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장 “내년 경제 성장 둔화…부동산 하락 지속할 듯”

황인주 2022. 12. 2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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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장 내년 경제 전망 인터뷰

GDP 성장률 대체로 1~2% 예측
세계경제 악화·긴축 후유증 영향
기준금리 4% 수준까지 오를 수도
부동산 가격·거래 감소 동시 진행
환율은 상반기까지 현재와 비슷

“내년에도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와 고금리, 경제 성장세 둔화와 부동산 시장 침체 등 다양한 악재들이 중첩하는 복합위기가 이어질 전망입니다.”

26일 서울신문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장 및 은행장 내정자와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내년에도 고물가·고금리 여파가 이어지면서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1%대로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도 지난해(4.1%)보다 둔화된 2.4~2.7% 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용구 신한은행장 내정자

한용구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공격적인 통화긴축의 후유증은 내년 상반기까지 실물경제에 영향 미칠 것”이라며 “선진국 경기 부진으로 (우리 경제를 좌우하는) 수출도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 마이너스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원덕 우리은행장은 “물가 급등세가 진정되고 민간소비가 내수를 계속 뒷받침할 것”이라고 봤다. 다만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악화되면 성장률이 1% 중반까지 낮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원덕 우리은행장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져 당초 예상한 3.5%를 훌쩍 넘어 최고 연 4% 수준까지 오를 수 있다고 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내정자는 “내년 기준금리는 최대 세 차례에 걸쳐 오를 수 있다. 다만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 경기 침체가 발생할 우려가 있어 임계점에 도달한 이후 일부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은 정부의 규제 완화에도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내년 상반기에도 부동산 가격 하락과 거래량 감소는 동시에 진행될 것이다. 단기간 급락한 아파트는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 있으나 곧장 회복세로 접어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석용 NH농협은행장 내정자

정부는 최근 부동산 가격 급락에 따른 경제 타격을 막기 위한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 효과를 놓고서는 의견이 갈렸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내정자는 “최근 재건축 부담금 완화, 수도권 내 규제지역 해제 등 규제 완화안이 발표됐지만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거래 활성화를 위한 차입 여건 개선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며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용 내정자 역시 “규제 완화에도 금리 인상기 내 주택가격 상승 가능성은 적다. 이자 부담이 월세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매물증가 및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원덕 행장은 “금리 인상 속도조절이 상반기에 구체화되고,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 적극적으로 실행될 경우 일정 부분 냉각된 투자 심리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용구 내정자, 이원덕 행장, 이석용 내정자는 내년 코스피 상~하단을 2000~2800 수준으로 봤다. 이석용 내정자는 “국내 증시 저점은 올해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에 나타날 것이다. 경기침체로 인해 시장 충격이 오면 코스피는 2000선까지도 조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열 내정자는 내년 경기 둔화를 예상함에도 증시는 올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봤는데 “증시에는 정책 기대감 등이 실제 시장 상황보다 선행해 반영되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한편 5대 은행장들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상반기까지 현재와 비슷한 평균 1240~1360원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봤다. 이재근 행장은 “미국 긴축이 완화되면 달러화는 약세를 보이겠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공급망 차질 등으로 급격한 하락보다는 속도 조절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원덕 행장은 “중국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고 국제유가도 내리고 있어 상반기 중 원달러 환율이 1140원까지 내려가 1100원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회사채 시장은 내년이면 비교적 안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신용 스프레드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한 바 있다. 신용 스프레드는 국고채와 회사채 사이의 금리 격차를 말하는데 이 차이가 크면 시장에서 회사채 투자 위험을 높게 본다는 얘기다.

이승열 하나은행장 내정자

이승열 내정자는 “금리가 안정세에 진입할 경우 우량등급 중심의 수요가 발생할 수 있어 신용 스프레드는 올해보다 내년에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덕 행장은 “연기금 등 기관자금이 본격 집행되는 점도 회사채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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