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식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부동산 침체기에 먹힐까

유엄식 기자 2022. 12. 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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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주도 사업 신설, 기존 공공후보지 철회 등 보완책...공공은 사업성 낮은 구역 위주로 보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8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새 정부의 첫 주택공급대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전 정부가 발표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시행 주체가 공공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면서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부동산 시장 침체와 금리인상에 따른 사업비 조달 문제로 정비사업을 미루거나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0만호→8만3000호,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물량 줄어든 이유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2.4 대책에서 도입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는 현재까지 57곳, 총 8만3000호 규모다.

지난주 국토부가 공개한 9차 후보지는 강서구 화곡2동 주민센터 인근(5580호) 양천구 목4동 강서구 인근(4415호) 양천구 목동역 인근(1988호) 등 3개 사업장으로 총 1만1983호의 공급 물량이 추가됐다.

하지만 직전 8차 발표 당시와 비교해 사업장은 18곳, 공급량은 1만3000호 각각 축소됐다. 3개 사업장이 추가됐지만, 지구 지정 후 주민 반대 비중이 높은 21개 사업장(약 2만7000호)이 제외된 까닭이다.

전 정부가 시도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은 공공주택특별법에 따라 일부 토지주 동의를 얻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 사업자가 시행자로 참여해 통합 심의로 사업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용적률 상향 등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일방향식' 사업구역 지정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자 윤석열 정부는 올해 8월 보완책을 발표했다. LH 등 토지 공기업이 아닌 신탁사나 리츠 등 민간 전문 기관이 토지주와 협력해 도심에 복합개발을 신속히 추진할 수 있는 '민간 도심 복합사업'을 신규 도입했다. 기존에 사업장 중 동의율 30% 미만인 사업장은 민간 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

토지주 등에 대한 현금청산 규정도 개선했다. 당초 대책 발표일 이후 사업 구역 내에서 새로 주택을 사면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청산을 원칙으로 했다. 또 우선 공급권을 받아도 소유권 이전 등기까지 전매를 제한하고, 우선 공급 대상자는 향후 5년 간 투기과열지구 정비사업 조합원 분양을 불허했다. 이 규제를 풀어 후보지 발표 전에 매수한 1주택 소유자도 특별공급권을 주기로 했다.
서울 시내 빌라촌 전경. /사진제공=뉴스1
정부, 낙후 지역 위주로 지원…시장 침체기 개발 성공 사례 나오면 신청지 늘어날 수도
도심 노후 주택가는 민간 개발 수요가 많았는데, 전 정부는 투기 방지 등을 위해 공공이 시행자로 참여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이 때문에 사업성이 양호한 알짜 지역도 대거 공공사업 후보지로 선정돼 해당 지역 토지주의 반발이 거셌다. 정부는 이를 고려해 향후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는 사업성이 낮아 민간개발이 어려운 낙후지 역을 중심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주 서울 서남권에 신규 지정된 3개 사업장도 이런 정책 기조가 반영됐다. 실제로 화곡2동 주민센터 인근은 김포공항 고도제한 등으로 사업성 확보가 어려워 개발이 정체된 지역이었다. 목4동은 저층 연립주택이 밀집했고 보도와 차도가 분리되지 않아 주차난이 심각한 지역이고 목동역 인근은 주택 노후도가 70% 이상이나 정비사업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주민 주도로 정비사업이 어려운 지역이었다.

공공주도 복합사업은 지난해까지 부정적 여론이 우세했다. 전국 아파트값이 동반 급등하는 유례없는 활황 국면이어서 굳이 공공을 사업에 참여시킬 유인이 낮았기 때문이다. 토지 소유자에 10~30%의 수익률을 보장하고, 아파트와 상가 우선 공급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했지만 예상보다 참여도가 저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급변하면서 공공주택 복합사업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최근 주택가격 하락, 공사비 급등, 금융비용 상승 등으로 리스크 확대 및 기대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공복합 사업을 통해 토지주들이 우려하는 부분이 일부 해소되고 성공 사례가 축적되면 사업 추진을 희망하는 지역이 앞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공공복합 사업의 '현물선납 후 현물보상'을 통한 정산 방식은 사업 시행자의 재무적 부담을 낮춰 사업성이 낮은 지역에서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다만 사업성이 낮은 곳 위주로 시행하면 중장기적으로 재무적 리스크가 가중될 수 있어 주거여건 개선이 시급한 지역 위주로 선별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편 도심 복합사업이 개편되면서 중장기 도심 주택공급 물량에도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당초 20만호 공급을 목표로 했지만 사업지 이탈로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있다.

정부는 이 같은 전망에 대해 선을 긋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심 복합사업을 철회한 지역도 주민 요청이 있을 경우 민간 도심복합 사업, 가로주택정비사업 등으로 전환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중장기 도심 20만호 주택공급 물량 목표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엄식 기자 us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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