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무인기에 서울까지 뚫렸다···100발 사격에도 격추 못해
강화·김포·파주 서 민가 등 비행
군, 경고사격·전투기 투입 대응
격추는 실패···1대는 북측 귀환
아군 유·무인기도 이북 등 정찰 맞불
SRBM 발사 사흘만에 넘어와
"한미 대북 대비태세 떠보는 듯"
일각선 "국지전 도발 가능성도"
북한의 대남 군사 도발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수개월 사이 북방한계선(NLL) 이남의 공해상 등으로 탄도미사일이나 포탄 등을 쏘아대더니 이번에는 무인기로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26일 우리 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최소 5대의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해 공군 및 육군 공중 전력으로 전술 대응에 나섰다. 우리 군은 이날 오전 10시 25분께부터 경기도 일대에서 북한 무인기로 추정되는 미상의 항적 수 개를 포착했다. 최초에 해당 항적이 포착된 곳은 경기도 김포 전방의 군사분계선(MDL) 이북이었다. 이후 우리 군은 이들 항적의 정체를 무인기로 추정해 공격헬기 및 전투기 등으로 대응 조치했다.
해당 무인기들의 수는 한 자릿수(최소 5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는 육안으로도 포착됐다. 이들 무인기는 경기도 강화도 및 김포 쪽 영공을 침범했다. 특히 일부는 민간인 및 마을이 있는 지역(서울 북부 포함)까지 들어왔다. 이에 우리 군은 경고 방송 및 경고 사격을 했고 공군 전투기 및 육군 공격헬기를 투입해 대응했다. 대응 과정에서 아군 공격헬기는 민간이 없는 교동도 서쪽에서 20㎜ 기관총으로 1회 100발의 격파 사격도 실시했다. 다만 조준 사격이 아닌 레이더 방향 사격이어서 격추하지는 못했다.
이번에 넘어온 무인기들은 복잡한 항적으로 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 1대는 MDL 이북으로 돌아갔으며 나머지 기체들은 강화도 등에서 소실되기도 했다. 소실된 이유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추락했거나 레이더 탐지 고도 이하의 저고도로 낮춰 비행했을 수 있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무인기들 중 1대는 3시간가량 비행한 후 MDL 이북으로 이탈했다. 나머지 4대는 오후에 순차적으로 포착됐다가 소실됐다. 우리 군의 대응 작전 시간을 기준으로 하면 오전부터 최소 5시간여간 무인기들이 비행했다. 정확한 기종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전장 2m급 이하 소형 무인기로 이 중 1대는 수도권 북부 지역까지, 나머지 4대는 강화도 일대에서 비행했으며 우리 군은 자위권 차원에서 즉각 대응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밝혔다. 이는 2014년 우리 측으로 침투해온 무인기와 유사한 크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소 5시간 이상(우리 군 대응 작전 시간 기준)이나 북한 무인기들이 우리 영공을 헤집고 다닌 이유 역시 확인되지 않았다. 각각의 비행체가 서로 다른 경로 등으로 복잡하게 날아 우리 군을 교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비행 구간에는 도심 상공도 포함돼 무인기 추락 시 민간 피해 가능성을 감안한 우리 군의 사격에 제한이 있었다.
북한이 무인기로 우리 측 영공을 침범한 것은 2017 6월 9일 이후 약 5년 만이다. 당시 침범기들은 총 5시간 30여 분간 날았는데 비행 거리가 무려 490여 ㎞에 이르렀다. 해당 무인기들은 강원도 인제의 야산에서 발견됐는데 엔진 이상으로 추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무인기들은 성주 등을 촬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에 침범한 무인기들도 우리 지역의 주요 군사시설 등을 공중 촬영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우리 군도 맞불을 놓았다. 이날 우리 군의 유무인 정찰 자산이 MDL 근접 지역 및 이북 지역으로 투입됐다. 이들 아군 정찰기는 북한 무인기의 남침 거리에 상응한 거리만큼 이북 지역 등을 날며 적의 주요 군사시설을 촬영하는 등 정찰 및 작전 활동을 벌였다.
북한 무인기의 우리 영공 침범은 2016년 1월과 2015년 8월에도 있었다. 그 중 2016년 1월 당시 북한 측 무인기들은 경기도 문산 지역에서 MDL을 넘어왔으나 우리 군의 경고 방송 및 경고 사격 이후 북으로 돌아갔다. 2015년 8월 당시에는 북측 무인기들이 경기도 화천군 일대의 MDL 남측으로 침범했다. 2014년에도 경기도 파주, 강원도 삼척, 백령도 일대 등에서 북한 무인기의 잔해가 발견돼 우리 군의 방공망에 구멍이 뚫린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북한의 이번 무인기 도발은 23일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동해상으로 쏜 지 사흘 만에 이뤄졌다. 이에 대해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 전력 외에도 다양한 수단을 동원해 한미의 대북 대응 태세를 떠보려는 차원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의 올해 도발 행태를 보면 단순히 횟수를 늘리고 강도를 높이는 엄포성 차원을 넘어 굉장히 실전적인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사시 국지전 등으로 도발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다양한 무력 시위를 감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무인기 및 순항미사일 등의 대남 저고도 침투 등을 조기에 탐지할 신형 이동식 장거리 레이더 사업은 일부 지역의 민원에 발목이 잡혔다. 관계자들은 진도 등에서 일부 시민단체 및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관련 레이더 설치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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