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멈춘 전력산업 개편 …"한전, 배전·판매 독점구조 깨야"
정부가 천문학적인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국전력공사와 산하 공기업들의 정상화 방안 중 하나로 인력 구조조정 방안을 가시화했다. 전문가들은 국가 핵심 인프라인 송배전망의 장기적 관리 측면까지 고려해 한전을 민영화하는 방식의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6일 기획재정부는 제18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서 '공공기관 혁신 계획 중 기능 조정 및 조직·인력 효율화 계획'을 상정·의결하고, 공공기관 전체 정원 44만9000명 중 1만2442명(2.8%)을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공기업에서는 조정 규모가 가장 큰 한국철도공사(722명·조정률 2.2%)에 이어 한전이 기존 정원 2만3728명 중 2.1%를 감축한다.
한전 산하 5개 발전공기업도 인력 구조조정 요구에 직면하게 됐다. 한국남동발전은 기존 정원 2929명 중 87명(조정률 3.0%), 한국중부발전은 정원 2898명 중 91명(조정률 3.1%), 한국서부발전은 정원 2842명 중 77명(조정률 2.7%), 한국남부발전은 정원 2738명 중 68명(조정률 2.5%), 한국동서발전에서는 정원 2585명 중 80명(조정률 3.1%)의 인원을 감축할 예정이다. 각 공공기관은 이 같은 혁신 계획을 확정하고 내년 초까지 '2023 예산안 및 직제 규정 개정안' 이사회 의결 등 후속 조치를 추진해야 한다. 이후 이행 실적은 분기별로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보고된다.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김대중 정부 때 추진하던 한전의 구조개편이 지금까지 중단돼 있다"며 "지금까지는 이를 다시 추진하자고 할 명분이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 한전 적자 사태로 구조적 한계가 명확히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한전의 구조개편은 김영삼 정부 때인 1993년부터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공청회 등을 거치면서 민영화를 추진했지만 전력노동조합 파업 등으로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은 뒤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전력 산업 구조개편 계획을 수립하고 본격적인 한전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그리고 이듬해에 전력 산업 구조개편 계획안을 확정했다.
이 계획안은 정부가 독점하던 전력 시장을 향후 10년간 3단계에 걸쳐 개방해 경쟁 체제로 만들겠다는 게 핵심이다. 단계별로는 1단계 발전 시장, 2단계 배전 시장, 3단계 판매 시장이다. 1단계 추진은 노조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힘겹게 진행됐다. 정부는 노조와 협상 끝에 2001년 가까스로 한전을 석탄화력발전사 5개(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와 원자력발전사 1개(한국수력원자력)로 분할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2002년 2월 노조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는 노사정 합의로 전력 산업 구조개편에 대한 공동연구단을 2003년 구성하기로 했다. 연구단은 8개월간 논의한 끝에 2004년 5월 "배전 시장 개방을 중단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고 한전의 구조개편 작업은 20년 가까이 중단돼왔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정상화를 전제로 한전을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 학장은 "유럽이 전기요금을 7배 올려 1kwh당 1500원을 받는 동안 한국은 125원 수준을 유지했다"며 "50원 수준의 가격 인상은 한전 정상화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가재정에 여유가 있을 때 지원금을 투입해 적자를 큰 폭으로 해소하면 정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배전망과 계통 운영 인프라 확충을 반영한 개혁도 강조됐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2026년까지 5년간 송배전망에 대해 33조원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며 "이를 경직적 요금 리스크에 항시 노출된 전력 판매사업자에게 맡기기보다 따로 분리시켜 국가 관리하에 두는 식의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진한 기자 / 송광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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