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사에게 수면제 먹여 휴대전화·카드 훔친 30대, 항소심도 실형

택시 기사 여러명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여 휴대전화 등을 훔친 30대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일러스트=정다운

26일 법원에 따르면 대전고법 제1-1형사부(정정미 부장판사)는 강도, 사기, 컴퓨터 등 사용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35)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에서 선고된 징역 4년을 유지했다.

A씨는 택시비를 지불하지 않고, 택시 기사들에게 수면제를 먹여 휴대전화 등을 빼앗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지난 6월 17일 울산시 남구의 한 숙박업소에서 피해자 B씨가 운영하는 택시에 탄 뒤 서울까지 왕복으로 90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경기도 남양주까지 운행하도록 한 뒤 택시비를 지불하지 않았다.

A씨는 다음 날인 18일 오전 7시 30분쯤 B씨의 택시 안에서 피로해소제와 수면제가 섞인 음료를 마시게 한 뒤 B씨가 항거불능 상태에 빠지자 시가 12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와 현금 20만원,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운전면허증 등을 훔쳤다.

같은 날 오후 A씨는 B씨의 신용카드를 자신의 신용카드인 것처럼 속여 휴대전화 총 9대를 구입하는 등 약 960만원을 사용하고 149만원 상당의 노트북을 구매하기도 했다.

A씨는 또한 같은 달 21일 오후 1시 30분쯤 “울산에서 3박 4일 동안 출장을 가야 하니 하루에 30만원을 주겠다”며 또 다른 택시 기사 C씨를 속여 대전까지 온 뒤 같은 수법으로 수면제를 먹여 휴대전화와 스마트키 등을 훔쳤다.

법원에 따르면 앞서 A씨는 지난 2018년 6월 29일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강도죄 등으로 이미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후 출소 6개월 만에 범행을 저질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택시를 운전하는 피해자들에게 요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택시를 운행하게 해 요금을 편취하고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게 해 신용카드 등을 강취한 신용카드를 사용했다”라며 징역 4년을 선고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택시 기사들과 미리 신뢰 관계를 형성한 후 장거리 운행을 제안해 유인한 다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마시게 한 뒤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나쁘다”라며 “이미 강도죄 등으로 4년을 복역한 전력이 있음에도 출소 후 6개월 만에 범행을 다시 저질렀다”라고 말했다.

이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라며 “다만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이 가볍다고 볼 수 있지만 무겁다고는 할 수 없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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