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서 일한다더니…꼼수로 공장가는 외국인

박나은 기자(nasilver@mk.co.kr)이창훈(tantan@mk.co.kr)이호준(lee.hojoon@mk.co.kr) 2022. 12. 2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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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대우 받았다고 신고한뒤
근무지 이전 임시허용제 악용
급여많은 도시 공장으로 옮겨
인력 부족한 농어민만 '골탕'
방문취업·유학 비자입국 늘며
불법체류자 올해 41만명 넘어

# 제주도 한림읍에서 작은 어선으로 조업을 하고 있는 윤 모씨(60)는 몇 년째 인력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외국인 근로자가 이탈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윤씨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스리랑카인 A씨를 고용했다. 하지만 근무 첫날부터 일도 하지 않고 배에 누워만 있던 A씨는 당시 배에 타지도 않았던 윤씨 아들에게 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A씨는 고용센터에서 근무지 이전 허가증을 발급받은 뒤 그대로 행적을 감췄다. 윤씨는 "2019년에도 같은 방식으로 외국인이 도망간 뒤 3년을 기다려 배정받은 건데 허탈하다"며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가 계속 나타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외국인 근로자들이 합법적으로 입국한 뒤 각종 편법을 사용해 근무지에서 이탈한 뒤 불법 노동으로 빠지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농어촌 지역의 인력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비자 발급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고용허가제(비전문취업·E-9)나 계절근로(E-8·C-4), 방문취업(H-2) 등의 비자로 국내에 들어와 근무지를 이탈한 후 취업이 불가능한 업종에서 일하는 것이다. 정작 농어촌 지역의 인력난은 해결되지 않은 채 불법 체류 외국인 수는 늘며 불법 노동 시장만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스리랑카인 A씨 사례의 경우 경찰 조사 기간에 근로지 이전을 임시로 허용해주는 제도를 악용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불합리한 대우를 당해 경찰에 신고하면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에서는 고용주와 근로자를 분리하기 위해 근로지 임시 이전 허가증을 발급해준다. 이 허가증이 있으면 최초에 비자 발급을 보증해준 곳 외에 다른 곳에서도 일할 수 있다. 이를 악용한 일부 외국인 근로자들이 입국한 뒤 인력 수요가 많은 농어촌에서 급여가 더 높은 공장 등으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신협은 올해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외국인 노동자 중 90%가량이 이미 최초 근무지를 이탈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외국인 불법 체류자는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에 따르면 등록 외국인 불법 체류 신규 발생자는 지난해 2만9294명이었는데, 올해는 10월까지 2만7490명을 기록했다. 올해 전체 수치는 전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35만5126명이었던 불법 체류자는 올 들어 10월까지 41만767명으로 늘었다.

이는 비숙련 노동자들이 합법적으로 근로할 수 있는 비전문취업과 방문취업 비자 대신 유학(D-2)·어학연수(D-4) 등 노동 목적이 아닌 비자로 입국할 수 있는 길이 확대된 결과다.

법무부에 따르면 2019년 비전문취업 비자 입국자는 15만1116명에서 2022년 10만5465명으로, 같은 기간 체류자는 27만6755명에서 25만3076명으로 감소했다.

유학·어학연수 비자 체류자는 늘고 있다. 유학·어학연수 비자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2019년 18만1945명에서 2022년 20만41명으로 증가했다. 이들의 국적을 보면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가 매년 증가하는 추세인데, 근로 목적으로 동남아시아 국가 등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이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어학원과 학교 측에서도 외국인들이 근로 목적으로 입국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등록금을 내고 있기 때문에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외국인 노동자 이탈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영세 농어민의 몫이다. 농어촌 일자리는 내국인 기피가 심해 외국인 노동력에 기댈 수밖에 없어 인력 공백이 생기면 이를 채울 길이 마땅치 않다. 현재 정부는 농어촌 지역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허가제와 계절근로 비자 발급 인원을 늘리고 비자 요건을 완화하는 중이지만 입국 이후 이탈자가 많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박나은 기자 / 이창훈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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