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한효찬 노키아코리아 CTO | “한국 시장 공략은 하나의 글로벌 5G 특화망 생태계 구축 위한 것”
“노키아가 한국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특화망 ‘이음5G’ 시장을 공략하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노키아가 알고 있는 것을 한국에 도입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한국 기업과 협업해 만들어낸 이음5G 솔루션을 해외에 소개하면 전 세계가 하나의 5G 특화망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2022년 초 국내에 설립한 ‘이음5G 오픈랩’이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다.”
한효찬 노키아코리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최근 서울 삼성동 노키아코리아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음5G 사업의 성패는 산업계의 생태계에 달려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키아가 해외 파트너사들과 협력해 만들어낸 5G 특화망 솔루션을 국내 기업의 실정에 맞게 도입하고, 국내에서도 좋은 솔루션이 개발되면 이를 해외에 소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생태계를 만들어내면 모두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는 게 한 CTO의 생각이다.
한 CTO는 에릭슨LG, SK텔레콤 등을 거쳐 노키아코리아가 지난 2008년 통신장비 업체로 한국에 진출할 때 합류했다. 이후 모바일 네트워크 책임자를 맡는 등 기술 영업과 고객 관리, 사업 개발 경험을 거쳤다. 다음은 일문일답.
노키아는 휴대전화 회사로 잘 알려져 있는데.
“노키아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세계적인 통신장비 업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노키아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력한 통신 사업자 50개 업체에 네트워크를 공급하고 있다.”
노키아는 한국에서는 ‘실패한 휴대전화 회사’라는 인식이 있지만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3위 안에 드는 업체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노키아는 통신장비 시장에서 점유율 14.9%로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화웨이(28.7%), 2위는 에릭슨(15%)이다.
국내 통신업체들과 협력 현황은.
“현재 국내 통신업체들과 5G 기술 고도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협력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국내에서 이음5G라고 불리는 5G 특화망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2022년 5월에는 삼성동에 있는 노키아코리아 본사 내에 ‘이음5G 오픈랩’도 만들었다. 일종의 개방형 테스트베드 같은 곳으로, 이음5G 구축을 원하는 기업은 누구나 방문해 솔루션을 테스트해볼 수 있고, 노키아 장비들과 호환성도 확인할 수 있다.”
오픈랩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었나.
“이음5G 구축을 하고자 하는 사업자들은 그 과정에서 여러 난제를 마주하게 된다. 기간통신사업자들은 1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만들지만, 이음5G를 구축하려는 사업자들은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을 대상으로 만든다. 이음5G 서비스의 성격은 특정 분야에 특화될 수밖에 없는데, 적은 대상자를 목표로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수요가 아직 국내에는 많지 않다. 결국 서비스를 개발하고자 하는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이음5G 생태계 안에 들어와서 사업적 당위성을 확보해야 한다. 노키아의 이음5G 오픈랩이 이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노키아가 갖고 있는 네트워크에 대한 기술들을 공개해서 누구든지 와서 시험을 하게 한다면, 참여자들이 굉장히 빠르게 사업을 할 수 있고 매우 다양한 종류로 늘어날 것이다.”
노키아의 해외 5G 특화망 구축은 어떤 상황인가.
“노키아가 해외에서 5G 특화망을 구축한 사례는 500건에 달한다. 예컨대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에 기술 지원을 하는 ‘루프트한자 테크닉’에서의 활용 사례가 있다. 비행기가 몇 번 비행하고 나면 엔진핀을 검사해야 하는데, 이를 판정할 수 있는 테크니컬 마스터는 몇 명 되지 않는다. 루프트한자 취항지는 많은데 테크니컬 마스터들이 이곳을 모두 따라다닐 수 없어 루프트한자 테크닉이 5G 특화망을 구축했다. 각 취항지에서 5G 특화망을 이용해 고화질의 사진을 찍어 올리면 테크니컬 마스터는 사무실에서 사진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노키아의 해외 사업이 한국의 이음 5G 사업에 어떤 도움을 주나.
“노키아가 갖고 있는 해외에서의 파트너 생태계를 활용하면 한국 업체들도 이음5G를 손쉽게 구축할 수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동시에 나서서 이음5G 활성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노키아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면 한국에 이 같은 솔루션을 공급하고 싶고, 한국에서의 혁신 또한 해외에서의 또 다른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음5G를 구축하려는 한국의 사업자에게 구독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노키아가 갖고 있는 이음5G 솔루션을 클라우드에 올려놓고, 이를 이용하고 싶은 사업자들은 클라우드에 있는 서비스를 필요한 만큼 구독해서 사용하는 서비스다. 매뉴얼에 따라서 무선 장비를 설치하면 나머지 부분은 자동으로 구축된다.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사업자 중에서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것을 꺼리는 업체들도 있는데, 이 사업자들에게는 소형 코어 네트워크(CMU)를 공급할 수 있다. 수십 명에서 1000여 명 정도까지 비교적 작은 규모의 네트워크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솔루션이다.”
이음5G 오픈랩 반응은 어떤가.
“2022년 5월 말 문을 연 이후 정부 관계자들과 국내외 업체들로부터 30번 정도 방문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방문이 있었던 것이다. 오픈랩은 16.5㎡(약 5평) 정도 되는 작은 규모인데 성능 테스트나 장비 연동이 가능한 전용 무선국, 공유기, 네트워크 코어 설비, 대형 모니터 등이 설치돼 있다. 국내에서 이음5G 전용 주파수는 4.7㎓와 28㎓ 대역이 있는데 오픈랩에 설치된 주파수는 4.7㎓ 대역이다.”
오픈랩 취재 때 확인한 다운로드 속도는 1.4Gbps 이상이었다. 2021년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조사한 통신 3사의 5G 다운로드 평균 속도는 801.48Mbps로, 다운로드가 가장 빠른 통신사의 다운로드 속도도 1Gbps에 미치지 못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편이다.
오픈랩에서는 국내 AR(증강현실) 기업 맥스트(Maxst)가 개발한 ‘맥스워크 스마트팩토리’ 기술도 체험해볼 수 있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설비를 비추면 각 부품의 명칭과 함께 고장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매뉴얼이 화면에 표시된다. 작업자가 현장 상황을 숙련된 엔지니어에게 실시간으로 전송하고 원격으로 작업 지시를 받을 수 있다.
향후 목표는.
“이음5G 오픈랩은 여러 기술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체험의 장’이기도 하지만 여러 업체가 모여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장소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직은 시작 단계지만 2023년에는 사업 협력 건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랩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에 다섯 군데밖에 없다. 2023년에는 오픈랩 규모를 더 키우고 5G 전반에 대해 연구하는 장소로 활용하는 게 목표다. 네트워크 서비스를 커스터마이즈하거나 암호화하는 과정, 5G 어드밴스드, 나아가 6G까지 연구 범위를 확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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