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직접 설계하는 전공…4차산업혁명 문제해결력 키운다
다양한 학과 과목으로 융복합 학습
산업역량 키우는 ‘마이크로디그리’
창업센터에 80여개 창업팀 입주
‘교육에서 학습으로’ 대전환 박차
지난달 1일 경희대에서는 이색적인 시상식이 열렸다. ‘학생설계전공 개발 공모전’이라는 이름으로 경희대 학생들이 직접 설계·제안한 전공 중 우수 사례를 시상하는 행사였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총 7명의 학생이 수상자로 선정되어 상장과 장학금을 받았다.
‘기후정책학전공’을 제안해 우수상을 받은 염나은 학생(지리학과 18학번)은 지리학, 정치외교학, 환경학 및 환경공학 등의 전공을 융합해 ‘기후정책학전공’을 설계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을 모색하는 이 전공은 지리와 환경 등의 자연현상부터 정치외교를 통한 문제해결 방법에까지 폭넓은 분야를 공부할 수 있게 설계됐다. 그는 “추운 겨울 갑작스럽게 건강이 안 좋아진 노숙인을 도운 경험을 통해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정책 학습의 필요성을 깨달았다”며 “기후변화로 추위와 더위가 심해지면 노숙인과 같은 취약층이 더 큰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를 고려하는 전공이 필요할 것 같아서 제안했다”고 밝혔다.
경희대가 이같은 공모전을 실시한 이유는,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학생설계전공’ 제도에 대한 이해와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이 제도는 학생이 스스로 융·복합 학문 분야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이수하는 전공 제도다. 하나의 학문으로 해결할 수 없는 현대의 복잡한 사회 문제를 풀기 위해 필요한 다학제적 학업을 할 수 있게 신설된 이 제도를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학과의 커리큘럼을 살펴서 스스로 강의 목록과 학점을 구성할 수 있다.
실제로 ‘학생설계전공’을 통해 직접 설계한 대로 ‘공공조직관리전공’을 수학 중인 박준영 학생(행정학과 21학번)은 “기존의 전공에만 매몰되면 권태감이 드는 경우도 있는데 직접 설계한 전공을 공부하면 보다 적극적이고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며 “주도적으로 하고 싶은 일이 많은 학생에게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드는 학생설계전공을 추천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하일 교무처장은 “학생설계전공 제도에 더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게 만들기 위해 공모전을 개최했는데 참신한 아이디어들이 많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더 많은 학생들이 학과의 벽을 깨고 융합하며 새로운 수요에 맞는 전공을 만들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자기주도학습 가능한 혁신적 제도 신설
경희대가 이같은 혁신적인 제도를 신설한 이유는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교육에서 학습으로’ 대전환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즉 강의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의 전환이다. 앞서 지난 5월 한균태 총장은 취임 후 가진 첫 대면 교무위원회에서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 팬데믹으로 교육 환경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변화의 중심에 있는 엠제트(MZ)세대는 기존 세대와 사고방식, 생활 습관이 확연히 다르다. 강의자 중심의 교육은 더 이상 소구력이 없다”고 지적하며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휴먼, 데이터, 테크놀로지 리터러시를 바탕으로 교육해야 한다. 교육뿐만 아니라 평가 방법도 획기적으로 개선해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경희대는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는 융합형 교육·학습을 확대하고, 인공지능(AI)과 데이터 분석 역량 교육을 강화하는 등 미래지향적 학사구조 혁신을 시작했는데, 그 대표적인 제도가 ‘학생설계전공’과 ‘마이크로디그리’ 제도이다. ‘학생설계전공’은 수요자 중심의 자기주도학습과 융복합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이고, ‘마이크로디그리’는 사회 및 산업계에서 요구하는 특정한 역량, 직무, 자격 등을 위해 특화된 최소 단위 교육과정으로 단기간에 이수 가능하면서 실제 활용도가 높은 교육이다. 경희대에는 현재 △실감미디어와 게임 콘텐츠 관련 개발 및 연구의 기반인 소프트웨어 기초 기술 습득을 위한 ‘디지털 혁신공유대학 사업 연계형 마이크로디그리’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기초 단계부터 응용, 심화 단계까지 수준별 이수가 가능한 ‘전교생 인공지능/소프트웨어 교육 확장 마이크로디그리’가 마련돼 있다.
