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기후 대응을 덜 고통스럽게 할 대안
지구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생활방식 변화 필요성엔 공감
그에 따른 '비용'엔 거부감
이 기대비용을 낮출 수 있어야
저탄소 전환 수용성 높아질 것
에델만 신뢰도 지표(Edelman trust barometer) 조사(이하 에델만 조사)는 여론 주도층과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매년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NGO), 전문가, 미디어 등 주요 사회기관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해 발표한다. 2022년 에델만 조사는 14개국 1만4000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신뢰와 기후변화' 특별보고서로 발표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7%는 가뭄, 해수면 상승, 자연재해를 유발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답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교육 수준이 낮고 수입이나 자산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즉 기후변화가 역진적이라는 데 동의한 비중도 63%에 달한다.
응답자들은 이러한 기후문제에 대해 우리가 적절히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그렇지 않다. 응답자의 71%는 기후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답했고 아직 기후위기 대응에 별다른 진전이 없다고 평가한 비중도 절반(57%)이 넘는다.
오랫동안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활동이 '글로벌 공공재'나 '죄수의 딜레마'로 걸맞은 특징을 가지고 있어 기후 대응을 위한 국제협력이 어렵다고 설명해왔다. 이번 설문에서도 그러한 인식이 발견되었다. 기후 대응에 진전이 없고 지금 당장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응답자의 65%는 다른 나라가 온실가스 저감 약속을 지키지 않아 결국 나만 또는 우리나라만 별 성과도 없는 기후 대응을 위해 희생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문항에 대한 동의 비율은 개발도상국보다는 도전적인 감축목표를 선언한 선진국에서 높았다.
응답자들은 기후 대응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정부와 기업에 있다고 답하면서도 자신 또한 늦장 대응에 책임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응답자의 85%가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기후 친화적 선택과는 다르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를 심각한 위기로 인식하고 있고 그에 대한 대응이 시급한데 자신이 왜 기후 친화적 선택 대신 현재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고 있는가라는 불편한 질문에 대해 응답자들은 기후 친화적 옵션이 본인들이 지불하고자 하는 비용보다 비싸서(80%), 어떤 옵션이 기후 친화적인지 몰라서(77%), 제도적 지원이 없어서(75%), 정보가 부족해서(74%), 내가 이용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라서(72%) 등등의 이유를 들었다. 응답자 중 기후 친화적 옵션 또는 제품에 10% 이상의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했으며 최대 10%까지 추가 비용을 지불하겠다는 응답자도 25%에 불과했다. 응답자의 24%는 단 1원도 추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이번 설문에서 흥미로웠던 질문은 '기후 친화적 라이프스타일이 삶의 즐거움과 편리함을 거의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였다. 이 질문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40%에 달한다. 특히 중국이나 인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 응답자의 동의 비율이 66%, 58%로 우리나라(30%), 독일(31%), 일본(23%) 등 선진국에서의 동의 비율보다 높았다. 연령대별로 보면 18~34세 젊은 층의 동의 비율이 47%로 평균(40%)보다 높았다.
이번 에델만 조사 결과는 기후변화에 대한 늦장 대응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부족 때문이 아니라 기후 대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비용과 불편함에 대한 우려, 나만 또는 우리만 과중한 부담을 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때 기후 대응을 중심에 둔 저탄소 전환에 대한 정치적 수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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