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현금이 낫다" 美스팩 청산 도미노
새해 환매땐 稅부과 악재
투자처 못찾자 현금 사활
이달들어 70개 스팩 청산
미국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들이 줄줄이 청산에 돌입했다. 주식 가격이 내림세를 보이면서 투자자들이 SPAC을 통한 상장으로 수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간) SPAC 리서치에 따르면 올 12월 미국에서 총 70개에 달하는 SPAC이 청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달 SPAC 청산 건수는 지금껏 전체 청산 건수를 앞섰다"면서 "SPAC 거래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졌고, 내년에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청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PAC 상장은 코로나19 발발 이후인 2020~2021년에 미국 자본 시장에서 붐을 이뤘다. 금융권에서 SPAC을 설립한 뒤 자본을 모아 먼저 기업공개(IPO)를 하고, 이후 비상장사 중 유망한 기업을 합병했다. 지난해에는 테슬라 대항마로 유명한 루시드모터스와 동남아시아의 우버 그랩이 SPAC을 통해 나스닥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지난 2년간 SPAC을 통해 IPO를 한 비상장사만 300곳이 넘는다.
비상장사들은 SPAC을 통해 상장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SPAC을 만든 설립자(스폰서)들과 이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주식 시장이 내리막길로 돌아섰다. 주가가 올해 들어 곤두박질치면서 루시드모터스의 경우 SPAC 합병 후 주가가 70% 이상 하락했다. 자본 시장이 달라진 것이다.
미국 SPAC의 유효 기간은 2년이다. 해당 기간 내에 피합병법인을 찾지 못하면 청산되는 구조다. 주식 시장 하락과 함께 세율은 더 높아졌다. WSJ는 "주식 환매에 대해 1% 연방세가 부과되면서 청산을 가속화시켰다"며 "더욱이 내년부터 자사주 매입에 세금이 붙는 것이 화근이 됐다"고 설명했다. SPAC 청산에 따른 손실 규모는 향후 몇 달 내에 2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대해 존 차샤스 메튜셀라 자문사 총괄은 "SPAC에 대한 인식이 부를 창출하는 환상적인 수단에서 독이 든 성배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주식 시장이 뜨거울 때는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합병할 비상장사를 적극 찾아 나섰지만, 이제는 청산을 통해 투자한 현금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비상장사 역시 SPAC을 멀리하고 있다. 딜로직에 따르면 SPAC과 합병한 스타트업의 평균 기업가치는 지난해 약 20억달러에서 올해 4분기 약 4억달러로 급락했다. 기업가치가 5분의 1토막 난 것이다.
현재 미국 내에는 약 400개에 달하는 SPAC이 합병할 기업을 찾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현금만 1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약 150개의 SPAC이 인수·합병 계약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250곳은 여전히 향방이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SPAC 설립자들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 SPAC 설립자들은 이번 분기에만 약 9억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평가받는다. 은행·법률 회사 등에 사전 지급한 돈이다. 마이클 오레게 뉴욕대 로스쿨 교수는 "오늘날 경제 환경이 SPAC을 매력 없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리콘밸리/이상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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