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새 세대’ 이정후와 안우진이 점령한 시즌, 그 다음은[2022년 결산]

김은진 기자 2022. 12. 26.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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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5관왕 이정후(왼쪽)와 투수 2관왕 안우진



KBO리그는 오랫동안 1980년대생들이 차지했다. 마운드에서는 1987년생 류현진, 1986년생 윤석민에 이어 1988년생 동기인 김광현과 양현종의 길고 긴 시대가 이어져왔다. 둘을 이어 국가대표 에이스를 꿰찰만한 ‘영건’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KBO의 오랜 고민이었다.

타격도 마찬가지다. 2015년부터 2020년까지 5년 사이만 봐도 타격왕은 1983년생인 최형우가 2차례 차지했고 김선빈, 김현수, 양의지가 한 번씩 나눠가졌다. 셋은 1980년대 후반생이다.

2022년, KBO리그가 드디어 새 세대에게 점령당했다. 이전의 ‘왕’들보다 무려 10살 가량 어린 이정후와 안우진(이상 키움)이 다관왕을 차지하면서 한국 프로야구 세대 전환의 신호탄을 쐈다.

1999년생인 안우진은 꿈틀대던 잠재력을 5년차인 올해 드디어 터뜨렸다. 리그에서 가장 많은 196이닝을 던져 평균자책(2.11)과 탈삼진(224개)에서 리그 1위를 차지해 2관왕에 올랐고 15승(8패)으로 다승 2위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손가락 물집이나 등판 간격에 관계 없이 역투를 펼쳐 그야말로 괴물 같은 존재감을 발휘했다. 기량적으로, 김광현과 양현종을 이을 리그의 다음 에이스로 올시즌 도장을 찍었다.

1998년생인 이정후는 데뷔 시즌부터 무섭게 치고올라선 세대교체의 선두주자였다. 국가대표에서는 이미 붙박이 주전이다.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가장 주목하는 한국 선수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정후가 타격왕에 오른 것은 또 다른 신호다. 지난해 0.360으로 타격왕에 올라 수위타자의 세대교체를 알린 뒤 올해는 2년 연속 타격왕에 오르며 안타, 타점, 출루율, 장타율까지 1위를 차지해 타격 5관왕을 독식했다. 정규시즌 MVP와 골든글러브에 각종 상을 휩쓸며 2022년 리그를 완전히 평정했다. 신인 시절부터 보여준 기량을 보면 올 것이 온 것 같지만 그 시기가 상당히 빠르고 기세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성장 속도도, 기량도, 프로 선수로서 품위까지도 당분간 보기 어려운 초특급 스타로 올라섰다.

올해 안우진과 이정후의 모습은 향후 10년 간 안 먹어도 배부를 정도로 KBO리그를 꽉 채웠다. 그러나 이제 막 등장한 이 새 세대 둘을 길게, 온전히 품으며 리그가 동반 성장하기에는 높은 벽이 있다.

둘 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바라보고 있다. 이정후는 당장 내년 시즌을 마친 뒤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 큰 무대로 건너가 코리안 메이저리거의 새 역사를 쓰기에 충분하다. 국내에서 이정후의 활약을 볼 수 있는 것은 내년이 마지막이다. 또 다른 새 세대가 서둘러 등장하기를 기다려야 하지만 이정후처럼 빠르게 완성도를 갖추는 선수가 등장하기는 쉽지 않다.

안우진은 미국 진출 도전 자격을 얻기까지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가 있다. 그러나 안우진과 리그가 같이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학교폭력 전력은 안우진이 아무리 빼어난 기량을 보여줘도 김광현과 양현종을 결국 뛰어넘을 수는 없게 만들 큰 결점이다. 데뷔후 처음으로 최고에 오른 올시즌은 KBO리그가 안우진 논란을 일정 부분은 정돈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러나 정작 안우진이 과거 잘못으로 리그까지 논란을 끌고 온 데 대한 사과보다 억울한 입장을 우선시하면서 민심을 돌리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 경력은 선수 인생에 길이 남는다. 성적이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현재 리그 최고 투수를 빼놓고 최고 성적에 도전하겠다고 해야 하는 상황도 한국 야구로서는 고역이다.

안우진의 국제종합대회 국가대표 자격은 상실됐지만 그럼에도 KBO의 선택에 따라 출전시킬 수도 있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선발 여부는 내년초까지도 주요 화제 중 하나로 이어지게 됐다. 안우진의 기량이 터진 참에 야구 국제대회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이 상황은 안우진의 미래와 KBO리그의 미래를 동시에 결정지을 대단히 중요한 기로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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