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이젠 크리스마스 트리와 작별할 때
매년 나무 천만그루씩 잘라
지구 지키는 대안 찾아봐야
대부분의 영국인들에게 트리가 없는 크리스마스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어린 시절 나는 아버지가 나무를 사서 집으로 가져오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곤 했다. 여동생과 함께 작은 전구와 반짝이는 방울을 달아 트리를 장식하던 그 시간은 1년 중 가장 마법과도 같았다. 세월은 흘렀지만 영국 아이들은 유년시절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크리스마스트리를 고대한다.
차가운 12월 저녁, 영국의 주택가를 거니는 것은 엄청나게 매혹적인 무언가가 있다. 서리가 잔뜩 낀 창문을 빼꼼히 들여다보면 거실 한구석 어디엔가 크리스마스트리가 반짝이고 있다.
가슴을 따듯하게 만드는 이 장면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지속가능성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영국의 크리스마스트리 시장 규모는 1000만그루에 달한다. 이것은 크리스마스 기간 동안 거실을 장식하기 위해 1000만그루가량의 어린 나무가 베어진다는 이야기다. 성탄절로부터 12일째 되는 1월 6일 이후까지 트리와 성탄 장식을 남겨두면 불행이 따른다는 속설을 믿는 영국인들에 의해 1월 7일 아침이 되면 이 어린 나무들은 갈색으로 변한 잎을 떨어뜨리며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이 나무들 중 일부는 영국에서 길러지고, 다른 일부는 수입되지만 결국 모든 나무들은 고작 보름 남짓 거실을 장식하다가 인근 쓰레기 처리장의 분쇄기에 갈려 생을 마감한다. 우리들은 기후 위기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가 열리고 그레타 툰베리가 활동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매년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자연에 저지르는 엄청난 실수를 외면하고 있다.
성탄절의 역사보다 더 오래된 영국 크리스마스트리의 기원은 사실 예수의 탄생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인류학자들은 로마인들이 영국을 침략했던 BC 55년 이전부터 고대 영국인들이 동지가 다가오면 숲에서 상록수를 베어와 집 안에 두는 의식을 했다고 한다. 그들은 서리와 눈 속에서도 유일하게 살아남는 이 강인한 나무를 집에 둬야 봄의 신들이 곡식이 자랄 수 있도록 따뜻한 날씨를 허락한다고 믿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처음 영국 땅을 밟았을 때, 그들은 그곳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이 동지 의식을 포기하도록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선교사들은 결국 원주민들이 상록수로 봄을 맞이하는 의식을 계속할 수 있도록 예수의 이름과 결부시켜 이 의식을 기독교화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상록수나 그 나뭇가지를 베어 집 안에 들이는 전통은 수세기에 걸쳐 새로운 상징적인 의미가 보태지면서 계속돼왔다. 그러나 이 전통은 영국 전역에 울창한 숲이 우거져 다람쥐가 땅을 밟지 않고도 나뭇가지로만 영국 전체를 누비던 시절에 시작됐다.
그 이후로 영국의 인구는 풍선처럼 불어났고 녹색 숲은 줄어들었다. 크리스마스트리의 전통이 마법처럼 아름답긴 하지만, 이제 영국인들이 지속가능한 대안을 찾을 때가 된 듯하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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