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 오피스텔'도 넘쳐난다 … 올해 보증금 1663억 뜯겨

김유신 기자(trust@mk.co.kr) 2022. 12. 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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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 모씨는 2020년 9월 서울 소재 신축 오피스텔에 전세보증금 2억원을 내고 입주했다. 당시 이 오피스텔의 매매 시세는 2억2000만원가량으로 전세가와 큰 차이가 없었다. 매매가 하락으로 인한 깡통전세 우려에 김씨는 전세 계약을 체결하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했다.

지난 8월 전세 만기가 돌아오자 김씨는 집주인에게 계약 종료 의사를 밝히고 보증금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최근 오피스텔 매매가와 전세가 모두 2년 전보다 하락해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거나 전세를 연장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계획하고 있던 김씨는 HUG에 대위변제(HUG가 집주인 대신 보증금을 지급)를 요청했고, 지급 심사를 통과하고서야 보증금을 돌려받아 이사를 할 수 있었다.

김씨처럼 최근 오피스텔에 들어간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HUG에 대위변제를 신청한 건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아파트값이 급등하자 투자자들이 세입자 전세금을 활용해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오피스텔 투자에까지 무분별하게 나섰던 것에 대한 부작용이라는 분석이다. 입주 물량의 증가와 고금리 지속으로 당분간 전세가격의 추가 하락이 불가피해 역전세에 따른 세입자들의 피해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HUG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HUG가 접수한 오피스텔 전세보증사고 건수는 818건으로 전년(303건) 대비 약 2.7배로 늘어났다. 사고 규모로 따지면 올해 접수한 오피스텔 보증사고액은 1663억원으로 전년(567억원) 대비 2.9배 증가했다. 이는 HUG에 접수된 보증사고 신고 건수에 기반한 수치다. HUG는 보증사고 신고를 접수하면 내부 심사를 거친 뒤 보증금을 대위변제한다.

HUG에 접수된 전세보증사고를 주택 유형별로 살펴보면 오피스텔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접수한 전세보증사고 중 오피스텔이 차지하는 비중은 17.8%(건수 기준)로 전년(10.8%) 대비 7%포인트 증가했다.

이처럼 오피스텔 보증사고가 늘어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는 게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피스텔은 상업용 부동산으로 월세 수익을 목적으로 투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최근 2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며 오피스텔에도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가 몰렸다. 2019년 서울의 오피스텔 거래 건수는 3만5249건이었지만, 2020년은 4만1828건, 2021년은 4만1174건을 기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몇 년간 주택 가격이 급등하며 오피스텔이 주택의 대체재로 부상해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가 늘었다"며 "세입자들 또한 저금리 영향으로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해 보증금을 이용한 오피스텔 투자가 성행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피스텔의 경우 아파트와 비교해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크지 않아 세입자가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1월 기준 전국 오피스텔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84.92%로 조사됐다. 반면 같은 달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는 68.6%로 오피스텔 대비 20%포인트 가까이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가율이 높다는 것은 부동산 가격 하락 시 매매가가 전세가 밑으로 내려가 '깡통 전세'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최근 역전세난이 불거지며 빌라와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발생하는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HUG에 접수된 전세보증사고액은 9854억원으로 2021년(5790억원) 대비 약 1.7배에 달한다. 전세보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주택 유형은 다세대주택(58.1%)이었고, 아파트(19.5%)와 오피스텔(17.8%)에 대한 사고도 많았다. 진창하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저금리 상황에서 임대차3법이 시행되자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을 한꺼번에 인상해 전세가가 급등했다"며 "최근 시장 가격이 하락하며 세입자의 보증금으로 무리한 투자를 감행한 투자자들이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역전세로 인한 전세보증사고 증가 추세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작년 10월부터 전·월세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세입자들은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여부에 대한 우려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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