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쇼크' 삼성전자, 영업이익률 8년만에 한자릿수 위기
반도체 부문서만 80% 급감
이익률은 8.6%에 그칠듯
"메모리 수요회복 늦어지면
내년 2분기 적자 가능성도"
K반도체를 이끄는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가 올해 4분기(10~12월)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매출보다 영업이익이 더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4분기 영업이익률이 8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는 반도체 사이클과 소비 위축에 따라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지만 증권 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삼성전자 실적을 낮추고 있다. 26일 매일경제가 지난 22일 이후 보고서를 낸 증권사 7곳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집계한 결과, 삼성전자의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전망치는 69조8740억원으로 작년 동기(76조5660억원)보다 8.7%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실제 매출액은 2018년 4분기(59조2651억원) 이후 매년 증가해 왔으나 4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4분기 영업이익은 더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4분기 영업이익은 6조630억원으로 작년 동기(13조8670억원)보다 56.3%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직전 분기(10조8520억원)와 비교해도 44.1%나 감소했다. 실제 영업이익은 2019년 4분기(7조1603억원) 이후 매년 오르다가 3년 만에 처음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하반기부터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우선 내년 1월로 예정된 4분기 실적 발표 때까지는 계속 전망치를 내릴 가능성이 크다. 한 달 전 삼성전자에 대한 컨센서스는 4분기 매출 77조2785억원, 영업이익 8조3511억원이었으나 여기서도 각각 10%, 27% 추가로 떨어졌다.
4분기 영업이익률은 8.68%로 한 자릿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동기(18.1%), 직전 동기(14.1%)와 비교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영업이익률은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의 비율인데, 기업이 본업에서 얼마나 돈을 잘 벌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로 사용된다. 분기별 영업이익률이 한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2014년 3분기(8.6%) 이후 처음이다.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았을 때는 2009년 연결기준 이후 2018년 3분기(26.9%)였다. 당시 매출액은 65조원대, 영업이익은 역대 가장 높은 17조원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스마트폰, TV, 가전제품, 디스플레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증권 업계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DS부문)의 4분기 영업이익이 1조8730억원으로 작년 동기(8조8480억원)보다 79%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가전제품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DX부문도 4분기 영업이익이 2조4160억원으로 작년 동기(3조3600억원)보다 2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는 유독 경기 민감도가 높다. 메모리 반도체는 전자제품에 대한 수요를 그대로 보여줘 경기 선행지표로 활용될 정도다. 메모리 반도체는 소품종 대량 생산 체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크다.
반면 파운드리는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공급 과잉에 대한 우려가 낮은 데다 한 번 수주 계약을 맺으면 장기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비중을 키우려는 이유다.
증권가는 반도체 영업이익 감소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반도체인 D램의 분기 평균 판매단가 하락 폭은 내년 3분기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공급이 제한적이지만 아직 재고 수준이 높고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기 때문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영업이익 감소 추세는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반도체 부문은 내년 2분기 영업이익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이런 예상대로라면 DS부문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다만 도 연구원은 "다행히 최근 메모리 업계 전반적으로 내년 투자 축소와 감산을 계획하고 있다"며 "재고가 줄어든 하반기부터 공급 축소 효과가 나타나고,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삼성전자 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디스플레이의 4분기 영업이익은 1조7740억원으로 작년 동기(1조3200억원)보다 34%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의 산업 전망이 밝지 않은데도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 6월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을 철수하고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비중을 늘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중소형 OLED 시장 1위를 기록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스플레이는 LCD 철수 이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고객사 변수로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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