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8만평에 단 '32대'… CCTV 사각지대 놓인 부산 생태공원
공원 내 불법 포획이나 화재뿐 아니라 범죄자 도피시 추적·수사 어려워
낙동강관리본부, "CCTV 한 대 설치에만 수천만원…예산 부족" 난색
예산과 제도 문제 복잡한 만큼 관계기관들 적극적인 협의 자세 필요
부산시민들의 대표 휴식 공간인 낙동강변 생태공원에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폐쇄회로(CC)TV 등 인프라가 부족해 '치안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드러났다. 수많은 주민들이 찾는 장소인 만큼 관계기관이 치안 공백 해소를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2일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반려견과 산책하던 40대 외국인이 누군가 설치한 덫에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반려견이 풀숲에 설치된 덫에 다리를 끼였고, 이를 구조하는 과정에서 주인은 손가락에 큰 부상을 입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신고를 접수하고 덫을 놓은 사람을 찾기 위해 수사에 나섰지만, 현장을 비추는 CCTV가 전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공원은 면적이 340만㎡에 달하지만, CCTV는 단 14개밖에 없어 곳곳이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부족한 CCTV로 인해 낙동강변 생태공원은 시민 안전뿐만 아니라 각종 범죄에도 취약한 상태다.
26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올해 초 절도를 저지른 한 남성이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으로 도주했다. 경찰은 용의자가 공원 안으로 달아난 것을 확인했지만, CCTV가 부족한 탓에 동선 파악이 어려워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에도 절도 행각을 이어간 이 남성은 결국 붙잡혔지만, 경찰은 이 남성이 공원에 CCTV가 부족한 점을 알고 자신의 동선을 숨기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주했다고 봤다.
삼락생태공원은 전체 면적이 472만㎡에 달해 전국에서도 가장 넓은 생태공원에 속한다. 하지만 공원 전체에 설치된 CCTV는 단 32대에 불과해, 한 대가 감당하는 평균 면적이 무려 14만여㎡(약 4만 5천 평)에 달하는 상황이다.
생태공원이 각종 범죄의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은 수치로 드러난다. 실제로 최근 4년 동안 삼락생태공원에서 발생한 사건은 절도 16건, 폭력과 변사 8건, 성범죄 3건 등에 달했고 112신고 건수는 한 해 평균 500여 건이나 접수되는 등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낙동강변 다른 생태공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서구 맥도생태공원은 251만㎡ 면적에 CCTV는 14대에 불과하고, 북구 화명생태공원 역시 300만㎡ 면적에 CCTV는 36대 뿐이다. 특히 화명생태공원에서는 지난 10월 6차례 연쇄 방화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CCTV 영상에 잡히지 않는 갈대밭에서 범행이 이뤄져 용의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생태공원 관리 주체인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는 CCTV 추가 설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도심과 떨어진 생태공원 특성상 전기와 통신선을 지하에 매설해 끌어오는 공사가 필수적인데, 이 때문에 CCTV 설치 비용이 대당 수천만원에 달한다는 게 관리본부 설명이다.
낙동강관리본부 관계자는 "본부에서 관리하는 생태공원 4곳의 전기통신 유지관리 예산이 모두 합쳐 8000만원인데, CCTV 한 대 설치에만 수천만원이 든다"며 "공원 규모에 비해 CCTV 설치가 저조한 것은 알지만 한정된 예산 측면에서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주변 기초자치단체 역시 생태공원에 대한 예산 지원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공원을 직접적으로 조성·관리하는 주체가 아닌 데다, 기초단체 단위에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부산 사상구 관계자는 "삼락생태공원의 경우 낙동강관리본부가 관리책임을 지는 만큼, 구청에서 예산을 편성할 근거가 없다"며 "행정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구 안에서도 예산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공원 이용객과 시민 안전을 확보하고 범죄 사각지대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특정 기관이나 단체뿐만 아니라 관련 기관이 다함께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사상경찰서는 삼락생태공원의 치안 공백 문제점을 인식하고 광장 입구에 CCTV를 포함한 범죄 안심 구역을 조성했는데, 이는 낙동강관리본부와 사상구 등 여러 기관들과 수개월 간 협업 사업을 진행한 결과물이었다. 이처럼 지역 치안을 위해 여러 기관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범법 행위뿐 아니라 실종 신고가 접수된 경우에도 공원 안에서 행적 찾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규제도 매우 복잡하고 예산 문제도 클 뿐 아니라 여러 기관의 이해관계가 엮인 곳인 만큼 지역 치안을 위해 각 기관들이 관할권 울타리에 안주하지 말고 적극적인 협의와 공론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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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정혜린 기자 rinpor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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