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금융환경 안갯속"···은행들 '리스크 관리' 강화한다

유은실 2022. 12. 2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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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은행, '리스크관리 조직' 부행장 그룹 체계로
우리은행, 부실여신 관리 강화···'여신관리본부' 신설
"리스크 최소화 속 신사업·투자 기회 모색 시도할 것"

[이데일리 유은실 기자] 은행권이 ‘리스크 관리’ 강화에 방점을 둔 조직 개편에 나섰다. 내년엔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신 관리 역량과 유동성 관리 역량을 높여 은행 안팎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게다가 올해 은행권에서 잇따라 터진 횡령·해외송금 사고로 금융당국이 은행에 구멍난 내부통제·감독 공백을 조속히 메우라고 불호령을 내린 만큼, 내부 검사 조직 및 관련 제도를 확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Sh수협은행은 지난 22일 조직개편에서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 독립성 강화를 위해 리스크관리 조직을 본부장 산하 조직에서 부행장 그룹 체계로 격상했다. 이로써 수협은행의 부행장 그룹 체계는 5개 조직(경영전략·개인금융·기업금융·여신지원·IT)에서 리스크관리그룹을 추가해 6개로 늘었다.

또 부행장 직속으로 ‘여신감리팀’과 ‘적합성 검증팀’을 신설했다. 여신감리는 대출 실행을 사전에 검증하는 부서다. 은행은 경영계획과 금융환경 등을 고려해 여신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데, 감사부가 대출 사후 관리를 맡는다면 여신감리팀은 대출이 나가기 전부터 미리 다각도에서 대출을 검증하고 여신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는다.

적합성 검증팀은 국제결제은행(BIS) 내부등급법 도입을 위해 새로 만들어졌다. 내부등급법이란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통해 신용리스크에 대한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출하는 방법으로, 통상 금융사들은 자체 리스크 역량 강화를 위해 해당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2023년도 조직개편을 통해 ‘여신관리본부’를 신설했다. 여신관리본부는 여신지원그룹 내 여신 사후관리를 총괄하는 부서로, 산하에 ‘관리기업심사부’와 ‘여신관리부’를 두고 연체 여신을 중점 관리한다. 채권 회수, 기업개선 활동 등 여신관리 강화를 통해 은행의 자산건전성을 철저히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본부조직에 대한 검사도 강화한다. 우리은행은 본부조직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기존 검사실에서 ‘본부감사부’를 분리 신설했다. 앞으로 검사실은 영업조직 검사에, 본부감사부는 본부조직 감사에 집중함으로써 효과적인 내부통제를 실시하겠다는 취지다.

다른 은행들도 내부 통제 시스템 재정비에 나섰다. KB국민은행은 올 상반기 조직개편에서 준법지원부 내 부서급 규모 상시감사조직을 신설했다.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각각 ‘위험 지표 적용 프로세스’, ‘AI 이상행동탐지 ATM’ 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하반기 내내 은행 내부통제 강화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데다 내년 1분기 ‘지배구조법’ 개정안 입법을 예고했기 때문에, 은행들도 내부통제와 관련 리스크 관리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에 조직개편안을 확정 짓거나 지을 예정인 은행들도 ‘리스크 관리 강화’에 방점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금융지주 계열 은행들을 이끌 수장으로 ‘재무통’들이 중용된 이유도 리스크 관리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이승열 하나은행장 내정자는 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재무 분야에서 굵직한 이력을 쌓은 전문가로 꼽힌다. 하나은행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자금시장그룹을 신설했다. 은행 내에서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적으로 금리 상승에 따른 한계기업 우려와 부실화 방지를 내년 중점 과제로 보고 있는 만큼, 리스크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한 조직 재정비는 모든 금융사에서 이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들은 조직개편을 통해 신사업·투자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신한금융은 미래 핵심사업 영역 아젠다를 발굴하기 위해 ‘그룹 신사업부문’을 새로 만들었다. 또 농협금융은 흩어져 있던 투자은행(IB) 기능을 한곳에 모으기로 했고, 수협은행도 투자금융본부를 은행장 직속으로 뒀다. 위기 속에서도 투자금융과 신사업 부문을 활성화해 비이자수익을 늘리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어렵다고 보고 있어 공격적인 투자·영업보다는 리스크 관리 강화를 지속하면서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시도들이 많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은실 (yes24@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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