, 재정 상황 공표의 방법과 시기를 명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과태료 처벌이 최대 500만원에 불과해 수위가 낮은 만큼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는 점만으로도 불명예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며 "노조원과 시민들이 과태료 처분을 계기로 상세한 회계 공개를 요구할 수 있도록 지렛대로 삼아야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노사의 불합리한 관행 개선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년 2월부터 온라인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해 포괄임금 오·남용, 특정 노조의 가입·탈퇴 강요, 재정 운영 결과의 공개 거부 등에 대한 의심 사례를 취합하고 근로감독과 시정명령 등의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이진한 기자 / 이유섭 기자 / 양세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