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이혁 "음악은 평생 친구…상에 연연하지 않아요"
기사내용 요약
롱 티보 콩쿠르 우승…28일 롯데콘서트홀 무대
"콩쿠르는 페스티벌…죽는 날까지 피아노 공부"
음악 닮은 체스, 수준급…"그랜드 마스터가 꿈"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음악가로서 꿈은 딱 하나에요. 죽는 날까지 피아노를 공부하고 싶어요. 평생 음악을 친구처럼 삼고, 배워나가는 거죠. 제 연주를 매일매일 업그레이드한다는 생각으로요."
지난달 프랑스 롱 티보 국제 콩쿠르에서 공동 우승을 거머쥔 피아니스트 이혁(22)이 오는 28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콩쿠르 당시 결선곡이었던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올해 시벨리우스 콩쿠르 우승을 거머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함께 여는 '더 위너스' 콘서트다.
콩쿠르 무대를 재현하게 됐지만 부담은 없다. 26일 서울 서초구 스타인웨이 갤러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혁은 "청중들과 음악을 함께 나누는 건 기쁘고 설레는 마음"이라며 "콩쿠르 때와 달라진 건 없다. 늘 같은 마음으로 한 무대 한 무대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롱 티보 콩쿠르로 많은 연주 기회를 얻게 돼 기뻐요. 하지만 음악가로서의 삶이 달라지는 건 없어요. 저는 상에 연연하지 않아요. 콩쿠르는 하나의 페스티벌이라고 생각하죠. 준비하는 과정 자체를 즐겨요. 준비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다양한 음악을 통해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죠."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2번은 "가장 애정하는 곡"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프로코피예프는 5개의 협주곡을 남겼는데 1, 3, 4번과 비교하면 굉장히 달라요. 이 곡들은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역동적이고 해학적 분위기가 있죠. 그런데 2번은 그의 인생에 암울했던 시기에 작곡돼 비극적이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요. 열손가락으로 최대한 그 느낌을 청중들에게 전하고자 고심했어요."
지난 20일엔 국내에서 자선음악회도 열었다. 그는 "오래된 꿈 중 하나"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음악으로 개인의 명예를 추구하는 이상으로 사회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어요. 처음으로 제 이름을 걸고 기획할 수 있어서 고무적이죠. 자선음악회를 계속 이어 나갈 거예요."
세 살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함께 시작한 그는 피아니스트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현재도 바이올린 연습을 이어가고 있다. 멘델스존,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다며 "바이올리니스트로서의 꿈도 언젠가 펼쳐보고 싶다"고 밝혔다.
어릴 적부터 타악기 등 새로운 악기에 대한 열정도 남달랐다. 다방면으로 호기심이 넘쳤던 그는 체스도 수준급 실력을 자랑한다. 6~7살 때부터 시작해 지금은 국제 대회에도 출전할 정도다. 최근엔 바르샤바에서 열린 체스 대회에서 3위의 성적을 거뒀다. "체스는 제게 취미 이상이다. 한국 체스계엔 없는 그랜드 마스터가 꼭 되고 싶은 높은 꿈이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프로코피예프 등 20세기에 많은 음악가가 체스를 즐겼어요. 21세기 음악가들도 마찬가지죠. 한 게임에 네 시간 정도 걸리는데, 리사이틀도 두 시간 정도 소요되잖아요.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논리적인 게임이라는 점에서 음악에 도움이 많이 되죠."
이혁은 현재 프랑스 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밟고 있다. 2014년부터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공부해왔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급하게 파리로 이주하게 됐다.
"프랑스 음악은 예전부터 집중해서 탐구해보고 싶었어요. 본토에서 깊이 파고들 수 있게 됐죠. 모스크바는 제 10대를 거의 보낸 도시요. 전쟁이 나면서 급하게 이주했는데 정들었던 도시와 선생님, 친구들과 작별 인사를 제대로 못하고 나와야 해서 아쉽고 슬펐죠."
내년에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유럽의 다양한 무대에 설 계획이다. 프랑스의 노앙 쇼팽 페스티벌 등 여러 축제를 비롯해 폴란드 바르샤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을 지낸 마에스트로 안토니 비트와의 협연도 예정돼 있다. 또 9월엔 금호아트홀에서 독주회가 열리며, 동생인 이효(15)와 피아노 듀오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롤모델로는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3~1989)를 꼽았다. "음악을 대하는 자세를 존경해요. 연세가 많았을 때 연주한 영상도 많이 봤는데,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죠. 음악에 대한 깊은 사랑과 열정을 한결같이 지닌 그 모습을 꼭 닮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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