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대응, 벽을 허물어야 가능하다
(지디넷코리아=김양균 기자)기후변화를 넘어선 위기 상황임에도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적 현상이지만 그 영향은 특정 집단에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전문가는 감축과 적응 전략뿐만 아니라 모두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안면도에서 측정된 한반도 배경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2018년에 415.2ppm이었다. 이 수치는 1999년 대비 44ppm이 증가한 것이다. 메탄은 2018년에 1974ppb였으며, 1999년 보다 113ppb 늘어났다. 지난 2010년대 연평균기온은 13.0℃였다. 1980년대는 12.2℃로 이보다 낮았다. 대기 중 오존 농도도 늘고 있다.
정부 공식 문건으로 확인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를 보여주는 수치들이다. 이 수치는 가공할 만한 결과로 이어진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온 상승은 지구의 물 순환을 강화시킨다. 그렇게 되면 강수 빈도와 강도가 증가된다. 극한의 고온 현상이 더 잦아지고, 더 가혹한 저온 현상도 늘어난다. 뿐만아니다. 우리나라 주변 해양의 해표면 수온과 해수면은 전 지구 평균보다 높은 변화율로 상승하고 있는데 산성화와 함께 수온 양극화가 커지고 있다.
환경부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한파·대기오염·감염병에 노출될 때 대상 집단의 인구학적 특성이나 사회경제적 수준, 시공간적 특성 등에 따라 건강영향은 다르게 나타난다고 보고하고 있다. 실제 2020년 건강영향은 노인·만성질환자·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인구집단이 더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방법론에 영향을 미친다. 홍윤철 세계보건기구(WHO) 기후변화와 환경과 건강 자문단 위원장(서울대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교수)은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당위”로 규정한다. 기후변화는 재앙이지만, 더 시스템을 잘 만들 수 있는 기회도 된다는 분석이다.
“홍수나 재해 등 여러 기후 현상에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매우 취약합니다. 그렇다면 그에 맞춰 의료서비스 대응을 해야 합니다. 특히 응급이나 필수의료에 대한 서비스를 보강해나가는 것이 우선 시급합니다. 이후 차차 의료서비스를 보강해나가야 하겠죠. 즉, 기후 변화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가장 긴급하게 의료서비스 보완을 해 나가야하는지를 드러냅니다.”
가장 큰 위협인 동시에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이정표. 아이러니하다. 그렇다면 우리의 대응은 어떠한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감축과 대응 전략…‘사람’·‘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전략이 감축(Mitigation)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본다.
“기후변화는 두 가지 전략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가스 물질 감축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 하나와 기후변화가 초래하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 인류가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Adaptation)할 것인지에 대한 대응 전략입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감축 전략에 치중하고 있지만, 적응 전략도 함께 세워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5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 적응은 실제나 예측되는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및 산업 변화, 재난발생 증가 등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발전의 기회를 최대화하려는 전략이다. 전응 전략이 중요한 이유는 잘못된 적응으로 인한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새로운 기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감축 및 적응 전략 외에도 우리나라의 범정부 대응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부처 간 협력 필요성은 기후변화가 여러 분야에 적용된다는 점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접근할 때 가장 중요한 전략은 서로간 벽을 허물고 모든 대응의 중심에 사람을 둬야 합니다. 그 전제로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고민해야 합니다. 기후 변화는 건강만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삶에 관한 여러 문제입니다. 그것이 어느 한 부처나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 전체가 같이 노력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렇지 않고선 기후변화 해결은 요원합니다.”
앨런 무어가 1986년 선보인 그래픽 노블 ‘왓치맨’ 속 배경은 냉전시대이다. 미국과 소련간 핵전쟁 가능성이 커지면서 작품 속 사람들은 종말의 불안감에 시달린다. 과학자들은 종말까지 남은 시간을 고작 5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전망을 내놓는다. 현재 핵전쟁보다 우릴 더 위협하는 것은 기후변화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파국. 그에 이르기까지 과연 얼마나 남아있을까.
김양균 기자(ange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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