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사업장 낮은 노조 조직율도 대형노조 탓? 윤 대통령, 계속되는 ‘대형노조 때리기’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노조 부패’를 재차 언급하며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영세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이 저조하게 나타난 것과 관련해서도 ‘노노간 착취 구조’ 등을 거론하며 대형 노조에 화살을 겨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노노간 착취 구조 타파가 시급하다”며 “정부는 노동약자 보호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이재명 부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전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해 전국 노조 조직현황 관련 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300인 이상 대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46.3%, 공공부문 노조 조직률은 70.0%를 기록했다. 반면 30~99인 이하와 30인 미만 사업장 노조 조직률은 각각 1.6%와 0.2%에 그쳤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현황과 관련해 “국내 노조가 노동약자를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며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노노간 착취 문제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정부는 노동약자 보호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특히 금융감독원 다트(DART·전자공시시스템)처럼 노조 회계 공시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영세 사업장 노조 조직률이 낮은 현실까지 대형 노조의 책임으로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부패’ 등 대형 노조의 문제가 어떻게 영세 사업장 노조 조직률에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설명이 나오지 않았다. 최근 계속되고 있는 대형 노조 때리기의 연장선상에서 영세 사업장 노조 조직률 문제까지 끌어들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영세 사업장의 저조한 노조 조직률과 대형 노조의 회계 문제 사이 연관성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취지의 질문에 “대통령께서 노조 조직률을 보고받고 말씀하신 것은 ‘이중구조가 더 고착화되고, 노노간 착취구조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가 결국은 대기업 중심의 조직화된 노조 그리고 영세기업 노동자들이 조직화되지 못하고 현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노동 약자들을 위해 정책적으로 어떻게 뒷받침할 것인가를 주문한 것”이라며 “그것과 (노조) 회계 투명성이 반드시 연결되지는 않지만,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조 부패 방지라든가 회계 투명성 강화 같은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신 것”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현행법 아래에서도 노조 회계자료를 열람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지는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가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기획재정부 업무보고에서 ‘노조 부패’를 공직 부패, 기업 부패와 함께 3대 부패로 규정하는 등 대형 노조를 향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노조 재정 투명성 이슈를 띄우며 회계감사 강화 법안(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윤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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