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볼보차 ‘C40 리차지’ | 기후변화 문제 앞에 볼보차가 내놓은 해답
볼보자동차(이하 볼보차)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진 자동차 회사는 많지 않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내연기관과 작별을 고하고, 대안으로 전동화를 전면에 내세운 볼보차는 그 첫걸음으로 C40 리차지를 소개했다. C40 리차지는 스칸디나비아반도와 북해의 청량하고 깨끗한 자연을 담아 배출가스를 전혀 내지 않는 순수 전기차다. 여기에 볼보차의 실용주의를 접목했다. C시리즈는 전통적으로 볼보차의 2도어(양문형) 해치백을 지칭해 왔으나, C40 리차지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인기에 따라 형태를 바꾸고 쿠페형 디자인을 도입했다. 볼보차의 고향 스웨덴 예테보리(Göteborg)에서 브랜드 미래이자, 시발점인 C40 리차지를 시승했다.
시승은 볼보차 본사가 위치한 예테보리에서 서쪽으로 약 80㎞ 떨어진 보로스(Borås)까지 왕복하는 코스로, 총 160㎞를 달렸다. 일반도로와 고속도로, 산길이 복합적으로 구성됐다. 스웨덴은 한국에 비해 날씨가 춥고, 눈이 많이 오는 지역으로, 시승 당일에도 상당한 눈이 내렸다. 그러나 그만큼 도로 정비가 잘돼 있어 운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안전벨트 착용과 신호위반, 과속 등 교통 규칙을 위반했을 때의 벌금이 상당하다는 주의를 듣고, 시승을 위해 자동차로 향했다.
심플함에 스웨덴 자연의 영감 표현 디자인
C40 리차지를 처음 본 느낌은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볼보차에서는 C40 리차지 등에 쓰인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에 대해 ‘심플(simple)’이라고 설명한다. 다만 볼보차가 디자인할 때 순수함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케아로 대표되는 실용성의 나라답게 C40 리차지를 디자인하면서 기능적인 면과 경량화, 안전, 친환경, 재활용 소재 등의 요소를 넣기 위해 상당한 고생을 했다는 게 볼보차 디자인센터 외관 디자인 총괄 티 존 메이어의 설명이다. 대시보드와 도어 패널에는 스웨덴 북부 산악 지역인 아비스코의 등고선이 장식으로 들어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스웨덴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차에 표현하기도 한다. 볼보차 시그니처 디자인인 후면등도 이 지역 대표 지형인 피오르(fjord)를 닮은 선으로 그려진다.
국내 기준으로 1회 충전 시 최대 주행거리는 356㎞. 그러나 시승용 차는 400㎞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차내 디스플레이에 표시됐다.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에 있는 패널) 디스플레이는 마치 태블릿 PC처럼 거대하고, 다양한 그래픽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졌다. 스웨덴에서 시승한 C40 리차지는 T맵을 쓰는 국내와 다르게, 구글과 협업으로 구글의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다. 목적지인 보로스까지의 거리, 걸리는 시간, 도착 후 배터리 잔량이 내비게이션에 표시됐다.
볼보차는 공격적으로 잘 달리는 차보다는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는 차를 만든다. 주요 개발 콘셉트 중 하나가 ‘가족’인 데 따른 것이다. C40 리차지는 소형 SUV고, 쿠페형 디자인이라는 특성 때문에 뒷좌석에 성인이 앉기는 약간 불편하지만, 원래 가지고 있는 ‘가족’정체성을 남기기 위해 여러 면에서 노력한 흔적들이 실내 곳곳에 남아 있다.
C40 리차지에는 시동 버튼이 없다. 키를 가지고 차에 오르는 것만으로 달리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난다.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으면 이를 감지해 운전자에게 맞춰 모든 세팅이 이뤄진다. 시승을 위해 단 한 번 올라탄 C40 리차지는 그런 능력을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장기간 사용하는 실제 소유주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기능일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최고 출력 300㎾(408마력) 최대 토크 660Nm(67.3㎏·m)를 내는 두 개의 전기모터는 앞바퀴와 뒷바퀴에 각각 한 개씩 들어간다. 스웨덴 등 글로벌 시장에서는 앞바퀴 굴림 제품도 판매한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SUV라는 특성을 더욱 살리기 위해 네 바퀴 굴림 버전만을 들여온다. 수익적인 측면도 고려됐을 것이다. 볼보차의 상시 네 바퀴 굴림(AWD) 시스템은 앞뒤 동력 배분을 50 대 50으로 맞추고, 즉각적인 토크를 뿜어낼 수 있게 돕는다.
기어 레버를 D(주행) 자리에 놓고,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아봤다. 밟는 압력을 작게 했더니 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조금 더 꾹 밟아봤더니, 그제야 차가 움직인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니 차가 즉각 멈춘다. 이는 회생제동 시스템 때문이다. 자동차가 멈추는 힘을 회수해 에너지로 다시 쓰는 시스템이다. C40 리차지는 강력한 회생제동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원 페달’ 주행이 가능하다. 브레이크를 따로 밟을 일 없이 가속페달 하나로 가속과 감속이 이뤄진다는 얘기다.
이런 강력한 회생제동은 전기차 효율을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가속페달서에 발을 살짝 떼기만 해도 제동이 확 걸리기 때문에 몸이 앞으로 쏠려 ‘인사’를 하는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됐다. 여간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여러 전기차는 그래서 이 회생제동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별도의 기능을 갖추는데, C40 리차지는 그런 기능을 갖고 있지 않다. 회생제동을 끄고 켜는 일만 가능했다. 불편함을 없앨 것이냐, 효율을 높일 것이냐의 선택은 전적으로 운전자에게 달려있다는 얘기다. 보통은 효율을 선택하기 마련이다.
이외 주행상에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었다. 스티어링휠(운전대)은 좌우로 아주 부드럽게 움직였고, 이에 맞춰 차의 기동도 아주 신속하게 이뤄졌다. 편안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그렇다고 반응이 굼뜨진 않았다. 곡선주로에서도 SUV라는 형태 때문에 원심력이 크게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도로를 잘 움켜쥐고 곡선을 빠져나가는 민첩성이 상당히 좋았다.
소음 있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냐
찌를 듯이 퍼포먼스를 내는 차는 아니다. 그래도 속도를 붙여 나가는 실력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아주 무리 없이 짧은 시간에 고속도로 제한속도에 도달했고, 그 이상의 속도도 얼마든지 낼 수 있다며 운전자 발끝을 재촉한다. 전기차는 성능이 나쁘다는 건 선입견에 불과해 보였다.
C40 리차지의 공기역학 계수는 0.32Cd다. 이 공기역학 계수는 효율은 물론, 자동차 실내로 들어오는 소음에도 다소 영향을 미친다. 흔히 얘기하는 풍절음이다. C40 리차지의 Cd값은 경쟁차에 비해 다소 높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의 소음은 만들어 내지 않았다. 20인치 타이어가 도로를 구르면서 내는 소음도 바닥으로 별로 들어오지 않았다.
C40 리차지는 볼보차가 전기차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이정표가 될 예정이다. 향후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비전이 집약된 제품이기도 하다. 편안한 주행과 디지털 요소, 인간 중심의 안전 철학이 모인 C40 리차지는 전기차의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선사하는 볼보차의 전략 제품이 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국내 판매 가격은 6391만원이다. 보조금에 따라 6000만원 초반대에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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