학생 창업 지원비·매출액 1위 기록
경희대는 인간 중심 인공지능 인재 양성을 목표로 빅데이터응용학과(경영대학), 컴퓨터공학과 인공지능학과(소프트웨어융합대학), 스마트팜과학과(생명과학대학) 등 첨단산업 관련 학과를 신설하기도 했다. 또 인공지능 서버실과 메타버스 및 가상공간에서 수업할 수 있는 ‘X-space’를 구축하고, 인공지능 브레인 허브를 설치하는 등 인공지능 특성화 인재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 노력과 역량을 인정받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 융합혁신 인재양성 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교육부의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 선정을 계기로 캠퍼스 내 산학협력 생태계 구축에 나서면서 학생의 창업 지원도 대폭 확대했다. 2022년 대학정보공시의 학생 창업 지원 현황에 따르면, 경희대는 서울대 다음으로 가장 많은 교비를 투입해 학생 창업을 지원하고 있다. 취 ·창업스쿨과 역량 관리 플랫폼 ‘알라딘’을 통해 진로 탐색, 경력 개발, 사회진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제공하고 있다. 또 오픈랩, 미디어랩, 메이커 스페이스 등 사회진출 준비 공간을 운영하는 한편, 2020년과 2021년에 홍릉 바이오·의료 창업센터, 삼의원 창업센터 등을 잇달아 열어 인프라도 개선해나가고 있다. 창업센터에는 약 80개의 창업팀이 입주해 있다. 이는 서울시 32개 캠퍼스타운 중 최대 규모다.
덕분에 학생 창업기업 매출액에서 국내 대학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2021년 대학정보공시 기준). 이는 현장실습과 창업교육, 캡스톤 디자인(창의적 디자인) 등 사회맞춤형 산학협력 교육을 강화하고 학생의 사회진출 지원을 확대한 덕분이다. 현장실습 이수 학생 수는 서울 사립대 1위, 창업강좌 이수 수와 캡스톤 디자인 해당학과 이수 학생 수는 서울 사립대 2위에 올랐다.
한편, 지속가능한 인류 사회를 위한 교수진의 다양한 연구 활동도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혼합현실(MR) 등의 첨단기술과 우주과학, 전지구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그 결과, 대한민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에도 경희대의 연구 성과가 탑재됐다. 우주과학과 진호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자기장 측정기가 그것으로, 이는 다누리 탑재체 중 유일하게 대학에서 개발된 탑재체였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북한 무인기 수대 김포·파주로 넘어와…군 격추 시도
- “한국 기업 돈으로 강제동원 보상? 가해자 쏙 뺀 치욕적 방안”
- 사망진단서와 다른 구조자 증언…“딸 마지막 모습 듣고 위안”
- 인생 2회차 사라져버린 ‘재벌집 막내아들’ 결말, 어떠셨어요?
- 윤석열 대통령, 5년 뒤를 생각하라 [성한용 칼럼]
- 텅빈 식당 5년째 영업…‘중 비밀경찰서 소문’에 대사관 ‘버럭’
- 공공기관 정원 1만2천명 구조조정…신규채용 줄고, 외주화 될 듯
- ‘검사는 헌법기관’이라더니…이름·얼굴 공개에 한동훈 “좌표찍기”
- 43%가 ‘사표’…“소선거구제는 썩은 그릇에 국물 조금 붓는 것”
- ‘재벌집’ 송중기 “좋은 만남 중”…‘영국인 열애설’에 교제사실만 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